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계' 당권 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정진석 의원과 이준석 대표 간 설전이 사흘째 계속되고 있다.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도 간간히 언급되지만, 주 쟁점은 공천 문제와 이를 다룰 혁신위원회 인선이다. '친윤계'와 이 대표가 차기 총선 공천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당내 주도권을 두고 벌써부터 샅바싸움을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의원은 8일 SNS에 "정치 선배로서 한 마디 적는다"며 "최근 이 대표의 언행에 당혹함을 감출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행에 대한 우리 외교안보 라인의 우려를 페이스북을 통해 전했다. (그러자) 정치 선배의 우려에 대해 이 대표는 조롱과 사실 왜곡으로 맞서고 있다"며 "새 정치의 기수로 기대했던 그가 낡은 정치의 암수를 동원해, 논점 흐리기 덮어씌우기에 나섰다. 어디서 이런 나쁜 술수를 배웠느냐"고 비난했다.
정 의원은 이 대표가 '공천과 관련해 이야기하려면 용기가 필요할 것'이라고 한 데 대해서도 "선배 정치인이 당 대표에게 한 마디 하기 위해 그토록 큰 용기가 필요한가. 그런 공개적 위협으로 당의 언로를 막는 것은 3김 총재 시절에도 보기 어려웠다"고 쏘아붙였다.
정 의원은 앞서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에서도 당 혁신위원회 위원으로 최재형 의원과 천하람 변호사가 추대된 데 대해 "이 대표와 아주 가까운 분들인 것 같다", "이준석 혁신위로 시작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 대표도 "왜 이런 비판을 하는데 용기가 필요하냐고 하시는데 남을 저격할 용기는 본인도 저격당할 용기에서 나온다"며 "당의 최다선이자 어른에 정치 선배를 자처하시면서 선제적으로 우리 당내 인사를 몇 분 저격하셨나"라고 맞불을 놨다. 이 대표는 "사람 언급해서 저격하신 분이 저격당하셨다고 불편해하시면 그 또한 내로남불"이라며 "적반하장 하는 게 상습적 패턴이라 이제 익숙해지려고도 하지만 1년 내내 반복되니 어이가 없다"고 했다. 당 최다선 의원이자 국회부의장인 정 의원에게 '내로남불', '적반하장' 등 노골적 비난을 퍼부은 점이 눈에 띈다.
혁신위원 인선에 대해 이 대표는 "혁신위는 저를 포함한 최고위원회 멤버들이 한 명씩 (위원을) 추천하기로 했고, 저는 위원장으로 최재형 의원, 김용태 최고위원은 천하람 위원을 추천한 것"이라며 "저는 최재형 의원님과 따로 식사 한 번 같이 한 적 없다. 혁신위 흠집내자고 사람을 흠집내서야 되겠나"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대선 경선 기간이었던 지난해 9월 최 의원과 냉면 오찬 회동을 한 적이 있다.
친윤계 vs 이준석…당내 주도권 싸움 승자는 누가 될까
정 의원과 이 대표가 설전을 벌이는 배경에는 차기 총선 공천을 둘러싼 '친윤계'와 이 대표 간 주도권 싸움이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혁신위 설치를 발표하며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예측가능한 공천시스템'을 꼽았다. 이 대표의 구상대로 혁신위가 운영되면, 그와 거리가 먼 '친윤계' 인사들이 공천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도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 의원이 이 대표의 구상에 제동을 걸기 위해 나섰다는 것이다.
다만 이 대표의 앞길에는 걸림돌이 하나 있다. 오는 24일 이 대표의 성상납 의혹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의 징계 심사다. 윤리위가 해당 사안에 대해 징계를 결정하면, 이 대표는 조기 사퇴 압박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의혹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가 없는 한 윤리위가 당 대표를 징계하는 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징계가 결정돼도 이 대표가 사퇴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현재 '친윤계'는 명백히 당내 주류 위치를 점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 하반기 국회 원 구성 협상을 압박한다는 명분하에 국민의힘이 이날 발표한 자당 상임위 간사 명단에는 '친윤계' 인사들이 대거 포진됐다. '윤핵관' 3인방으로 꼽히는 윤한홍 의원, 대통령당선인 특보를 지낸 이철규·김성원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예산권을 쥔 예결특위 간사에 김성원 의원이, 입법 절차의 길목인 법사위 간사에 정점식 의원이 배치된 것이 의미심장하다. '노른자' 상임위 중 한 곳인 산자중기위 간사는 이철규 의원이었고, 이용호(문체위)·임이자(환노위) 간사 내정자는 대통령직인수위원 출신이다. 간사단 15명 중 10명은 지난해 8월 윤석열 대통령과 이 대표가 대선 경선 과정에서 갈등할 당시 윤 대통령의 편에 서 이 대표에게 우려를 표하는 '재선의원 일동' 명의 성명에 이름을 올린 의원들이기도 하다.
한편 이 대표와 악연을 이어온 안철수 의원의 역할도 '친윤계'와 이 대표 간 갈등 국면의 변수 중 하나다. 안 의원은 이날 윤 대통령에게 인수위 백서를 건네며 '친윤'에 어필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안 의원은 윤 대통령의 검찰 편중 인사에 대한 질문에 "그렇게까지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행보가 인수위가 그린 청사진에 부합하냐'고 묻자 "처음 그린 그림대로 가고 있다"고 옹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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