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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과 애국심, 그리고 보훈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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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과 애국심, 그리고 보훈의 길

[보훈문화의 표층과 심층]

"평화와 관련하여 보훈의 현재적 가치를 살펴보면, 평화는 안보가 선행되어야 비로소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보훈정책이 제2의 안보정책이라고 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사회의 평화를 위해서는 굳건한 안보의식과 보훈의식이 동반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런 안보는 국방에 한정되는 문제가 아니다."(서운석, "우리 사회 평화에 대한 보훈의 역할", <보훈, 평화로의 길>, 모시는사람들, 2021, 90쪽).

2022년 2월 2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특별 군사작전’ 개시 선포 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지 벌써 두 달이 되어 간다.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는 참상은 4월 11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직접 우리 국회 화상 연설에서 고발한 참혹한 광경을 통해서도 전달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연설에서 공개한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시내는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초토화된 모습이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피에 젖은 시신을 안고 절규하고 있다. 이런 영상 공개와 더불어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민족의 문화·언어 등을 없애려고 한다며 이를 위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먼저 찾아내 학살하는 사람들은 민족운동가와 역사, 언어를 가르치는 교사들이라고 고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리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화상 연설을 하면서 한국의 지원을 요청했다. 그는 한국은 1950년대 전쟁을 한 번 겪었고 수많은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지만 이런 시련을 잘 이겨냈다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대항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도와줄 것을 호소했다. 화상 연설에 참여한 국회의원이 많지 않아 우크라이나에 대단히 미안했지만, 그래도 참석한 의원들은 전쟁에 대한 참상에 분노하며, 러시아의 침공 행위를 비판하고, 우크라이나에 하루 빨리 평화가 돌아오기를 하나된 목소리로 기원하였다.

이렇게 현재 진행되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서 애국심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평화를 이룰지, 여기서 보훈의 역할은 무엇이어야 할지 생각해 보고자 한다. 고난의 시간 속에서 죽음까지 불사하면서 조국과 사회를 사랑한 사람들이 국가유공자이고 애국자들이다. 그리고 이런 공동체에 대한 자긍심과 애착심을 바탕으로 공동체를 위하여 자발적으로 희생하고 공헌한 국가유공자들을 정당하게 평가하고, 그에 대한 변함없는 보답을 통하여 국민정신을 북돋우고 사회 전반에 명예 존중의 기풍을 확산함으로써 국가의 융성을 뒷받침하는 기제가 보훈이다. 그러나 이런 보훈의 가치가 오용된다면 공동체를 위한 희생과 공헌에 대한 보답이라는 보훈의 본질을 저버리게 되고, 결국은 국가유공자들이 기대한 공동체의 평화에도 역행하는 일이 되어버린다.

이처럼 사회의 평화를 위해 목숨까지 걸면서 희생하고 공헌한 사람들이 있는 반면 겉으로만 애국자라 자처하면서 결과적으로는 사회의 평화를 깨고 발전을 가로막는 사람들이 있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애국이고 나라사랑이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을 향해 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애국심은 사악한 자의 미덕’이라는 조소를 던진 바도 있다.

이런 말이 경고하는 바는 가짜 애국심이 사회를 극심하게 어지럽힌다는 것이다. 애국보다는 애국이라는 말하기를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는 사회적 비극이 되고 평화와는 멀어지게 된다. 더군다나 이런 사람들은 자신들과 뜻이 다른 사람들의 애국은 나라사랑이 아니고 자신들만이 진짜 애국자라는 아집에도 갇혀 있다. 그들은 공정하고 효율적인 경제정책을 만들어내기보다는 노동자들의 애국심 부족을 탓하고 그들끼리의 경쟁만을 부추긴다. 호국을 실천한 애국과 가슴에 담은 자유민주주의를 평화와 번영의 동력으로 되살리려고 하기 보다는 전쟁만을 기념하고 이를 통해 반목과 갈등만을 기억하려고 한다. 이런 허위의식과 아집의 결과, 불평등, 불공정, 사회 불신, 경제 불안, 안보 위기 등 사회적 갈등으로 치닫는다. 그리고 이런 과정들이 결국은 전쟁으로까지 이어진다.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러시아의 도발도 이런 잘못된 애국심이 일으킨 또 하나의 비극이라고 본다.

반면에 국가유공자들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보훈의식 속에는 서로를 돌보고 서로 의지하는 포용과 상생의 마음이 공통적으로 들어 있다. 이런 포용과 상생은 어느 하나의 사회나 국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내가 속한 사회와 국가의 평화가 중요하다면 당연히 다른 사람이 속한 다른 사회와 국가의 평화도 중요하다고 인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가 속한 사회와 다른 사람들의 사회들 그리고 이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는 국제사회의 평화를 원하고 이를 위하여 노력하는 것이 진정한 애국심이다. 그리고 전쟁은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최대의 죄악이다. 그래서 전쟁을 일으킨 사람들이 주장하는 애국심은 당연히 잘못된 주장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엔 헌장과 각종 국제법을 위반한 명백한 전쟁 범죄이며, 특히 6·25 전쟁을 겪었기에 전쟁의 비극을 더 잘 알고 있는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해 평화의 목소리를 강력하게 내야 하는 막중한 의무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하루 빨리 종결되고 우크라이나와 국제사회에 평화가 속히 도래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우리 사회와 국제사회에 평화의 올바른 보훈문화가 확산하기를 기원한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시민들이 러시아에 제재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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