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힐을 신은 트럼프'라 불리는 극우 정치인 마저리 테일러 그린 미국 공화당 의원이 최근 발생한 텍사스주 초등학교 총기 난사에 대한 허위 주장을 유포하고 나섰다.
극우 세력이 백인우월주의에 기반해 벌이는 '문화전쟁(Culture war)'의 주요 이슈 중 하나가 '총기 규제' 문제다. 이들은 수정헌법 2조에 명시돼 있는 '총기 소지 권한'을 개인의 자유권으로 등치시켜 신성 불가침의 영역으로 만들었다. 전미총기협회(NRA)의 로비만의 문제가 아니라 총기 문제가 '정체성의 정치'의 한 범주가 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4월 8일 대통령으로 취임한 직후 '유령총(소비자가 부품을 사들려 손수 제작하는 총)' 제한 등 총기 규제안과 관련해 행정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대통령 서명으로 효력을 발휘하는 행정명령은 제한될 수 밖에 없다. 더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규제는 의회에서 법을 통과시켜야만 가능하다. 바이든은 지난 30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총기 규제 문제에 대해 "취할 수 있는 행정조치를 취했고 계속 그런 조처를 할 것"이라며 "그러나 나는 (공격형) 무기를 불법화할 수 없고 신원조회 (규정)을 변경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문제는 공화당 극우세력이 총기 규제를 정책 영역이 아니라 정체성의 영역으로 변환시키면서 협의와 조정을 통한 법률 제정이 과거에 비해 더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26명이 사망했던 2012년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다음으로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텍사스주 유밸디 롭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이후 총기 규제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그러나 공화당 극우세력은 총기 규제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초등학교 총기 참사가 발생한지 불과 나흘 만에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전미총기협회(NRA) 연례 총회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테드 크루즈 텍사스 상원의원 등이 참석했다. 트럼프는 "악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방어할 수 있도록 총기 소지가 허용돼야 한다"며 총기 규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총기 규제 여론에 '물타기'를 하기 위해 전혀 근거 없는 음모론을 유포하고 있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음모론 집단인 '큐어넌'인 마저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조지아)은 지난 29일 밤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에서 팔로워들에게 롭 초등학교 총격범이 "아이라이너를 쓰고, 여장을 하는 등 정신적인 문제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그린 의원은 또 유밸디와 지난 14일 있었던 뉴욕주 버팔로 슈퍼마켓 총기 난사 사건의 총격범들이 "알려지지 않은 제3자에 의해 길들임(grooming)을 당했다"며 이 조종자가 "전직 FBI 요원이라고 전해진다"고 말했다.
이처럼 근거 없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것은 그린 의원 한명에 그치지 않는다. 공화당 폴 고사 하원의원(애리조나)도 트위터에 유밸디의 총격범이 "트랜스젠더 좌익 불법체류자"라고 주장을 했다.
그러나 18세의 유밸디의 총격범이 트랜스젠더라는 근거는 전혀 없으며, 그의 정치 성향에 대해서도 확인된 바 없으며, 불법 체류자도 아니다. 게다가 이런 개인의 성정체성, 이념 성향 등과 총기 난사와는 아무런 상관 관계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우 세력은 총기 규제 여론을 피해하기 위해 총격범에게 정신병자, 성소수자, 좌파, 불법체류자 등 허위 사실에 근거한 '낙인 찍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극우 음모론이 유통되는 사이트 4chan, 패트리어츠 등에선 총격범이 "외계인"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린 의원은 이전에도 샌디 훅 초등학교(2012년), 파크랜드 고등학교(2018년) 등 학교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해 돈을 주고 고용한 배우들이 거짓으로 꾸민 사기극이라고 주장했던 인물이다. 그린은 또 2019년 총기 규제 관련 법 개정을 촉구하기 위해 국회를 방문한 파크랜드 총기 사고 피해자를 쫓아다니면서 자신이 총기 소유자라고 밝히면서 괴롭히는 동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그는 이런 과거 발언 때문에 교육노동위원회 등 상임위에서 제명되는 불명예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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