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로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워크숍의 화두는 단연 이재명 의원의 당권 도전, 즉 전당대회 출마 문제였다. 워크숍에 참석한 이 의원은 '고민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당내 다수 여론의 반대에 부딪히게 됨으로써 그 고민이 더 깊어딜 것으로 보인다.
24일 민주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전날 밤 이뤄진 워크숍 조별 분임 토론에서는 이 의원 면전에서 직접적인 불출마 요구가 쏟아졌다. 특히 친문계 당권 주자로 꼽히는 홍영표 의원은 이 의원의 면전에서 직접 불출마 요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전체토론에 이어 10명씩 추첨을 통해 조를 배정해 15개 조로 나뉘어 분임토론을 진행했는데, 이 의원은 분임토의에서 홍 의원과 같은 14조에 배정됐다.
이·홍 의원과 같은 토론조에 속했던 고용진 의원은 이날 오전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마음 속에 있는 얘기를 다 터놓고 이야기를 했고 이재명 의원의 전대 출마 문제 관련해서도 각자들 얘기를 아주 허심탄회하게 했다"면서 "이 의원의 전대 출마를 반대하는 홍영표 의원의 목소리가 이미 나왔었고, 그래서 (이 자리에서도) 마찬가지 주장을 홍영표 의원은 하셨다"고 말했다.
고 의원은 "이 의원이 출마하게 되면 당사자인 홍 의원도 출마 여부를 굉장히 심각하게 나가는 쪽으로 고민을 해야 하고, 이런 여러 가지 상황이 복합되면 당내 단결·통합은 어렵지 않겠느냐, 그런 주장을 (홍 의원이) 하고 계시고 어제도 (같은 주장을) 하셨다"고 밝혔다.
라디오 진행자가 "홍 의원이 '이 의원이 불출마하면 나도 불출마하겠다'는 이야기를 했다는 건가"라고 되묻자, 고 의원은 "말은 직접 그렇게 안 했지만 뉘앙스는 그렇다"고 답했다. 조별 분임토론은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긴 오후 11시를 지나 종료됐다. 이 의원은 분임 토론 종료 전 자리를 뜬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분임토론에서 이러한 요구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당대표가 된다 한들 2년 후 총선 지휘까지 임기인데, 개인적으로 상처만 많이 남을 수 있어 여러 가지로 고민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 의원은 "이재명 의원님은 (전대 출마 여부에) 108번뇌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계속 고민하겠다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그는 "(14조의) 일부 참석자들이 (이 의원에게) '조속한 결단을 내려달라'(고 했다)"면서도 "14조의 전반적 의원은 이 의원의 불출마였나"라는 앵커의 질문에는 "노코멘트 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그는 "제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이 의원은 출마에 무게를 둔 것 같다"면서도 "(워크숍 토론회에서) 전반적으로는 '선거 패배의 책임 있는 사람들은 이번 전당대회 출마하지 않는 것이 맞지 않느냐'라는 의견이 주를 이루었기 때문에 이 의원의 출마 의지가 강하다 해도 계속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이날 워크숍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많은 분의 좋은 의견을 들었다"면서도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지금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어서 국민들의 고통이 참으로 극심하다. 국민의 삶을 생각하는 정당으로서 경제위기 극복 방안이나 민생 어려움을 해결할 문제에 대해서 한 번 깊이있는 논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원론적인 답만 했다.
홍 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이 의원의 전대 불출마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아니, 그렇게 직접적으로 얘기한 건 아니다"라며 "이번 전당대회에서 결국은 우리 당을 하나로 단결시킬 수 있고 통합할 수 있는 리더십이 만들어져야 되는데, 과연 이 의원이나 내가 출마하는 것이 거기에 도움이 되는 건지 아닌지 그런 것들을 우리가 판단해 보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홍 의원은 다만 "재선 의원 48명 중 35명이 '이재명도 홍영표도 나오지 말라'고 얘기한 것이 의원들의 위기의식에서 나온 것이다. 그걸 우리가 굉장히 신중하게 받아들여야 된다' 이런 얘기는 같이 공감을 했다"며 "그런 정도로 당이 지금 위기(라는) 의식을 가지고 있는데, 그런 것을 다 무시하고 '내 길을 가겠다'고 하는 것이 당에 과연 도움이 되겠는가"라고 이 의원을 에둘러 겨냥했다.
조별 분임토의 이전에 진행된, 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자유토론 순서에서도 이 의원에 대한 불출마 촉구가 나왔다고 한다. 설훈 의원은 전체 토론 자리에서 이 의원을 향해 "우리 같이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말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낙연계 좌장격인 설 의원은 그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혀왔다. 설 의원은 지난 22일에도 국회의원회관 이 의원실을 찾아 전당대회 불출마를 권유했다고 직접 언급했다.
선제적으로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전해철 의원도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대선과 지방선거를 잘 평가하고 민주당이 가야 할 길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한데 당장 이재명 상임고문이 전당대회에 나온다면 그런 평가가 제대로 되겠느냐"며 이 의원 불출마를 재차 압박했다.
민주당 워크숍에서는 이 외에도 △선거패배 성찰 및 평가 △팬덤정치 △계파정치 △민주당의 향후 진로와 방향 등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인 조승래 의원은 워크숍 결과 브리핑에서 "선거 공천 과정에서 국민 상식 수준에 부합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있었다. 특정 후보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 있는 건 아니고 핵심 당직자들도 함께 반성해야 한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팬덤정치'에 대해서는 "팬덤은 당이 어려울 때 버팀목이었지만 역작용해 국민의 상식과 충돌이 생겼을 때 이 문제에 적극적인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면서 "당심과 민심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데에 의견이 모였다고 전했다.
또 '계파정치'에 대해서는 "'계파'라는 계보보다는 당내 조직, 인간관계 등을 제로베이스에서 새로 구성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며 "당내 기득권 연고인 지역, 운동권 출신, 어떤 정부에서 함께 했는지 (등에 의한 친소관계) 여부를 깨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1박 2일 워크숍을 마치며 '△유능하고 겸손한 민생정당 △국민과 함께하는 강력한 야당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끊임없는 혁신' 등 3가지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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