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일 개장을 앞둔 영주시의 대표적 랜드마크 선비세상이 팸투어를 시작으로 일반에 첫선을 보이며 10년 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속살을 드러내자 마자 시민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13년 경북북부권 유교문화권역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된 선비세상 조성사업은 국고 1700억이 투자되었던 영주최대의 국책사업으로 소수서원, 선비촌, 한국선비문화수련원과 함께 명실상부한 선비의 고장으로서의 위상을 새롭게 구축할 수 있는 사업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지날 달부터 시작된 팸투어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처음으로 공개된 선비세상은 시설이나 프로그램 모든 면에서 기대 이하라는 평가를 들으며 흥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선비세상 사업단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선비세상 조성사업은 애당초 기획되었던 많은 시설들이 수차례의 계획변경 과정을 거치면서 사라졌다고 한다. 기대를 모았던 국궁장, 마상무예장, 선비명상센터 등은 사라지고 30만평의 부지에 한복촌, 한옥촌, 한글촌, 한지촌, 한음악촌, 한식촌 등 똑같은 스타일의 한옥건물이 답답한 군락을 형성했다.
우선, 30만평이나 되는 선비세상 경내에는 한여름 땡 볕을 가려줄 만한 나무그늘도 없었고 지친 관광객이 쉴 수있는 벤치 시설도 찾아 볼 수 없었다. 투어 참가자들은 태양의 열기로 달아오른 아스콘 포장로를 따라 이어진 수십동의 빽빽한 한옥시설을 옮겨 다니며 흐르는 땀을 닦기에 바빠 고즈넉하고 여유로운 한옥의 정취는 아예 찾아 볼 수조차 없었다고 한다.
전시물과 체험 프로그램 또한 전국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평이한 프로그램으로 영주만의 특색을 담아내지 못했다는 게 투어 참가자들의 대체적 의견이었다.
영주시 문화관광협의회 소속 배모씨는 “전시물과 컨텐츠들은 전국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저 그런 프로그램으로 영주만의 특색이나 관광객들의 기호를 사로잡기에는 어딘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한지만들기 체험, 다도체험, 한글 색칠하기, 영주도령 오토마드 인형극 등은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들이 즐기는 수준이었고, 한옥 모형전시, 영상감상, 음악감상 등은 전국 민속박물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이한 프로그램이었다”고 잘라 말했다.
더구나 한지체험, 다도체험, 한복체험, 선비음악 감상 등은 10년 전부터 인근의 선비촌·선비문화수련원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의 재탕이라는 점에서 영주시의 안이하고 무책임한 기획력은 다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선비문화수련원 관계자는 “선비촌·선비문화수련원은 이미 10년 전부터 전국의 초중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지공예·다도체험·선비음악·선비스토리텔링·선비국궁·유복배례 등 영주 선비정신과 선비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며 “영주시의 상상력과 기획력이 선비문화수련원의 프로그램을 표절하는 수준이었다는 게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선비세상 한 가운데 떡하니 자리잡은 <용머리 철제 당간지주> 조형물은 영주 선비세상의 정체성에 심각한 의문을 들게 했다.
당간지주는 사찰의 주요행사에 깃발을 걸어두는 용도로 쓰이는 불교문화를 대표하는 상징물로서 자칭 '선비문화를 집대성했다?'는 선비세상의 정체성과는 도저히 어울릴 수 없는 조형물이었다.
영주시 관계자에 따르면, 선비세상에 ‘용머리 철제 당간지주’가 설치된 것은 당시 자문위원들의 요청에 의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구체적인 명단은 밝힐 수 없다고 밝혀, 영주시 자문위원들이 누구인지 의문을 증폭시켰다.
영주 시민 A씨는 “선비세상에 당간지주가 왠말이냐, 지난 10년 동안 입만열면 선비정신 세계화를 외치더니, 결론은 선비문화를 세계적 웃음거리로 만드는 촌극에 불과했다.”며 “그동안 영주시민들이 우려한 바와 같이 선비세상은 곡간만 축내는 영주 최대의 골치덩어리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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