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과 그에 따른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여파로 최악의 상반기를 보낸 글로벌 금융시장이 더 나빠질 수도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간) 진단했다.
미국 뉴욕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올해 들어 6개월간 21% 급락해 1970년 이후 52년 만에 가장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고, 10년물 미 국채 가격도 1980년 이후 최대폭인 10% 이상 떨어졌다.
특히 위험 자산으로 꼽히는 기술주와 가상화폐 가격의 낙폭은 역대급으로 컸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향후 경기침체 가능성까지 거론된다는 점에서 하반기 반등을 낙관하기도 쉽지 않다.
JP모건의 전략가 니콜라오스 파니거초글루는 과거 11번의 경기침체 때 S&P 500 지수가 고점 대비 평균 26% 하락했다는 점을 근거로 경기침체 가능성의 거의 80%가 주가에 이미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벌어진 주식 투매 현상의 상당 부분은 경기침체 리스크가 아니라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 인상의 직접적 영향 때문이었다고 WSJ은 반박했다. 아직 경기침체 전망이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의미다.
6월 초까지는 기준금리 인상이 채권 금리를 밀어 올리고 미래 이익에 대한 주식의 밸류에이션(평가 가치)을 떨어뜨림으로써 성장주를 중심으로 급락장이 펼쳐졌다면, 이후 투자자들이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침체 가능성에 눈을 뜨면서 채권 금리가 떨어지고 그동안 선방하던 경기순환주가 더 큰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경기침체 우려로 연준이 내년에 다시 금리를 낮출 가능성에 투자자들이 베팅하면서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불과 2주 만에 0.5%포인트 떨어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 이후 가장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그동안 경기침체 가능성을 무시하던 월가의 애널리스트들도 이달 들어 기업들의 향후 이익 전망을 낮추기 시작했다.
제임스 매킨토시 WSJ 칼럼니스트는 "지금 시장은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어 소나기 정도에는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깊은 경기침체가 기업 이익을 다 쓸어갈 경우 투자자들은 물벼락을 맞아 흠뻑 젖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른 나라에서 불거진 경제 리스크가 미국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WSJ이 제기한 첫 번째 국외 리스크는 일본이 국채 금리 상승을 용인할 수밖에 없게 되는 시나리오다.
신문에 따르면 헤지펀드들은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국채 금리 통제를 포기할 가능성에 크게 베팅하고 있다.
헤지펀드들의 예측이 맞는다면 일본 국채 금리가 앞으로 치솟고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서 글로벌 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 자국 금리가 높아지고 환율이 불리해질 경우 일본의 투자자들이 해외 자산에서 발을 빼고 자금을 거둬들일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유럽발(發) 채무 위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이탈리아 재정 위기를 막기 위한 지원 계획을 약속했으나, 북유럽과 서유럽의 '부자 나라'들이 이탈리아에 무리한 조건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이탈리아 채권을 인수하는 정치적 합의를 끌어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매킨토시 칼럼니스트는 "경기침체가 약할 것이고 내년 전까지는 닥치지 않을 것으로 희망한다"면서도 "위험은 크고 시장은 아직도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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