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해결하라"
장대비가 쏟아지는 13일.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 모였다. 조선소에서 궂은 일을 하면서도 불안정한 상황에 놓인 이들은 "국민들께 정말 죄송하다"면서 "우리는 너무 절박하다"고 외쳤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이날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사 앞에 이어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차례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총파업 투쟁승리 결의대회'를 열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다.
하청노동자들이 가입해 있는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거통고조선하청지회)는 '임금 30% 인상'과 '노조 인정' 등을 요구하며 지난 6월 2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1㎡ 쇠창살에 몸을 가둔 노동자... "이대로 살 수 없지 않나"
이날 집회에 참석한 조형래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은 "이 싸움은 큰 불길로 퍼져 나갈 것"이라며 "그 위협과 경고를 알지 못하는 곳이 바로 여의도와 용산"이라고 지적했다.
조 본부장은 "폭우가 쏟아져도 어떤 시련과 난관이 우리 앞에 있더라도 우리는 결코 투쟁을 포기할 수 없다"며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절규는 절박하고 또 정당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것은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조선업에 종사하는 수많은 하청 노동자들의 문제"라며 "또한 1100만 비정규직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대우해양조선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유철 금속노도 조직실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30%인 것은 불통 인사와 더불어 극심한 민생을 챙기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실권을 쥐고 있는 산업은행과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을 책임지는 윤 대통령이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했다.
최근 조선업계가 수주 호황을 이어가고 있지만 다단계 하청구조로 이루어진 조선업에서,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오랫동안 저임금과 고용 불안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때문에 하청노동자들은 지난달 2일부터 지난 5년간 삭감된 임금의 원상 회복(30% 인상)과 노조 전임자 인정 등을 위해 파업에 들어갔다.
교섭에 이렇다할 진전이 없자 결국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끝장 투쟁'에 나섰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유최안 부지회장은 지난달 22일부터 가로·세로·높이가 각 1m인 쇠창살에 스스로 자신을 가뒀다. 6명의 하청 노동자도 같은 사업장에서 20미터 높이의 고공농성에 들어갔다.
하지만 사측은 오히려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인해 손실이 발생했다는 여론전으로 맞불을 놓았다. 대우조선해양(대표이사 박두선)은 지난 6일 CEO 명의의 담화문을 통해 "거통고조선하청지회의 도크 무단 점거로 전후 공정의 생산량을 대폭 축소할 수밖에 없는 등 회사의 존폐가 우려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며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을 비판했다.
대우조선해양 직장·반장들로 구성된 현장책임자연합회와 사내협력사대표들도 지난 4일 "대우조선해양에서 일하는 2만여 명의 생존권이 불법 시설물 점거자와 일부 강성 추종자 몇십 명에 의해 흔들리고 있다"며 경남경찰청에 공권력 투입을 요청하는 촉구안을 제출했다.
왜 '윤석열 정부'가 해결하라는 걸까
이날 집회에는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조를 지지하는 시민단체도 함께했다. 김혜진 전국불안전노동철폐대 상임활동가는 "얼마 전 이곳에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인권단체와 법률단체 기자회견을 위해 왔었다"며 "위기가 닥칠 때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먼저 해고되고 그 권리를 빼앗긴 채 계속 살아간다"고 지적했다.이어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이 정당하다는 것을 우리가 알리겠다"고 강조했다.
전날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국회의원들도 대우조선해양 파업현장을 찾아 문제 해결을 위해 산업은행과 정부의 책임을 강조했다. 강민정 의원은 "산업은행이 결정권을 가지고 있고 국책은행이니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며 "민주당이 야당으로서 여당과 정부에 얘기해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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