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상 연세대 탈춤연구회 76학번, 연대탈박 동문회장이 '장시' 형태의 글을 [탈춤과 나]에 보내왔다. 공유상의 장시를 5회에 걸쳐 싣는다.
격랑
삶은 때때로 감당할 수 없는 파고를 만나곤 한다.
휩쓸려 정신을 잃고 표류하다
무언가를 붙잡고 기어 나오면
거긴 전혀 다른 삶이 기다리고 있다.
자신의 의지와는 독립적으로!
대학교 2학년
탈춤반의 실기부장으로
후배들을 가르치게 되었다.
춤, 탈춤의 역사, 역사적 배경 등을
춤사위는 엄숙하게 깊이를 더해갔다.
아무 것도 없는 사람들,
이름조차 갖지 못한 사람들,
길에서 나서 길에서 살다 길에서 죽는 사람들,
삶과 오감을 장단에 실은 사람들,
그들의 삶과 춤을 알게되면서
정당한 저항을 알게 되었고
당시의 정치 상황은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1977년 10월
연세대학교의 대규모 시위에
강제로 편입되어 구속이 되었다.
소위 얼치기 운동권이 된 것이다.
2년 가까운 감옥생활은
민초들의 삶과 부대끼며 섞어지게 했다.
1979년 8,15석방
10.26 대통령 시해사건
12.12 ㅡ 1980년 민주화의 봄
그리고 5,18!
비겁하고 소심한 조그만 청년은
감당하기에는 벅찬, 너무나 벅찬 격랑에 휩싸여 표류했다.
그 엄혹한 격류에 휩쓸리는 동안에도
감옥에서 탈춤도 가르치고
80년 봄에는 공장의 불빛 공연도 하고,
민주주의의 상여를 메고 요령을 잡기도 했다.
민중들의 춤은
집단으로서의 아픔의 표현이며
유토피아를 향한 바램의 발로이므로
역사적 상황과 떼어낼 수 없다!
그 안에서 허부적대는 개인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단절
격동의 1980년을 지나면서
사회를 움직이는 구체적인 힘에 대한 성찰이 시작되었다.
사회의 변혁이나 혁명은 민중으로 부터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인텔리겐챠들은 공장으로 향한다.
1980년 광주의 죽음과 슬픔을 안고
인천 부평 4공단의 공장으로 향했다.
욕처럼 남은 목숨!
광주의 비극은 평생을 안고 가야하는
채무가 되고 자괴가 되었다.
빚진 자가 되어 남은 생을 드려야 한다고 다짐했다.
공장에서 저임금, 장시간 노동, 임금체불에 힘들어 하는 동료들을 보면서,
기계에 손가락이 두두둑 잘려 나간 동료를 등에 업고 치료해 줄 병원을 찾아 효성동 일대를 헤매며,
경찰서에 끌려가 위장취업한 빨갱이 새끼라고 쪼인타 까이며,
노동자들의 삶의 기본을 인정해 달라는 전단을 거리 거리 뿌리며···
누군가 물어 온 적이 있다.
봉산 탈은
웃고 있는거냐?
울고 있는거냐?
민중의 춤은 그들의 지친 삶의 표현이다.
고통과 아픔을 헛헛한 웃음으로 승화시킨 페이소스다.
그것을 웃음이라 부를 것인가?
속 울음이라 부를 것인가?
부평 경찰서에서 매를 맞다가
문득
때리는 형사가 불쌍해 보였다.
형님! 힘드시죠. 죄송합니다.
좀 쉬었다 하세요.
때리던 형사는 순간 멈칫하더니
맥없이 씨익 웃으며
야, 담배 한 대 펴라. ···미안하다.
그렇게 두사람은 나란히 바닥에 앉아 긴 담배를 나눈 적이 있다.
아마 그 순간
취발이와 탐욕적인 늙은 중의 싸움이 끝나고
무당 미얄 할멈이 나와
미친듯이 굿을 하며 해원하는
민중 정신이 강림했었나 보다.
고통을 품은 미소는
어떤 비명이나 절규보다 호소력이 있다.
[탈춤과 나] 원고 청탁서
새로운 언론문화를 주도해가는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http://pressian.com)이 <사)민족미학연구소>와 <창작탈춤패 지기금지>와 함께 탈춤에 관한 “이야기마당”(칼럼 연재)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젊은 시절 탈춤이 좋아서, 쏟은 열정이 오롯이 담긴 회고담이거나 증언, 활동일지여도 좋고 아니면 현금 문화현상에 대한 어기찬 비판과 제언 형식의 글이어도 좋습니다.
과거 탈춤반 출신의 세대에게는 아련한 추억을, 신세대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전통문화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글 내용이면 충분할 것입니다. 한 때나마 문화패로서 탈꾼으로서 개성넘치는 숨결을 담아내면 참 좋겠지요.
글 말미에는 대학탈춤패 출신임을 밝혀주십시오(대학, 학번, 탈춤반 이름 및 현직)
그리고 이와 관련하여 사진(1-5매)이나 시청각 자료도 곁들여 캡션을 달아 보내주시면, 지난 기억이 되살아나 더욱 생생한 느낌을 전달해줄 것입니다.
알뜰살뜰한 글과 사진제공에 대한 원고사례비는 제공되지 않고, 다만 원고가 묶여져 책으로 발간될 때 책 두 권 발송으로 사례를 대신합니다.
제 목 : [탈춤과 나] (부제로 각자 글 나름의 자의적인 제목을 달아도 좋음)
원고 매수 : 200자 원고지 15-30매(A4 3-5장)
(사진 등 시청각 관련 자료 캡션 달아 첨부하면 더욱 좋음)
보낼 곳 : (사) 민족미학연구소 (namihak@hanmail.net) 채 희 완 (bullim204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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