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SNS) 트위터가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인수 제안을 수락했다. 트위터의 혐오표현 및 허위정보 제재에 불만의 표시해 온 머스크의 인수로 관련 정책이 후퇴해 온라인 공론장에서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배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제재가 완화될 경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트위터에 복귀할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막상 트럼프가 주도한 플랫폼은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로 설 자리를 잃고 가치가 폭락했다.
25일(현지시간) 트위터는 자사를 주당 54.2달러에 머스크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트위터는 보도자료를 통해 약 440억달러(약 55조원)에 이르는 거래가 완료되면 트위터가 비상장사로 전환될 것이라고 고지했다. 트위터가 비상장사로 전환될 경우 시장 감시 및 상장사에 부과되는 규제에서 벗어나며 머스크의 구상이 실현되는 데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의 인수 계획이 알려진 뒤 이사회의 승인 없이 지분을 15% 이상 취득하면 다른 주주들이 할인된 가격에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경영권 방어수단 포이즌필(poison pill)까지 예고하며 반발했던 트위터는 머스크가 실제로 자금 조달 계획을 내놓자 협상에 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위터 이사진이 주주 및 투자자들로부터 머스크의 제안을 수락하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전했다. 매체는 주주들이 트위터 주가가 머스크가 제시한 금액 이상으로 오를 것인지 확신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머스크의 제안 금액인 주당 54.2달러는 주당 6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던 트위터의 최근 1년 최고가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이달 1일 종가보다는 38% 높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2018년과 2019년의 2년을 제외하고 흑자를 내지 못했던 트위터의 경영 상태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트위터는 이 거래가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승인됐으며 주주 및 당국의 승인 절차에 문제가 없으면 올해 안에 완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전 당국자 취재를 통해 규제당국이 이 거래를 살피긴 하겠지만 인수에 반대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망했다.
트위터는 인수 소식을 알린 보도자료에서 머스크가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작동의 기반이고, 트위터는 인류의 미래에 중요한 문제가 논의되는 디지털 광장이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머스크는 또 "나는 새로운 기능으로 제품을 개선하고 신뢰를 증진시키기 위해 알고리즘을 오픈소스로 만들고 스팸봇을 타도하고 모든 사람을 인증하게 해 트위터를 어느 때보다 더 낫게 만들고 싶다. 트위터는 굉장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가 공론장에서 이미 소수민족 탄압 및 선거 개입 등의 막대한 부작용을 낳은 것으로 확인된 혐오·폭력·선동·허위정보에 관련된 콘텐츠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데 대해 여러 차례 불만을 표시해 온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함에 따라 트위터의 관련 정책에 큰 후퇴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로이터> 통신은 국제앰네스티가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뒤 트위터가 온라인상 혐오 발언을 완화하기 위해 고안된 정책 집행을 약화시킬 것이 우려된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마이클 클라인만 국제앰네스티 미국지부 기술 및 인권국장은 트위터가 향후 여성·성소수자를 포함해 가장 취약한 이용자들에 대한 폭력적이고 모욕적인 언사에 대해 눈을 감는 행태를 보일 수 있다고 이 매체에 말했다.
휴먼라이츠워치 디지털 권리 연구자이자 활동가인 데보라 브라운도 "누가 트위터를 소유하든 회사는 플랫폼을 사용하는 전 세계 사람들의 권리를 존중할 책임이 있다. 정책·알고리즘·기능의 변화는 크든 작든 불균형하고 때로 오프라인상의 폭력을 포함한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표현의 자유는 절대적 권리가 아니다. 그것이 트위터가 가장 취약한 사용자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투자할 필요가 있는 이유"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트위터가 혐오 표현 등에 대한 정책을 폐기할 경우 이용자 보호를 위해 플랫폼에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는 유럽연합(EU) 내 국가에서 사업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유럽연합이 지난 23일 발표한 디지털서비스법(DSA)과 머스크의 구상이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연합 의회는 이 법안에 합의하며 월 이용자 4500만명 이상의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이 혐오 발언·테러 선동 등 유럽 연합 회원국들이 불법으로 정의한 콘텐츠에 대한 제재 방안을 마련할 의무를 부여했다. 이 법을 위반할 경우 기업은 전 세계 연간 매출의 6%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 받을 수 있다.
트럼프 주도 SNS 설 곳 잃으며 가치 폭락…트럼프 "트위터 계정 복구되도 복귀 안 할 것"
머스크의 구상이 실현될 경우 소셜미디어에서의 선동이 현실 세계의 폭동으로 직결된 사례 중 하나인 지난해 1월 미 의회의사당 난입 사건으로 트위터 계정이 영구 정지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트위터 복귀가 가능해질 수도 있다. <CNN> 보도를 보면 25일 트위터 최고경영자 파라그 아그라왈은 직원들로부터 트럼프 복귀에 대한 질문을 받자 "머스크에게 물어봐야 한다"며 "거래가 완료되면 플랫폼(트위터)이 어떤 방향으로 갈 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자신은 계정이 복구되더라도 트위터에 돌아갈 생각이 없다고 미국 매체 <폭스뉴스>에 25일 밝혔다. 트럼프는 대신 트위터에서 퇴출된 뒤 주도해 만든 플랫폼인 트루스소셜에서 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머스크가 트위터에서 혐오 발언 및 허위정보를 걸러내는 정책을 후퇴시킬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어떤 발언에 대해서도 제재하지 않을 것을 가장 큰 장점으로 내세운 트루스소셜의 입지 자체가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트루스소셜 운영사와 합병 예정인 특수목적법인(SPAC) 디지털월드에퀴지션(DWAC)의 주가는 25일 13%나 하락한 35.7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0월 합병 예정 발표 당시 90달러를 넘겼던 디지털월드 주가는 2월 트루스소셜 서비스가 시작된 뒤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으며 하락세였으며, 머스크가 트위터 지분을 인수했다고 발표하기 직전인 이달 1일에 비해 44%나 하락했다.
<CNN>은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로 일부 억만장자들의 미디어 소유 대열에 합류했다고 봤다.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이조스는 2013년 미 일간지 <워싱터포스트>(WP)를 인수했고 세일즈포스 창립자 마크 베니오프는 2018년 미 주간지 <타임>을 사들이기도 했다. 매체는 "트위터는 전통적 미디어 회사는 아니지만 미디어 산업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트위터 인수 계약으로 머스크는 미디어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억만장자 중 하나가 됐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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