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가 파업을 종료하며 안전운임제 논의가 국회로 넘어갔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지속' 조치에 대해 사실상 일몰제 폐지로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밝히며 국회 협상을 촉구했다. 야당이 일몰제 폐지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여당인 국민의힘은 일몰제 폐지에 신중론을 펴고 있어 최종 합의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은 15일 국회에서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전품목 확대를 위한 법제화 추진 기자회견'에 참석해 "안전운임제 일몰제를 폐지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며 "노정합의에 따라 관련 법 개정이 조속히 이어져야 하는 상황인 만큼, 지체 없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애초 안전운임제는 일몰 1년 전에 국토부 장관이 시행결과를 국회에 보고하고, 이를 근거로 국회에서 개정 논의를 진행토록 되어 있었다"며 "몇몇 국회의원이 일몰제 폐지 내용을 담은 개정 법안을 발의했지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 소위원회에서 관련 논의를 일체 진행하지 않아 오늘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당시 국민의힘 간사 의원실에서 법안 논의에 반대하면서 일몰을 6개월 남긴 현재까지 법안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며 국민의힘의 협조를 촉구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세월 화물 노동자는 도로 위의 시한폭탄이라는 오명을 쓴 채 하루하루 위태로운 삶을 살아왔다. 매 달 수백만 원에 달하는 기름값, 차 할부금을 내고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졸음과 싸우며 하루 13시간 이상 달리고, 길 위에서 쪽잠을 청해야 했다. 목숨을 내놓고 살아가야 했다"며 "안전운임은 이런 화물노동자의 열악한 조건을 바꾸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제도"라고 강조했다.
안전운임제는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돼 최저임금제도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화물 노동자들에게 일종의 최저임금의 역할을 한다. 낮은 운임으로 과로·과적 운행이 일상화된 화물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운임 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가 공표하는 운임이다. 2018년 국회가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화물자동차법) 개정을 하며 안전운임제를 도입했지만, 3년간 시행한 뒤 일몰되는 조항이 포함되었다. 이번 합의는 일몰제 '폐지'가 아닌 '지속 추진'을 합의한 것임으로, 일몰제 '폐지'를 위해선 국회 입법이 필요하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어제 합의가 미봉책이 되지 않도록 국회에서 입법을 통해 확실하게 뒷받침하겠다"며 "안전운임제 연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일몰제 폐지와 적용 품목 확대를 법제화하는 것을 최우선의 입법 과제로 선정하고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국회의 시간"이라고 강조하며 "여당인 국민의힘은 국토부와 화물연대의 합의 이행을 위해서라도 조속히 의장 선출을 비롯한 국회 정상화에 협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지도부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당·정·대 협의회 뒤 기자들과 만나 안전운임제를 연장할지에 대해서 당 내부의 논의를 거쳐서 입장을 정하겠다"며 "정부 보고를 받은 후에 입법 사안이 필요하면 화주와 차주, 정부 입장을 잘 고려해 충실하게 입법 활동을 하겠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정책위가 민주당 조오섭 의원이 발의한 일몰제 폐지 법안 등 여러 법안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서 내부 검토한 것은 맞다"면서도 "아마 오늘이나 내일쯤 (정부가) 설명을 할 텐데, 이후 여러 안과 검토해 입법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바라보는 여야의 시각차가 존재하는데다 정부도 일몰제 폐지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어명소 국토부 제2차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화물연대가 요구한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결국은 국회 입법 사항이라 (안전운임제) 연장을 포함해 여러 논의가 있을 것이고 화물연대 뿐 아니라 화주단체도 참여하게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여기에 국회 원 구성 협상이 공전을 거듭하며 본격적인 논의가 언제 이뤄질 지는 미지수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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