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의 일꾼을 뽑는 6.1지방선거가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단체장과 함께 지방 의원을 동시에 뽑는 선거이기 때문에 축제처럼 진행돼야겠지만 전북에서의 이번 지방선거는 그다지 반갑지도 축제이지도 않다.
이미 무투표 당선자가 수십명에 이르고 선거브로커에 휘둘린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면서 축제가 아니라 수십년 독점정당의 '그들만의 축제'가 되고 있으며 비위로 얼룩진 선거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을 뿐이다.
또 한가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 있다.
유권자들을 현혹시키는 후보자들의 발언과 공약이다.
선거를 앞두고 하지 못할 말이 없을 터이고 당선되더라도 자신이 한 공약에 대해 적당히 둘러 붙이면 되고 공약이행을 위해 '넉살 좋게 또 한번 뽑아 달라'고 하면 되는 일이라는 것은 이미 30년 지방자치를 보고 경험하면서 터득한 일 일 것이다.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공약이 얼마나 많았던가?
이 틈을 타서 후보자들의 공약은 무차별적으로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 우범기 후보는 "지금이 전주 바꿀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면서 예산전문가, 예산해결사를 자칭하고 있다.
여기에 '예산핵폭탄'을 전주에 투하하겠다고 약속했다.
폭탄도 그냥 폭탄이 아닌 '핵폭탄'이다. 전북도 정무부지사 시절 '예산 8조 원 시대'를 열어본 경험으로 전주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우 후보는 "30년 기재부 실무경력과 다양한 인맥을 활용해 예산해결사의 역할을 해내겠다"고 약속했다.
전주시민의 한 사람인 유권자 입장에서는 "전주에 내려오는 예산 규모가 어느 정도가 돼야 '예산핵폭탄'이라고 불려질지 참으로 궁금하다.
야당 후보가 핵폭탄을 꺼냈으니 여당 후보인 국민의힘 후보는 이에 맞서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국민의힘 김경민 전주시장 후보는 19일 출정식을 마치고 "예산태풍"을 몰고 오겠다고 선언했다.
출정식 기자회견에서 "전주는 민주당 시장 27년간 후퇴를 거듭했다"고 비판했다.
호남제일의 도시이자 6대도시였던 전주는 이제 20위 밖으로 밀려났고 각종 경제지표는 전국 최하위권으로 추락했으며 생동감을 잃고 호남에서조차 주변부로 밀려났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제 민주당으로는 전주를 살릴 수 없으니 윤석열 정부의 강력한 집행력으로 전주를 살리겠다."고 장담했다.
'예산태풍'을 끌고 와 전주를 완전히 바꿔 놓겠다는 것이다.
사실 누가 되든 전주는 '핵폭탄'이든 '태풍'이든 맞이할 것을 생각하면 하여간 즐거운 비명을 질러보길 기대하고 싶은 생각도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핵폭탄후보'와 '태풍후보'가 자웅을 겨루는 사이에 '자중'을 촉구하는 정의당 서윤근 후보도 있다.
서윤근 후보는 "민주당은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자만과 오만에 빠지고 오직 호남표심에만 의지한 채 전주의 미래 걱정은 뒷전"이라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서 후보는 "정체된 전주 30년은 지방자치 권력을 독점했던 민주당의 기득권 때문"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한다. 전주 시민의 삶이 아닌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켜온 민주당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서윤근 후보는 "온갖 핑크 빛 개발공약을 내세우는 후보들에게 '자중'할 것을 촉구하면서 전주시민이 함께 책임지고 누리는 공적이익을 추구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선거는 한번 끝나면 4년 후에나 치러지게 된다.
식상한 말 같지만 지방자치도 강산이 세 번이나 변할 30년을 겪어 봤으니 이제는 '머슴에게 속았다'는 말도 핑계가 될 수 없다.
남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라도 후보들의 공약과 언행을 세밀하게 따져보고 사심없이 지역을 위해 일 할 후보를 선택을 해야 할 책임도 유권자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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