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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죽은 지구에 K팝은 없다!

[함께 사는 길] "팬들의 요구만으로는 해결 어려워…K팝 산업이 응답해야 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중고거래 사이트에 CD앨범이 자주 올라온다. 과거에 구입한 CD를 판매하는 건가하고 클릭해 들어가 보면 불과 며칠 전에 발매되어 판매를 시작한 K-POP(케이팝) 가수의 앨범임을 확인할 수 있다. CD 뿐만 아니라 포토카드(아이돌 멤버의 개별 사진을 담은 카드)도 교환 또는 거래되고 있었다.

굿즈 챙기면 버려지는 CD

'요즘에도 CD로 음악을 듣나?', 'CD가 왜 중고시장에서 성황리에 거래되고 있지?'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케이팝 가수들의 앨범 판매량은 매년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국내외로 인기를 휩쓸고 있는 방탄소년단(BTS)은 2020년 2월 정규 4집을 발매한 첫날 200만 장의 판매고를 올렸고, 최근 새 앨범 '프루프(Proof)'가 발매된 첫날 215만 장의 앨범이 판매되었다. 가수 임영웅은 국내외 선주문량이 몰려 발매 이틀 만에 100만 장이 판매되었고, 올해 첫 데뷔한 아이돌 가수 르세라핌은 데뷔 첫날 앨범 판매량이 17만 장을 돌파했다.

스트리밍이나 디지털 기기로 음악을 접하는 방법은 다양한데 앨범 판매량은 계속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물음에 대한 답변은 앨범 구성에 있다. 과거와는 달리 앨범 패키지 구성이 더욱 다양해졌는데, 앨범 패키지 속에 좋아하는 가수의 포토카드와 팬 사인회 응모권, 가수의 싸인이 들어간 PVC파우치, 손수건, 메시지 카드, 엽서, 스티커 등이 들어있다. 케이팝 팬들은 이 구성을 소장하기 위해 실물 앨범을 구입해야 하는 실정이다.

그룹 아이돌의 앨범을 구입했는데 내가 좋아하는 멤버의 포토카드가 나오지 않으면 또 다시 앨범을 구입해야 하고, 팬 사인회 당첨확률을 높이기 위해 더 많은 팬사인회 응모권이 필요하므로 최소 수십에서 수백 장에 달하는 앨범을 구입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심지어 국내외 차트에 실물 앨범 판매량이 반영되기 때문에 좋아하는 가수의 실적을 채워주려는 '응원' 형태의 구매도 이뤄지고 있다.

좋아하는 가수의 포토카드와 팬사인회 응모권을 얻고 나면 정작 음악이 담긴 CD는 필요가 없게 된다. 사실상 CD는 1장만 소장해도 충분하므로 포토카드와 응모권만 얻고 나머지 CD와 포장지는 버려진다. 이렇게 판매된 앨범은 2020년 기준 1년 동안 4200만 장(가온차트 연간 400위권 기준)에 달한다. 같은 앨범이 여러 버전으로 나오기도 하고, 앨범 안에 좋아하는 가수의 이른바 '굿즈'가 포함되어 있어 케이팝 팬들이 구입을 안 할 수가 없는 형태인 것이다.

케이팝 팬들 사이에서도 가장 많이 고민하고 걱정하는 문제가 플라스틱을 양산하는 실물 앨범 소비이다. 앨범은 '가장 유해한 플라스틱(염소와 여러 물질이 첨가되어 제조, 매립, 소각 과정에서 다이옥신과 중금속 등 유해물질이 공기, 토양으로 유출되는 플라스틱 종류)'이라 불리는 폴리염화비닐(PVC)로 포장되어 있고, 코팅종이와 특수 화학처리를 해 재활용이 불가능한 혼합 플라스틱인 CD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CD 제작에 사용되는 폴리카보네이트 플라스틱은 자연 분해되는데 100년 이상이 걸려, 결국 소각되는데, 이 과정에서 상당한 유독가스가 배출된다. 2021년 1월부터 5월까지 많이 팔린 케이팝 앨범은 400여 종인데, 총 판매량이 무려 2600만 장에 달한다. 이것을 환산해보면 488톤이 넘는 폴리카보네이트 플라스틱이 사용된 것이다.

