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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사람보다 더 비싸요"…尹대통령의 1호 반려동물 공약 '반려동물 치료비 경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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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사람보다 더 비싸요"…尹대통령의 1호 반려동물 공약 '반려동물 치료비 경감'

[창비 주간 논평] '그저 더 싸게'가 아닌 가치의 실현, 동물공공의료보험

"어휴, 사람보다 더 비싸요."

임상 일선의 수의사들이라면 하루에도 몇번씩 듣는 보호자들의 볼멘소리입니다. 사람은 병원에 다녀와도 만원 안에서 약값까지 해결이 되는 데 반해 동물병원 진료비는 왜 그렇게 비쌀까요? 사실 일반(사람)병원의 진료비는 동물병원 진료비보다 비쌉니다. 일반병원 진료비는 개인이 내는 자기부담금과 건강보험공단 지급액의 합으로 이루어지는데요, 이 공단지급액은 우리가 매달 적게는 몇만원에서 크게는 수백만원까지 부담하는 국민건강보험료로 재원이 마련됩니다. 덕분에 우리들은 병원에 가서 진료, 처치, 처방, 수술 등을 받을 때 전체 진료비의 15% 정도 되는 자기부담금만 내도 되니, 더 싸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공공의료보험이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럼 농림축산식품부 기준으로 국민 4명 중 1명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시대, 동물병원에는 왜 공공의료보험이 없을까요?

▲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지난 4월 당선인 신분이었을 때 공개된 사진. 사진 출처는 김건희 여사 팬클럽으로 알려져 있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서 '반려동물보유세 신설' '동물의료심사평가원 개설' 등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펫(동물)보험의 활성화'는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에 포함되었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의료심사평가원 설립과 함께 '동물진료 관련 전담지원체계 구축방안' 용역을 발주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관계자는 "반려동물 치료비 경감이 윤석열 대통령의 1호 반려동물 공약인 만큼 이번 용역이 공약 이행의 출발점이 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언제, 어떤 모습으로,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 세금이나 법안이 신설될 것인지는 알려진 바 없으며, 실현 가능성 또한 아직은 점치기 힘든 실정입니다. 대선 유세 기간, 윤석열 대통령 후보와 원희룡 정책본부장은 반려묘의 등록 의무화를 촉구한 바 있습니다. 등록 시 혜택을 묻는 질문에는 "세금 조금 더 내는 대신에 의료보험 혜택을 주면 되고…"라며 구체성이 결여된 답변을 했지요. 공약을 이행하고자 하는 의지와 고민을 읽기에는 부족합니다. '공공의료'로서의 정책이 아니라, 동물병원 진료비가 워낙 비싸니 이를 싸게 만들 방법을 찾아보자는 단순한 생각인 듯하여 아쉽습니다.

국민건강보험은 1940년대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면서부터 그 필요성이 대두되어왔지만 1980년대에 들어서야 전 국민 대상의 의료보험으로 실행되기 시작하고 2000년에 현재의 골격을 완성하면서 사회보장제도로서 자리 잡았습니다. 출생신고, 사망신고, 주민등록번호 등으로 존재 여부가 정확히 파악되는 사람의 경우에도, 또 '인간'이라는 단일 종의 의료체계에서도 이처럼 오랜 시간 수없이 많은 진통과 시행착오, 사회적 합의가 필요했던 것을 보면, 동물병원에서의 공공의료보험은 애초에 불가능한 것은 아닐까 걱정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사람의 경우에도 의료기관마다 다른 임의적 수가체계, 기술행위료의 하한가 개방, 타인 의료보험 도용, 무엇보다 강제 가입을 위한 입법 등이 공공의료보험 구축에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하물며 동물병원은 동일한 질병에 대한 처치와 처방이 의료기관마다 상이한 것은 물론, 같은 처치·처방·투약에 대한 수가도 기관별로 차이가 큽니다. 한 동물병원 안에서도 같은 처치에 대해 적용하는 동물의 종에 따라 수가의 차이가 발생하는 데 이르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집니다. 예를 들면, A라는 질병을 진단하기까지 동물병원마다 수행하는 검사가 제각기 다르고, 질병 A에 대한 치료의 방식이 동물병원마다 다를 뿐 아니라, 항목별 검사비와 치료비 또한 동물병원마다 임의적으로 책정되어 있는데, 이 또한 개나 고양이에게 적용되었을 때와 조류나 파충류에게 적용되었을 때의 수가는 한 병원 내에서도 다를 수 있습니다. 표준진료체계 및 표준수가제 도입의 필요성이 이야기되어온 지 수년이 지났음에도 현실적인 방안이 구축되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국민건강보험이 비싼 병원비를 싸게 만들어보자는 고민에서 출발했다면 과연 지금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을까요? 어느 쪽이 더 이익인지를 따지는 태도로는 지금의 국민건강보험처럼 실효성 있는 동물공공의료보험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보험료를 내기보다 자비로 병원비 전액을 부담하는 것이 오히려 이득인 부자와 건강보험 혜택이 없으면 목숨을 위협받는 가난이 함께 존재하는 상황에서 사회보장제도의 의미는, 병원비가 없어서 허망하게 목숨을 잃거나 병원비가 무서워 질병의 고통을 방치하는 사람은 없도록 하자는 사회적 합의에 있지 않을까요? 동물병원의 진료비, 수술비가 없어 목숨을 잃는 동물들이 존재합니다. 아무것도 해줄 수 없이 병원 문을 밀고 나가는 보호자들도 존재합니다. 동물의료보험 논의는 적어도 우리 주위에 이런 동물이 없게 하자는 근본적인 고민에서 출발하여 사회적 합의에 이르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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