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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춤과 나의 문화예술 활동, 스스로 손꼽는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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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춤과 나의 문화예술 활동, 스스로 손꼽는 세 가지

[탈춤과 나] 황선진의 탈춤3

하나. 세월호 매향제(埋香祭)

매향제는 우리나라 서남해안에서 행해지던 공동체 문화의례이다. 당대 민중들의 간절한 염원을 담아 갯벌에 묻는다. 그 민중들의 사는 당대(當代)에는 여러 가지 조건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그 바램을 언젠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아니 제(祭)를 지내는 그 염원으로 가는 실천행동이다. 향나무, 산벗나무 등에 그 염원을 새겨서 갯벌에 묻는다.

전통 공동체 문화 의례를 계승 발전시키고 당대화하려는 목적으로 해마다 단오날을 택해 매향제를 봉행한 것이 다섯 번쯤 되나 보다. 한 번은 전등사에 있는 향나무를 당시 전등사 주지인 계성스님이 그 취지에 동의하면서 주셔서, 강화 동막해안에 묻은 적이 있다.

2014년 우리 모두를 안타깝게 하고, 비장한 슬픔을 안겨주었던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은 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진상이 규명되고 있지 않다. 지금의 사회 시스템, 지금의 권력체제 아래에서는 밝힐 수 없는 흑막이 있을 터이다. 우리는 언젠가 명명백백한 진실이 규명되고, 어린 청소년들, 부모-친척 등을 포함해 범국민의 비원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일념으로 한 해가 지난 2015년 6월 20일 단오날 세월호 매향제를 봉행했다. 희생 청소년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새기고, 이름을 부르면서, 비오는 갯벌위에서 눈물인지, 땀인지, 빗물인지를 흘리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을 묻었다.

다음은 당시 강화뉴스 기사 중 일부이다.

“매향이란 기념이 되는 것들을 향나무 판에 새겨 미래 자손들이 꺼내볼 수 있게 갯벌에 파 묻는 것입니다. 세월호 희생인들을 안타까워한 듯, 갯벌바다도 구슬픈 빗물로 눈물을 뿌려 주었습니다. 갈매기들도 사람들이 뭐하나 하며 주변을 날아다녔습니다.현재 이 풍물단 청년들은 지리산 운봉에 머물며 마음수행과 우리나라의 고유한 전통을 이어가는 백일학교에서 학업에 열심인 친구들입니다. 이들 청년들의 장래에 우리의 미래가 좌우될 수도 있습니다. 이들이 강화도에서 주도했던 진지한 매향행사로 강화의 미래도 환하게 열릴 것입니다.”출처 : 인터넷 강화뉴스(http://www.ganghwanews.com)

▲백일학교 머후리 풍물단 2015년 6월 20일 세월호 희생자의 이름이 적힌 매향판을 묻고 있다.ⓒ황선진
▲백일학교 머후리 풍물단 2015년 6월 20일 세월호 희생자의 이름이 적힌 매향판을 묻고 있다. ⓒ황선진

둘 : 대추리 평화마을 정화수(井華水) 의례(儀禮) : 2006년 6월 25일

2004년, 미국 2보병사단과 용산 미군기지가 평택 대추리 일대로 이전이 결정되었다. 대추리 주민은 미군기지 이전에 반대하며 시위를 했지만, 경찰병력 1만6000명이 동원된 행정대집행에 의해 주민들은 강제로 고향을 떠나야 했고, 대추리에서는 미군기지 이전을 위한 공사가 시작되었다.

▲미군기지 확장을 반대하는 평택 팽성읍 대책위원회 발족식 ⓒ황선진

대추리 마을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 다수의 전국 시민들이 대추리 미군부대 이전 반대 투쟁에 돌입했고, 내가 교장으로 있던 마리학교 교사 및 학생들도 이에 결합하였다. 우리는 사전에 마을 분들과 상의하여 ‘정화수의례’을 봉행하였다.

평택 대추리의 시대정신을 계승/발전시킬 우리 마음의 평화마을을 3차원 너머, 저 하늘 어딘가에 세우기로 했다. 이렇게 세워진 대추리 평화마을은 언제든지 여건만 무르익으면 3차원 공간에 구현시킬 수 있다는 구상이었다. 미군이 언제까지나 이 땅에 머물를 수는 없는 일이다.

▲각자 집의 불을 밝히고, 절을 하는 대추리 마을 분들 ⓒ황선진

대추리 마을을 하나의 공간에 모으고, 그 공간에 대추리 마을의 각 집을 상징하는 촛불, 정화수, 소원지 등을 진설했다. 마을분들은 각각 자기 집의 촛불을 켜고, 정화수를 올리고, 소원지에 각각 자신의 소원을 적어 넣었다. 그리고는 대동춤판이 이어졌다. 투쟁을 예술적으로 승화하였고, 비장한 아름다움이 그 굿판에 있었다. 미군에 대한 메시지도 채택했다.

▲소원지를 태우는 대추리 마을 분들 ⓒ황선진
▲소원지를 적는 마리학교 학생들 ⓒ황선진

대추리에서 미군에게

We are people's nationalist and also cosmopolitan. we hope you, Americans will be the same.

Our soul came from stars. We want star peace instead of star war.

