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4일 인사청문회에서 26년 동안 노동운동을 했던 후보자가 삼성의 '노조무력화' 시도를 잘못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가 삼성으로부터 억대의 자문료를 받은 '삼성장학생'이라는 비판과 함께 "삼성을 변호하느냐"는 질타가 터져 나왔다.
이 후보자는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노동조합이 버젓이 있는데도 노사협의회와 임금 협상을 하는 삼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노조 무력화 꼼수가 아니냐"는 강은미 정의당 의원의 질문을 받았다.
이에 이 후보자는 "국민들이 보기에 삼성이 변화되고 노력에 충분히 부응하는가는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노동조합의 단체 교섭권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원론적인 답을 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삼성그룹 전체 계열사에서 노동조합이 아닌 '노사협의회'를 통한 임금 협상을 합의해 공표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2020년 5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무노조 경영 폐기 선언을 했지만 노조에 교섭권을 주지 않음으로서 노조를 무력화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삼성그룹이 2012년 작성한 S그룹 노사전략 문건에는 노사협의회를 노조의 대항마로 보고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방안이 담겨 있기도 했다.
강 의원은 계속해서 삼성의 '노조무력화' 시도가 '잘못'이냐고 따져 물었으나, 이 후보자는 그 사실을 말하지 못하고 답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강 의원은 "지금 삼성을 변호하냐"며 호통을 치기도 했다.
약 30년간 한국노총에서 노동운동을 했던 이 후보자는 삼성의 노조 무력화 시도에 대한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못했다. 그 이유로 '삼성장학생'이었던 그의 이력이 도마에 올랐다. 2020년 9월부터 고용부장관 후보로 지명된 지난달 중순까지 이 후보자는 삼성전자 노무 자문위원으로 재직했다.
이 후보자는 삼성전자에서 자문료로 매달 200만 원씩 총 38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국세청 확인 결과 삼성생명·삼성물산 등 다른 핵심 계열사와 경제연구소인 삼성글로벌리서치에서도 자문·용역을 수행하고 약 1억2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평생이라 할 만큼 30년 동안 노동계에서 활동하신 분인데 노조를 이용해서 기업 편에 서서 돈벌이를 했다"며 "억대 사례를 받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렇게 하고도 노동부장관의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며 "실제로 삼성에 노조 대응한다는 자문을 하고 1년에 억대 사례를 받은게 맞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 후보자는 "노조 대응은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노 의원이 "억대 (자문료를) 받은 것은 사실 아니냐"고 물으니 "돈은 맞다"고 답했다.
노 의원은 "삼성으로부터 얼마를 받았는지 제출하라고 했더니 급여명세서 등을 제출하지 않고 서면 답변으로 월 200만 원 정도를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국세청 자료를 보면 삼성물산 2900만 원, 삼성생명 2500만 원, 삼성글로벌리서치 3000만 원 등의 자문료가 이 후보자에게 입금됐다. 이 후보자는 삼성화재, 삼성 SDS, 삼성 SDI 등으로부터도 자문료를 받았다. 삼성그룹 전체로부터 돈을 받아놓고는 국회에 속여서 답했다. 위증죄다. 국회를 속이고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이 후보자는 "이번 청문 준비하는 과정에서 알았다"고 답했다. 그러자 노 의원은 "그걸 말이라고 하느냐"며 "삼성전자는 까먹지 않았는데 삼성물산 등은 까먹지 않았냐"고 재차 지적하자 "그건 제가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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