엔터테이먼트사에서 변화하지 않는 이상 소비자인 케이팝 팬들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그러나 엔터테이먼트사는 스스로 변화하지 않았고, 케이팝 팬들이 나섰다. 작년 3월, 전 세계 케이팝 팬들이 모여 온라인 플랫폼 '케이팝포플래닛(KPOP4PLANET)'을 결성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네트워크 형태로 조직하여 행동에 나서고 있다. 현재까지 97개국의 2만2273명의 케이팝 팬들이 참여하고 있다. 케이팝 팬들이 대다수 MZ세대로 구성되어 있고, 기후위기에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세대라는 점에서 '당사자성'에 주목하고 있다. 더는 케이팝 가수를 응원하면서 죄책감을 느끼고 싶지 않다며, 이러한 케이팝팬들의 목소리에 엔터테이먼트사가 응답해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 케이팝포플래닛은 지난 4월 21일 서울 하이브 본사 앞에서 과대 포장 앨범 제작을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케이팝포플래닛

'죽은 지구에 K팝은 없다'

케이팝팬들은 지난 1년간 엔터테이먼트사에 실물 앨범 대신 디지털 앨범이나 친환경 선택지를 팬들에게 제공해달라 요구했다. 작년 7월에는 '죽은 지구에 K팝은 없다(No K-pop on a Dead Planet)'는 슬로건을 내걸고 앨범이나 굿즈를 판매할 때 '플라스틱 포장 최소화'를 촉구했고, 홈페이지를 열어 공연에 필요한 에너지는 재생에너지를 선택하는 등 탄소배출이 적은 공연을 해달라는 서명캠페인을 벌였다. 최근, 지구의 날을 하루 앞둔 날에 케이팝 팬들이 BTS소속사인 하이브 엔터테이먼트사에서 캠페인을 벌였다. 이 날 전 세계 팬들이 모아 보낸 사용하지 않은 CD를 8000개를 전달하며 국내 연예기획사들이 케이팝 팬들에게 과도하게 앨범을 판매하고 쓰레기를 양산한다고 비판했다.

앨범 구성품을 친환경으로 전환하는 일은 엔터테이먼트사에서 조금만 노력하면 할 수 있다. 작년 2월, 가수 청하가 '케렌시아'를 발표했을 때 앨범은 친환경 종이로 제작했으며, 박스 외부나 포토카드는 훼손을 막기 위해 비닐을 사용하였으나 박스와 북릿 외부는 라미네이팅을 하지 않는 노력을 기울였다. CD는 고정되는 플라스틱 없이 종이 봉투에 쌓여 패킹 처리를 하여 친환경 앨범패키지를 현실화하였다. 지난 5월 발매된 가수 빅톤의 '카오스' 앨범에 실물 포토카드만 들어있는 플랫폼 앨범을 발매하였다.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으로 들을 수 있는 앨범으로 팬들의 소장 욕구가 큰 포토카드는 유지하고, 실물 CD는 과감히 생략해 해당 가수의 음악은 모바일로 청취가능 하도록 한 것이다.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하는 것도 할 수 있다. 최근 JYP 엔터테이먼트사에서 업계 최초로 한국형 RE100 (Renewable Energy 100%)을 이행하고 한국에너지공단으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 확인서'를 발급받았다. 한국형 RE100은 기업들이 사용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고자 하는 자발적 글로벌 캠페인 RE100의 한국형 제도이다. JYP는 올해 5월, 1년 동안의 전력 사용량에 해당하는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구매를 통해 K-RE100을 이행한 것이다. 다만 케이팝 팬들이 요구한 것 중 하나인 공연장에서 사용되는 전력을 재생에너지 사용하는 것은 아직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케이팝 산업, 기후위기에 응답하라

2022년은 필(必)환경시대이다. 2023년, 2024년··· 시간이 흐를수록 필환경은 고조될 것이다. 전 세계 곳곳에서 가뭄, 홍수, 폭염, 한파 등 예상치 못한 이상기후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심각해지는 기후위기 속에 지구생태환경을 보호해야 하는 필요성도 더욱 강화되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전 세계 케이팝 팬들이 '죽은 지구에 K팝은 없다'며 발 벗고 행동에 나설 때, 케이팝 엔터테이먼트사는 무엇을 했는가. 지금처럼 플라스틱 앨범이 지구에 500년 동안 잔류하도록 둘 것인가? 일회성 공연에 수많은 탄소를 배출하여 기후위기를 가속시킬 것인가? 이제 변화해야 할 때이다. 엔터테이먼트사는 변화하는 지구보다 먼저 변화하여 케이팝 팬들의 목소리에 응답해야 할 때이다.

▲ 블랙핑크의 팬덤 '블링크'가 케이팝포플래닛 캠페인을 지지하며 보낸 팬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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