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마치고 1일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일 정상회의를 가장 의미 있는 순방 성과로 꼽으며 '한미일 군사안보 협력' 강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은 귀국길에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3국 정상이 북핵에 대해서 함께 대응을 논의한 것은 이번이 한 5년 만에 처음"이라며 "북핵 대응을 위해서 상당 기간 동안 중단됐던 군사적인 안보 협력, 이런 부분들이 다시 재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원칙론에 합치를 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디테일하고 세부적인 것은 이제 각국의 외교장관과 국방장관, 또 안보 관계자들의 이어지는 논의에 의해 더 진전돼 나갈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지난 29일 한미일 정상회담 직후 일본의 군사력 확장 경계하며 당장의 군사협력 가능성을 낮게 봤던 대통령실 관계자의 설명에 비해 적극적인 태도를 드러낸 것이다.
당시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미일 안보협력은 일본의 집단 자위권 행사 문제, 평화헌법 구조의 제약 문제 때문에 시일이 걸리고 점진적으로 검토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한미일 공동훈련"을 제안하며 "일본의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려고 한다"고 했던 발언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하며 나온 설명이다.
그러나 북핵 공조를 위한 안보 협력을 명분으로 군사력 확장 구상을 드러낸 기시다 총리와 함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3국 협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자유롭게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포함한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필수적"이라며 북핵 대응과 함께 글로벌 차원의 대중 압박의 일환으로 한미일 공조를 주문했다.
이처럼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군사안보 협력 강화에 윤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호응함에 따라 조건부 연장 상태인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가 본격화적으로 논의될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이어 제반의 한일 관계를 좌우하는 핵심 이슈인 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 "과거사 문제와 양국의 미래의 문제는 모두 한 테이블에 올려놓고 같이 풀어가야 하는 문제"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가 양국 간에 진전이 없으면 현안과 미래의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없다는 그런 사고방식은 지양되어야 하고, 전부 함께 논의할 수 있다"며 "우리가 한일 양국이 미래를 위해서 협력을 할 수 있다면 과거사 문제도 충분히 풀려나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중국 반응에 "특정국가 언급할 필요 없다"
윤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을 계기로 한국을 견제한 중국에 대한 질문에는 "특정 국가를 언급할 필요가 없다"며 "어떤 국가에 따라서 호불호가 있을 수 없는 것"이라고 에둘러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한미일 3자회담이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이 어느 특정 국가를 배재하는 것이 아니"라며 "국제사회가 지속가능하게 발전하고 유지되기 위해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공통의 가치관, 또 이 가치를 현실에서 실현해 나가는 규범을 우리가 지켜야 하고, 그 규범에 기반한 질서가 존중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중 관계에 관한 거듭된 질문에도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 외교가 특정 국가를 어떻게 다루느냐 하는 쪽에 치우쳐왔다"고 평가한 뒤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가치, 보편적인 규범을 따르는 것이 중요하고, 거기에 위반된 어떤 행위가 있을 때는 함께 규탄하고 제재하고 이렇게 가는 것"이라고 했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 참석의 목적이 미국과 서방이 이끄는 중국 배제나 견제가 아닌 보편적인 가치에 따른 행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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