8년 후, 마을이 용산 미군기지 이전부지로 편입되면서 고향 땅을 잃은 평택시 대추리 주민들. 미군기지 확장에 온몸으로 맞섰던 그들은 2007년 5월 935일째 촛불행사를 마지막으로 기억에서 잊혀졌다. 황새울(대추리 벌판)에서 쫓겨난 지 8년이 지난 지금 그들은 도시 빈민으로 전락했다. 고향을 잃었다는 서러움에 화병과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사람도 7명이다. 그들은 '꿈을 잃은 땅'에서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고 있었다.

"언젠가 '미군이 철수하는 날 다시 돌아갈 것'이라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며 "마을을 찾는 사람들이 아픔보다는 평화를 생각하며 전쟁에 반대하는 '대추리'를 기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미군이 철수하는 날, 우리는 하늘로 옮겨놓았던, 대추리 마을을 다시 옛 그 자리에 복원할 것이다. 하늘의 이치에 따라 순리대로 사는 삶의 시스템을 갖추는 아름다운 마을로.

셋 : 전국에 두루 있는 학생집을 지신밟기 하다.(2009년 정월대보름놀이)

2008년 10월 15일 ~ 2009년 1월 23일까지 100일간 제1기 백일학교를 진행했다. 15세에서 19세까지의 청소년들이 15명 입교했다. 붓그림그리기, 풍물-탈춤-소리, 종합예술공연 등이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비롯하여 약 21개 과목이 커리큘럼으로 들어갔다. 종합예술공연은 채희완 선배님께서 총 연출하고, 당시 민족미학연구소 분들과 채선배님 제자들이 헌신적으로 학생들을 맞이하고 가르쳐 주었다. 아마도 이 시기가 탈춤으로 나에게 찾아온 나의 정신, 인맥, 기량 등이 꽃 피운 나에게는 모처럼의 행복한 시간이었다. 종합예술공연은 ‘100일의 꿈’이라는 제목으로 올려졌다.

100일의 꿈

일시 : 2009년 1월17일(토) 오후 3시 ~ 5시

장소 : 부산 자갈치 소극장

(부산대 예술문화영상학과 채희완 교수님의 총괄지도로 이루어진 약 2시간 동안의 공연. 백일학교 학생들이 100일 동안 전국의 스승을 찾아다니며 배운 내용의 공연물. 채희완 교수님은 숙소. 연습장소, 공연 장소, 총 감독 등 공연에 필요한 일체의 지도를 해 주셨다.)

1마당 : 자갈치마을 지신밟기 : 30분

공연무대 한 복판에 제상을 마련하고, 그 제상에 자갈치마을(한시적이고 국지적인 마을)을 구현한다. 마을(공동체)을 구현하는 일은 공연자 및 관객 등 참석자들의 가정을 상징하는 상징물(밥 그릇, 초, 실타래 등)을 제상에 모시는 것으로 한다. 그 마당에서 각 가정, 공동체, 나라, 지구 등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는 굿을 한다. 이를 공동 마당밟이라 한다. 원주 광대패 모두골 정대호 선생과 이지원 선생, 부산 남산놀이마당의 이우창 선생의 지도로 배운 풍물가락으로 친다.

진행 : 풍물패의 인사굿--->참석자 모두 절--->성주풀이--->소지(燒紙) 3번(개인, 공동체, 나라/세상/뭇 생명) --->판굿

2마당 : 장틀 및 양의 자세 : 10분

몸의 기를 다스리는 장틀과 양의 자세는 각각, '큰춤', '작은 춤'이라고도 불린다. 장틀은 8여(呂)의 색깔의 옷을 입고 8궁의 위치에서 선다. 양의 자세는 오방(五方) 색의 옷을 입고 오방의 위치에서 선다. 중앙대 최태현 교수의 곡, 수심정기의 흐름에 맞추어 춤을 춘다.

3마당 : 검무 : 15분

80년대 마당극 '칼노래, 칼춤'에서 공연했던 검무를 당시 그 춤을 추었던 이상운 선생의 지도로 공연한다. 이상훈 선생은 민족전통 24반무예의 전수자이기도 하다. 이 검무는 신라 화랑이 추었다고 하는 본국검이다.

4마당 : 이야기마당극 세거리 : 40분

연극 연출가인 전안수 선생의 지도로 학생들이 스스로 4일 동안 구성한 역할극 세 거리.

5마당 : 봉산탈춤 뭇동춤 : 15분

봉산탈춤의 기본춤으로 구성한 춤으로서 12명의 학생이 함께 춘다. 부산에 있는 민족미학연구소의 손재서 선생님의 지도로 익혔다.

▲100일의 꿈 포스터 ⓒ황선진

나의 만용(蠻勇)이라고 할까, 객기(客氣)라고 할까에 해당하는 일이 졸업식 이후에 벌어졌다. 공동체를 만들고, 그 안에 문화가 살아 숨 쉬게 하려는 생각에 취한 나머지, 2009년 정월 음력 초 삼일부터 보름까지의 기간을 백일학교 학생들 집을 지신밟기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전북 장수, 경북 봉화, 강화 불은면, 경기 여주 등 아마도 4개 지역인 것으로 기억된다. 35인승 버스를 직접 몰고, 학생들 집을 향해서 지신밟기 하러 출발했다. 학생들은 이미 원주의 모두골에서 풍물을 배우고 익힌 터였다.

▲2009년 2월 9일 강화 불은면 넙성리 오0별의 집 ⓒ황선진
ⓒ황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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