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판결 선고 승소의 기쁨보다도 지난 4년 동안 고생해주신 동료들과 지금 순간을 함께하지 못하고 먼저 세상을 떠난 두 분의 동료에게 죄송함과 동시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며 장현철 비대위원장은 눈시울을 붉혔다.
한국GM의 불법파견 여부를 두고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지난 2018년 문을 닫은 군산공장 비정규직 해고근로자들이 1800여 일 만에 사측에 승소했다.
13일 비정규직 비상대책위에 따르면 지난 9일 인천지방법원 제417호 법정에서 열린 사건번호 2018가합 53312 장달영외 127명이 낸 근로자지위확인 및 임금 관련 등 소송건에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고 밝혔다.
프레시안이 입수한 민사 11부 재판부의 판결문에는 피고인 한국GM은 128명의 원고들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등에 관한 소송건에 대해 당사의 근로자임을 확인하고 고용의 의사표시를 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번 군산공장 비정규직 1심 판결 선고 결과는 이미 지난 2005년부터 한국GM 사측의 불법파견 문제에 대해 유죄 판결이 내려져 예견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판결뿐 아니라 한국GM과 협력업체 관계, 공정 과정 등을 살펴본 결과 도급 관계가 아니라 파견 관계라는 것이 지난 10여 차례 비슷한 판결 내용에서 알 수 있다.
이정열 비대위 대변인은 “일방적인 계약 해지 통보를 받고 1심 판결 선고가 있기까지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함께 해준 직원들과 꾸준히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신 많은 분들에게 죄송하고 감사하다”고 밝혔다.
장현철 비상대책위원장은 “한국GM은 불법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즉각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현장에 정규직으로 복직시켜야 함과 동시에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자동차공장의 불법파견은 이미 확인된 바 있고 제조업에서 비정규직은 불법파견이라는 것을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며 “1심 판결에 이어 항소심, 대법원 판결까지 많은 시간들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지만 잘못된 현실을 바꾸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덧붙였다.
강임준 군산시장과 신영대 국회의원은 “경제적 위기의 아픔만큼 지난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힘들게 싸워온 근로자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며 “향후 이어질 항소심과 대법원 판결까지 승소할 수 있도록 응원을 보냄과 동시에 비정규직 없는 사회, 모두가 평등하게 일하는 현장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1심 판결에서 승소한 한국GM 비정규직 비상대책위원회는 향후 항소심과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군산 경장도 일원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본격적인 소송전에 뛰어들었다.
다음은 한국GM 비정규직 비상대책위원회 1심 판결 승소와 관련한 기자회견 전문이다.
한국GM은 불법 파견 인정하고 더 이상 눈물 흘리게 하지 마라.!!
지난 2018년 2월 13일 한국GM 군산공장이 문을 닫는다고 발표하고 같은 해 5월 31일 공식적으로 폐쇄 절차를 밟고 4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사내 비정규직 해고근로자들의 싸움은 지금도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어느 누구의 힘도 빌리지 않고 퇴직금과 자비로 힘을 모아 외롭게 거대 기업인 한국GM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짧지 않은 시간... 소송을 진행하던 2명의 동료를 차디찬 땅속과 마음속에 묻었고 몇 명의 동료들은 질병과 질환으로 인해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 함께 하고 있는 동료들을 포함한 모든 직원들에게 미안하고 고맙다는 인사를 전합니다.
한국GM은 짧게는 수 년 길게는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비정규직으로 열심히 일해온 우리의 기대와 노력을 짓밟은 채 보내준 것이 계약해지 통보였습니다.
2018년 3월 31일 이후 오늘 2022년 6월 9일 1심 판결 선고가 나기까지 1,800일이 훌쩍 흘렀습니다.
우리 비정규직 해고근로자들이 노동조합을 구성하고 어느 사회단체나 기관의 도움을 받았다면 과연 ‘어땠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힘이 없는 사회적 약자에게 법과 사회는 너무도 냉정했습니다. 이런 상황에 따뜻한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신 분들에게 이 자리를 통해서 머리 숙여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늦어도 한참 늦었지만 오늘 인천지방법원의 근로자지위확인 및 임금 관련 1심 판결 선고는 우리 해고근로자들에게 많은 생각들을 가지게 합니다.
이미 대법원에서 민사와 형사에 걸쳐 한국GM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공정들은 불법파견이라는 판결이 계속 나온 바 있음에도 소송은 너무나도 더디게 진행되었습니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자동차공장의 불법파견은 이미 확인된 바 있고 제조업에서 비정규직은 불법파견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만한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은 쉽게 진행되지 않고 수년을 넘어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명확히 확인된 사실을 판단하는데 왜 이렇게 긴 시간이 걸려야 합니까?
한국GM은 시간 끌기로 일관하며 스스로 권리를 포기하도록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해고하면서 불법파견 문제를 덮으려 했습니다.
한국지엠과 법률대리인 김앤장은 이제 불법파견 범죄의 공조 행위를 중단해야 할 것입니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 불의일 뿐임을 불법파견 문제에서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지엠은 다시 항소하는 파렴치한 행위를 중단하고 불법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해고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복직시켜야 하며 그에 상응한 보상을 해야 합니다.
저희는 잘못된 현실을 바꾸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이 나라에 비정규직 없는 사회, 모두가 평등하게 일하는 현장을 함께 만들어 가겠습니다.
2022년 6월 9일
한국GM 군산공장 비정규직 비상대책위원회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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