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한의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시험 발사 등 최근 엄중해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 측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했다. 중국 측은 건설적 역할을 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3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류샤오밍(劉曉明) 중국 정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를 만난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북한의 일련의 미사일 발사와 풍계리 핵실험장 복구 등 최근 동향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북한이 추가 상황 악화 조치를 자제하고 대화로 복귀할 수 있도록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외교부는 류샤오밍 대표가 "한반도 및 역내 정세 안정을 위한 유관국들간의 긴밀한 협력 필요성에 공감을 표하고, 이를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평가"했다며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건설적 역할을 수행해 나간다는 중국측의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양측 협의는 이날 오전 10시에 시작해 정오가 넘어서 마무리됐으며 오찬까지 이어졌다. 이에 양측이 북핵 문제와 관련한 중국의 역할론 및 미국의 입장 등에 대해 상반된 의견을 보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양측 간 대화는) 굉장히 솔직하고 기본적으로 우호적이었다"며 "최근의 한반도 상황이 엄중하다는 기본적인 평가를 공유했고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기 위해서 한중 간 협력할 분야가 많다는 점에 대해서도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솔직하게 의견을 공유했다는 것이 양측 간 북핵 문제와 관련해 입장 차를 보인 것 아니냐는 지적에 이날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외교적으로 솔직하다는 것은 양측 의견이 평행선을 달렸다는 것도 있지만 거리낌 없이 의견을 교환했다는 의미도 있다"며 "북한 문제를 포함해 한반도 문제는 (한중 간) 이해가 상치되는 부분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외교부는 북핵 문제에 대해 중국과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고 밝혔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및 미중 간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북한의 ICBM 시험 발사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일치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 속에 중국도 이전보다 더 강경한 입장을 표한 것으로 관측된다.
즉 미국 등이 북한의 핵 활동을 억제하기 위해 중국이 역할을 해야한다는 이른바 '중국 역할론'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 이전보다 강하게 반발하면서, 미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류샤오밍 대표는 협의 이후 외교부를 빠져나가면서 취재진에게 "한반도 정세에 새로운 국면이 조성됐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이 지난 1월 ICBM 시험 발사와 핵실험 유예를 철회했다는 상황 변화를 인식해야 한다는 뜻으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내기 위해 제재 완화 등 보다 전향적 조치가 있어야 함을 미국에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류샤오밍 대표는 이날 오후에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 및 최영준 통일부 차관과 만남을 가졌다. 그는 7일까지 한국에 머물면서 새 정부의 외교 안보 주요 인사들과도 만남을 가질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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