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옥순 씨를 포함해 보수단체가 독일 수도 베를린 미테구에 위치한 위안부 소녀상에 찾아가 위안부가 사기라는 시위를 벌인 가운데, 이용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소녀상을 지켜달라는 내용의 자필 편지를 작성해 미테구에 전달하기로 했다.
5일 '일본군 성 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는 "이날 오전 9시 30분(한국 시간 오후 5시 30분) 정의연 이나영 이사장과 강경란 연대운동국장이 독일 베를린 미테구청을 방문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 이용수(93세) 님의 소녀상 존치를 요청하는 자필 편지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의연은 "전시 성폭력 문제의 상징이자 평화와 인권, 소수자, 약자 간 연대의 상징이 되어온 소녀상을 지켜내고자 세계 시민들에게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지키기 서명을 요청했다"며 "6월 24일부터 7월 1일까지 소녀상 존치를 염원하는 국내외 시민들의 마음을 모은 한국어 성명 개인 3만 902명, 단체 527개, 일어 성명 개인 262명, 단체 25개, 영어 성명 개인 153명, 단체 7개 서명"도 함께 전달된다고 전했다.
"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 한국의 이용수입니다"라는 말로 시작한 이용수 할머니의 편지에는 "독일 베를린 미테구에 있는 소녀상은 우리가 겪은 일본군 위안부의 참상을 널리 알리고 후대가 이런 가슴아픈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소녀상이 없어지면 안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용수 할머니는 "독일이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끊임없이 사과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가슴 아픈 역사를 잊지 않고 후대의 아이들은 이런 아픔을 겪지 않게 하기 위함이며,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도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소녀상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홀로코스트와 마찬가지로 일본군 위안부 역사를 잊어서도 부정해서도 안된다. 후대의 아이들을 위해, 억울하게 희생당한 피해자들을 위해 이런 가슴아픈 역사를 부정하는 세력들에게 우리는 끊임없이 맞설 것이고 그래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부디 역사를 부정하는 세력들에게 굴복하지 마시고 역사를 지키기 위한 우리의 행동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지난 6월 26일(현지시각) 부터 30일까지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와 김병헌 국사교과서연구소장,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요시다 켄지 씨 등 위안부 사기 청산 연대 소속 4명은 베를린 소녀상 앞에서 "위안부 사기는 이제 그만"이라는 카드를 들고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이에 독일 내부에서도 교민들 및 현지인을 중심으로 반대시위가 진행됐다. <연합뉴스>는 독일 여성단체 쿠라지 여성연합을 비롯해 시민단체 극우에 반대하는 할머니들, 독일 금속노조 국제위원회, 독일 집권 사회민주당(SPD) 미테구 청년위원회, 베를린 일본 여성연합, 베를린에 소녀상을 건립한 코리아협의회 소속 100여명이 26일 소녀상 맞은편에서 보수단체의 시위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고 전했다.
정의연은 미테구청의 평화의 소녀상 영구 존치 결정을 요청하는 시민들의 서명이 담긴 성명과 이용수 할머니의 편지를 한국어, 독일어, 영어, 일본어 등으로 번역하여 미테구청에 제출할 예정이다.
성명에서 정의연은 "일본 정부와 극우 역사부정 세력의 철거 압박에 굴하지 말고 평화의 소녀상을 적극 지켜줄 것을 요청한다"며 "평화의 소녀상 영구 존치 결정을 통해, 제국주의자들과 식민주의자들, 역사부정 세력들에게 역사적 진실과 마주해 온 독일 시민들의 역사와 흔들림 없는 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