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예정인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를 두고 이준석 대표와 친윤(親윤석열) 그룹 간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배현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위 구성은 국민의힘 당 문화의 건전성, 그리고 앞으로 더욱 더 발전한다는 약속의 일환으로 지켜보시면 좋겠다"면서도"여기 계신 누구도 '자기 정치' 의도를 혁신위에 담지 않겠다. 앞으로 당 내 건전한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많이 보조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말했다.
배 최고위원의 '자기 정치' 발언은 이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지난 12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자신이 대선, 지방선거에만 집중해왔다며 "이제 제대로 자기 정치 한 번 해보겠다"는 표현으로 앞으로의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혁신위를 둘러싼 배 최고위원과 이 대표 간 갈등은 이날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 13일 비공개 최고위에서도 배 최고위원은 "혁신위는 이 대표의 사조직에 가깝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 최고위원이 쓴 "사조직"은 자신이 참여하기로 했던 당내 '친윤계' 모임 '민들레'에 대해 이 대표가 "사조직"이라고 공격한 데서 비롯된 표현으로 보인다.
혁신위를 공격한 뒤 배 최고위원은 이 대표 지지자들로부터 비판 문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배 최고위원은 이애 대해서도 "일부 극단적인 지지층이 건전한 당 문화가 나아감에 있어서 오해를 사지 않도록 여러분께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건전하게 지켜보면 좋겠다"고 해 다시 한 번 이 대표 측에 불편한 심사를 드러냈다.
배 최고위원은 과거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과 정치적 이해관계를 같이한 것으로 평가받았으나, 지난 대선 이후 윤석열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대통령당선인 대변인을 맡으며 최근에는 친윤계로 분류되고 있다.
'윤핵관 3인방'으로 불렸던 권성동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비공개 최고위에서) 혁신위 구성 관련 논의는 전혀 없었다"면서도 "최고위원들이 자기 책임 하에 추천했기 때문에 서로 존중하는 차원에서 문제제기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권 원내대표는 "혁신위 구성이 다 안 된 것 같다. 오늘 안건이 안 올라온 것을 보니 혁신위원장이 추천하는 위원 추천·동의 절차가 끝나지 않는 것 아닌가"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회의에서 "전 딱히 드릴 말씀이 없다"며 모두발언을 하지 않았다.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대표는 이에 대해 "특별한 현안이 없고 의결 안건도 없었다"며 "별다른 이슈가 없는 상황이고, 기자들과 브리핑을 자주 해서 안 한 말이 없는 것 같아서"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침묵'을 통해 혁신위를 둘러싼 갈등에 대한 불편함을 표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해 8월 '윤석열 정리' 발언 녹취록을 두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갈등하던 당시와, 지난해 11월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 측이 한기호 사무총장의 사퇴를 종용해 논란이 불거졌을 때 등 몇 차례 최고위 모두발언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불쾌감을 표했던 전례가 있다.
한편 이 대표가 제안해 최고위원회에서 의결된 혁신위는 이번 주 출범을 앞두고 있다. 총 15명으로 꾸리기로 한 혁신위원 중 8명은 최고위원이 각각 한 명씩 추천하기로 돼있었고, 전날 추천이 마무리됐다.
이준석 대표는 최재형 혁신위원장을 추천했고, 권성동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 윤영석 최고위원은 여성 초선인 한무경‧김미애‧이정숙 의원을 추천했다. 조수진 최고위원은 김종혁 전 중앙일보 편집국장을, 정미경 최고위원은 이건규 전 제주 서귀포호텔 사장을 추천했다. 김용태 청년최고위원은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을 추천했다.
배 최고위원은 김민수 전 성남 분당을 당협위원장을 추천했다. 성남 분당을은 혁신위를 두고 이 대표와 설전을 벌였던 정진석 의원이 '당협 쇼핑'에 나선 이 대표의 측근으로 지목한 정 최고위원이 새로 당협위원장을 맡은 지역이다. 나머지 7명의 혁신위원 추천 권한은 위원장을 맡기로 한 최 의원이 갖고 있다.
최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혁신위 출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당내 갈등을 경계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최 위원은 "혁신위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것을 안다"며 "우리 당이 개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거나 여기서 안주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면 혁신의 당위성은 논란의 대상이 될 여지가 없다. 공격할 일도 변명할 일도 아니다"라고 했다.
최 의원은 이어 "연이은 승리에 안주하기 쉬운 이 때야말로 그 어느 때보다 선제적이고 과감한 혁신을 할 적기"라며 "지금은 싸우거나 지체할 때가 아니다.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며,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당이 되고, 국민들이 다시 정치를 신뢰할 수 있게 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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