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3일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5%를 상회한 데 이어 6월과 7월에도 5%대의 높은 오름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한국은행은 국제유가와 국제식량가격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가운데 최근 팬데믹으로 억눌렸던 소비 수요가 높아지면서 물가상승 확산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5.4% 상승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다섯 달 연속 3%대 상승률을 나타내더니 3월 4.1%, 4월 4.8%를 기록했고, 한 달 5월에는 0.6%가 더 올라 5.4%를 기록했다.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물가 상승률
글로벌 금융위기 때던 지난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로 올라선 것도 2008년 9월(5.1%) 이후 처음이다.
높은 물가 상승률은 기름 등 공업제품이 주도했다. 5월 물가 상승률 중 절반인 2.86%는 공업제품 영향이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8.3%의 물가가 오른 공업제품 중에서는 경유(45.8%), 휘발유(27%), 등유(60.8%), 자동차용LPG(26%)가 모두 오르면서 석유류는 34.8% 상승했다. 이 중 경유는 2008년 7월(51.2%)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외식 등 개인서비스 분야도 대폭 상승해 5월 물가 상승률에 1.57%를 기여했다. 개인서비스를 세부적으로 보면 외식(7.4%), 외식 외(3.5%)가 모두 올라 5.1% 상승했다. 이 역시도 2008년 12월(5.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외식 중에는 갈비탕(12.2%), 생선회(10.7%), 치킨(10.9%)이 가장 많이 올랐고, 외식 외에는 보험서비스료(14.8%), 공동주택관리비(4.1%) 등의 순이었다.
농축수산물은 축산물(12.1%)을 중심으로 4.2%가 올랐다. 축산물 중 돼지고기(20.7%), 수입 쇠고기(27.9%), 닭고기(16.1%), 국산 쇠고기(2.7%)는 사료비와 물류비의 인상으로 덩달아 가격이 상승했다. 농산물 중에는 감자(32.1%)와 배추(24.0%)의 상승률이 높았다.
물가 안정화 대책 내놓았지만...
주목할 점은 이러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앞으로 수개월간 지속해서 5%대가 넘는다는 점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6일 "앞으로 수개월간, 즉 5~7월 물가상승률이 5%가 넘을 가능성은 이미 거의 확정됐다고 본다"며 "당분간 물가 중심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역시 지난달 31일 "물가가 굉장히 불안한 양상이 지속되고 있고 당분간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며 "5%대 물가 지표를 한동안 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석열 정부는 물가를 내리기 위해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 등을 발표하고 있지만, 물가 안정화가 이뤄지기까지는 상당 시간이 걸린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더구나 정부는 소상공인, 취약계층 지원 예산으로 28조7000억 원을 책정해 순차 지급하기로 하면서 물가 상승의 여지를 높여놓았다. 이미 지난 31일, 8조 원대의 소상공인 손실보전금이 풀렸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