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사무실의 소재도 분명하지 않은 회사에서 열 달간 약 3000만 원의 급여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일 더불어민주당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윤건영 의원은 박진 후보자가 '요즈마인베스트먼트'라는 회사에서 2019년 2월부터 그해 12월까지 근무하며 총 3192만 원의 급여를 받았는데, 이 회사의 등기상 주소에는 해당 사무실 간판도 없는 주거용 빈집이 있었다고 밝혔다.
해당 회사는 2019년 1월 16일 설립됐으며 박 후보자는 '고문'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회사의 등기상 사업 내용은 △경영컨설팅, △중소기업 사업성 평가, △중소기업에 대한 사업의 알선,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의 알선, △해외투자자본 투자주선 등이다.
회사의 대표이사인 이 모씨는 2015년 2월 설립한 요즈마그룹코리아의 대표이사도 겸하고 있다. 이 회사는 강남구 논현동에 사무실이 있는데 박 후보자가 급여를 받은 요즈마인베스트먼트 역시 같은 주소에 사무실을 두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요즈마인베스트먼트는 올해 1월 용산구 한남동으로 기업 주소지를 변경했다. 윤건영 의원실에 따르면 변경된 주소지에는 회사 간판 등이 보이지 않았고 초인종을 감싸고 있는 비닐도 벗겨지지 않은 채로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윤 의원실은 비정기적으로 해당 건물을 관리하러 온다는 한 관리인이 "이 건물은 주거용 집이다. 회사 같은 것은 없다. 오랫동안 비어 있었다"고 설명했으며 이 건물의 등기부등본에서도 요즈마인베스트먼트 또는 대표이사 이 모씨가 매매 또는 임대 계약을 체결한 기록을 찾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전 주소지인 강남구 논현동에도 요즈마그룹코리아라는 간판만 있을 뿐 박 후보자가 급여를 받았다는 요즈마인베스트먼트의 흔적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후보자가 요즈마인베스트먼트 고문으로 재직하던 당시 그는 케이프라임컨설팅이라는 기업 경영 자문 회사의 대표를 하고 있었다. 이 회사는 2017년 11월 설립했으며 박 후보자가 21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직후인 2020년 5월 폐업했다.
이에 윤 의원실은 "박 후보자는 케이프라임컨설팅의 형식적 대표자가 아니라 이 회사를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만들고 운용한 실제 책임자였을 가능성이 높다"며 서류상으로 컨설팅 회사를 설립한 뒤 요즈마인베스트먼트 외에 여러 기업에서 자문료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자 측은 윤 의원실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 "후보자는 요즈마인베스트먼트에서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과 외국 기업의 한국 투자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시장 개척 등 대외적 업무에 대한 자문 역할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다만 박 후보자는 구체적인 자문 내용에 대한 답변은 하지 않았으며, 급여 외 회사로부터 받은 지원에 대해서는 "통상적인 범위 내에서 지원 받았다"고만 답했다.
이에 윤 의원은 "요즈마인베스트먼트가 설립되자마자 후보자가 해당 회사의 고문으로 재직하며 돈을 받은 것은 누가 보더라도 특수 관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본인이 설립한 컨설팅회사 역시 어떤 기업을 위해 어떤 컨설팅을 한 것인지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요즈마인베스트먼트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 보이는 요즈마그룹코리아는 이스라엘에 있는 요즈마그룹의 한국 법인이다. 이 회사의 홈페이지에 게시된 투자 내역에도 이스라엘 기업이 비중이 56%에 달한다.
이와 관련 윤 의원은 "해당 기업이 이스라엘 자본에서 출발한 기업인 만큼, 우리의 외교를 책임질 장관 후보자로서 본인의 역할을 명확히 밝히고 활동 상세 내역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해당 의혹과 관련해 요즈마그룹코리아 측은 "요즈마인베스트먼트는 요즈마그룹코리아의 100% 자회사"라며 "박진 장관 후보자가 고문으로 재직한 2019년 당시 요즈마인베스트먼트는 요즈마그룹코리아와 함께 신사동 ICT타워에 위치했다"고 설명했다.
요즈마그룹코리아 측은 요즈마인베스트먼트가 현재 등기상 주소에 위치하지 않는 것에 대해 "2022년 1월 입주를 위해 주소지를 이전했으나 건물 하자 문제로 입주가 잠정 보류된 상황"이라며 "후보자가 2019년에 근무했던 회사가 2022년에 이사갈 곳이 현재 비어 있다고 해서 문제시하는 게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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