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의 사망과 여당인 자민당의 참의원 선거 승리로 일본 군대 보유를 금지한 평화헌법 9조가 개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박진 외교부 장관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11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박진 장관은 일본의 개헌 추진으로 인해 한일 관계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일본의 국내 정국 상황에 대해서는 저희가 예의주시하면서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일 생각"이라고 답했다.
앞서 10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선거 승리가 사실상 확정된 이후 한 방송에 출연해 "개헌 발의를 위해 (전체 의원수의) 3분의 2가 되도록 결집 노력을 계속해 가능한 한 빨리 개헌안을 발의하고 국민투표를 진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은 헌법 9조에 자위대를 명기하는 것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여기에 선거 직전 아베 전 총리가 총격에 의해 사망하면서 보수 표심이 결집되어 자민당의 참의원 의석수가 이전보다 늘었으며, 개헌에 긍정적인 세력의 의석 수도 전체의 3분의 2를 넘어섰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이 실제 개헌을 추진할 경우 한일관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강제동원 배상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일본의 이같은 움직임은 한일관계 개선을 목표로 하는 윤석열 정부에게도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제동원 배상 문제와 관련해 박 장관은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배상 판결 이행을 위한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 문제는 "일본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사항"이라며 "현금화가 이루어지기 전에 이러한 바람직한 해결 방안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과 직접 협상을 원한다는 의견을 정부에 전한 것에 대해 그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관련 당사자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어떤 것이 가장 바람직한 해결 방안인지를 모색하기 위해서 민관협의체를 가동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편 박 장관은 지난 8일(현지 시각)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 환영 리셉션장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만났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력 침공은 유엔 헌장과 국제법의 위반이라는 우리의 입장을 다시 한 번 설명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또 한편으로 러시아와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실용적인 국익이 있다"며 "러시아와 한국 간 실질적인 경제통상, 에너지 협력 등이 있기 때문에 러시아에 가 계신 재외동포나 우리 기업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있고 그러한 내용을 라브로프 장관에게 이야기 했다"고 설명헀다.
박 장관은 "우크라이나 평화가 빨리 회복되고 전쟁이 종식되면 한국과 러시아 간 장기적인 안목에서 추진해야 될 실질 협력안 내용들이 있다"며 "이를 염두에 두고 러시아와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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