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인이 신임 국가안보실 1차장으로 발탁한 김태효 성균관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2008~2011년), 대외전략기획관(2011~2012년)을 지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책'을 주도했던 그는 외교안보 분야에 이명박 정부의 '실세'로 통했었다. 그는 '비핵·개방·3000(북한 핵 포기 시, 지원,北개방을 통해 북한 1인당 소득 3000불 달성을 가능케 하겠다)'을 입안했으나, 북한 측은 정작 이에 대해 강력 반발했었다.
김 전 기획관은 2012년 6월 이명박 정부 당시 한일정보보호협정 '지소미아(GSOMIA) 밀실처리' 논란의 중심에 있었고, 북측이 '돈봉투 정상회담 제안' 당사자로 지목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군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공작 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기도 했고, 과거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가 개입할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이 담긴 논문 등으로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대북 강경파인 김 전 기획관이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일할 당시, 박왕자 씨 피살 사건, 2차 핵실험, 천안함 사건, 서해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이 등이 벌어졌고 남북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김 전 기획관은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시절 쓴 '한반도 유사시 일본의 역할:미·일 신방위협력 지침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일본이 한반도 유사 사태에 개입하는 것이 기정사실화되는 것은 평상시 대북 억지력을 증대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라고 해 논란이 일었었다. 2006년 성균관대 교수때 쓴 '한일관계 민주동맹으로 거듭 나기' 논문을 통해서도"자위대가 주권국가로서의 교전권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에 영원히 있어야 한다는 논리는 대단히 편협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기획관은 과거 칼럼에서 자신의 성향을 그대로 드러내 왔다. 북한과 관련된 칼럼은 강경파의 면모를 잘 보여준다. 그는 외교안보에 있어서 일본과 군사 협력을 강조하는 칼럼을 써 왔고, 중국에 대해서는 '반중 정서'가 드러나는 칼럼을 써 왔다.
또 다른 독특한 사실은 그가 존 미어샤이머 미국 시카고대 석좌 교수를 사사했다는 점이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국제 정치학에서 '힘의 논리'를 중시하는 학자로 '공격적 현실주의'를 주창했다. 국제 정치는 '힘에 의한 평화'만이 가능하다는 이론인데, 미어샤이머 교수는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미국과 나토가 러시아를 전쟁으로 유도한 것"이라며 서구 주류 학계의 분석과 달리 '나토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하며 주목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우리도 과거사 재점검해야"…"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체결해야"
김 전 기획관은 2017년 9월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 단행 이후 실린 9월 18일자 "한·미·일 안보 협력 말고 다른 길은 없다"라는 제목의 조선일보 칼럼을 통해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체결을 주장했다.
그는 칼럼에서 "문재인 정부는 안보 협력으로 일본과 신뢰를 쌓고 협력의 관행을 정착시켜 가다 보면 과거사 문제의 해결 실마리도 찾을 수 있다는 역발상(逆發想)을 꾀해야 한다. 작년에 체결한 한·일 정보보호협정(GSOMIA)으로 양국이 북한에 관한 군사 정보를 공유하는 차원을 넘어 7년간 보류돼 온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을 조속히 체결하여 대북 억지력을 배가하고 한반도의 돌발 상황(contingency)에 공동 대처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또 2015년 8월 3일자 조선일보 칼럼 "사과받는 나라와 사과하는 나라"를 통해 "추가적으로 드러나는 과거의 불편한 진실들을 부인하거나 약화시키고자 하는 일본 정부의 일관된 시도는 국제사회 그 누구도 정당화하지 못한다"라고 하면서도 "한국과 일본이 서로 협력해 얻을 혜택이 안보와 경제 영역을 망라해 즐비한데도 그 필요성을 역설하려면 '친일' 낙인이라는 크나큰 정치적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일본인의 마음을 단순하게 축약하면, 약속하고 합의한 내용을 어기는 한국을 못 믿겠다는 것이다. 강제 징용 문제는 분명히 1965년 수교 당시 정부 간 약속으로 명문화해 사과하고 보상했는데 한국 법원의 판결과 한국인의 여론은 아직도 일본의 책임을 묻고 있어 곤혹스럽다는 것"이라고 소개한다. 그는 이어 "(일본 입장에서 보면) 위안부 문제에 관해 일본이 사과를 해도 과연 한국인들이 이를 마지막 사과로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나아가 그러한 합의에 동의한 한국 정부가 과연 국내 여론을 만족시킬 수 있겠는가 하는 걱정"이라며 일본의 입장을 언급한 후 "한국의 기대를 완벽하게 충족시킬 만큼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충족시키고자 노력할 마음이 상대방(일본)에게 있다면 우리도 과거사 문제에 관한 원칙과 입장을 재점검할 때가 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과거사 문제에 대해 한국의 원칙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이 칼럼이 실린지 약 4개월 후인 2015년 12월에 박근혜 정부는 한일 위안부 협정에 서명했고, 졸속 협상 논란이 크게 일었다.
중국에 대한 김 전 기획관의 시각을 엿볼 수 있는 칼럼도 있다. 그는 2016년 10월 22일자 조선일보 칼럼 "공자를 극복해야 동아시아가 화목하다"에서 "한국이 북한의 핵미사일을 막으려고 미사일 방어 체계를 놓겠다는데 용납할 수 없다면서 으름장을 놓거나 자국의 어선들이 이웃 나라의 바다를 유린하고 폭력을 행사해도 사과 한마디 없는 중국의 태도는 주변의 작은 나라를 대하던 중화사상(中華思想)과 조공질서(朝貢秩序)에 대한 향수에서 비롯되는지도 모른다"고 평가한다.
칼럼은 "자신에 대한 주권 개입은 반대하면서 이웃에 대한 주권을 자의적으로 침해하는 중국에 대해 과연 한국은 자신의 주권을 지켜내기 위한 노력을 얼마나 기울여왔는가. 북한이라는 난제를 다루면서 반미(反美)와 반일(反日) 정서가 우방 간의 공조를 저해하는 일이 빈번했던 것 이상으로 막연한 친중(親中) 정서가 한국 외교의 원리원칙과 입장을 개진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고 지적한다.
김 전 기획관은 "근거도 없는 광우병 괴담을 시작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3년간 반대하던 사람들이 똑같은 협정을 중국과 맺을 때는 별말이 없었다. 일본 자위대가 독도를 공격할지 모른다는 (근거가 희박한) 가설에는 집착하면서 중국 정부가 북한의 핵개발과 대남 도발에도 계속해서 북한에 경제 지원을 하는 현실을 좀 더 엄중하게 다루는 대중(對中) 정책은 펴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중국이라는 덩치가 부담스러워 할 말과 해야 할 조치를 유보하고 북한을 끊임없이 달래고 도와야 언젠가 문제가 해결된다고 믿는 것은 남의 자비로운 선택에 나라의 운명을 맡기는 형국"이라고 주장했다.
막연한 '친중 정서'를 경계하고 중국에 대해 '할 말'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