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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국과 관계를 민주와 독재로 규정짓는 것은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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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국과 관계를 민주와 독재로 규정짓는 것은 잘못이다

[이래경의 매달통신] 격동세계 ①

'이래경의 매달통신-격동세계'에서는 상기 미패권의 움직임에 대응하는 중국과 아세안의 행보(行步)와 지략(智略)에 관한 몇 가지 문건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특히 대한민국과 동병상련의 입장에 처한 아세안 국가들의 실리적 행보와 지략이 한국 정치인들에게 귀감이 되길 바랄 뿐입니다.

첫 번째 칼럼은 호주 디킨 대학교의 교수이자 국제관계대학의 학장인 허바오강(Baogang He)이 지난해 12월 8일 호주 국립대 산하 동아시아포럼(EAF)에 기고한 글로, 미국이 세계 질서를 '자유민주 대 강압독재'로 단순화시키는 것을 전략적 패착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필자주

미국이 중국과 관계를 민주와 독재(권위주의)로 규정짓는 것은 잘못이다

2021년 12월 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며, 그곳에서 그는 21세기의 민주주의와 독재 간의 싸움에 대해 다시 강조할 것 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민주적 갱신을 촉진하려는 바이든의 목표는 훌륭하며 중국의 권위주의적 경향을 길들일 필요도 있습니다. 그러나 민주주의 대 독재(권위주의)의 관점으로 미중의 전략적 경쟁을 몰고 가려는 것은 좋지 못한 전략입니다.

잘못된 이념적 이분법은 현실에 대한 정교한 분석을 방해합니다. 이는 기후변화 및 기타 공동의 도전 과제에 대처하기 위해 국제적 연대가 절실히 필요한 시기에 글로벌 양극화를 심화하고 지정학적 경쟁만을 촉발할 것입니다.

바이든의 분류법에도 어느 정도 일리는 있습니다. 워싱턴과 베이징 간의 갈등에서 정치적 가치와 사회, 경제, 무역 및 기술이 관리되는 방식에 관한 이견이 드러납니다. 반면에 워싱턴과 베이징은 많은 유사점들도 공유합니다. 예를 들어, 둘 다 각각의 하이테크 부문을 진흥하는데 하향식 개발국가의 방식을 시행했습니다.

폭넓은 정의로 본다면, 미국과 중국 모두 자본주의 체제에 속하는데, 전자는 사적 자본의 지배를 후자는 국유기업의 우선을 특징으로 합니다. 따라서 두 국가 간의 경쟁은 전체적 관점에서 자본주의 시스템 내에서 서로 다른 경제모델 간의 경쟁으로 간주되어야 합니다.

민주주의 대 독재(권위주의) 체제라는 구분은 미국과 중국 간의 '신냉전'이란 개념에 대하여 매우 취악한 기반을 제공합니다. 자유주의-자본주의, 사회주의-공산주의 노선을 따라 미국-소련의 경쟁이 벌어졌던 과거 냉전과 달리, '신냉전'은 각국의 노골적인 공격을 특징으로 하는 이념적, 종교적, 문명적 갈등이 아닙니다. 워싱턴과 중국 간의 이념 갈등은 미소의 냉전시대보다 강도가 매우 낮은 수준에서 전개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라는 용어는 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개입 뒤에 있는 지도력의 원칙이 아닙니다. 민주주의라는 이름이 호주, 영국, 미국 간의 AUKUS 협정에 견고한 기반을 제공했지만, 다른 국가들은 이런 협정의 토대가 진정한 민주주의가 아닌 백인 인종의 유산과 이들 국가들이 공유한 역사와 문화라고 주장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아세안의 최대 민주주의 국가인 인도네시아는 AUKUS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인도가 민주주의의 원칙이 아닌 지정학적 필요에 따라 가입한 4자안보대화(QUAD)의 약한 고리임을 보여 줍니다.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총리가 자신의 브랜드인 힌두-민족주의를 홍보하면서 인도는 점점 미국이 비판하는 독재적인 국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바이든의 민주주의 대 독재체제라는 구도는 촌락 선거, 주민참여 예산편성, 지방의 심의민주주의가 발전한 중국 정치시스템의 복잡성을 간과하고, 중국이 지닌 이념의 본질과 규모를 지나치게 과장하여 비판합니다. 베이징 당국이 국내에서 진행하는 사회주의 선전은 이념적 충성을 반영하기보다는 국내 통제수단으로 의도된 것입니다. 중국보안전략의 핵심요소는 주로 국내문제에 관한 것입니다.

▲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2021년 11월 15일(현지시간) 화상 정상회담을 하는 모습. ⓒAFP=연합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사회주의 담론을 거론하는 것은 주로 국내 사회불안을 예방하는 데 주요 목적이 있습니다. 예건데 그의 전임자 후진타오(胡錦濤) 체제 당시에는 중국의 내부안보 서비스에 대한 예산이 군사비용을 초과했습니다. 그러한 접근 방식은 더 이상 재정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시진핑은 사회안정을 달성하기 위해 예산의 투입보다는 이념적인 형태의 통제를 전개했습니다.

중국, 러시아, 이란의 안보협력은 공유된 권위주의적 또는 이념적 가치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되었습니다. 그들이 권위주의 국가의 연합을 대표한다는 해석은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권위주의만으로는 국가연합의 기반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민주주의 대 독재정치의 서사를 과장하면 아시아에서 소외감과 적개심을 조장할 수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태국은 모두 미국식 민주주의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바이든은 자신이 주도하는 회의장에 특정 국가들을 초대하고 다른 국가들을 배제함으로써 미국에 우호적인 국가들 사이에 새로운 분열을 일으킬 위험이 있습니다. 아마도 Biden은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가 발리(Bali섬)민주주의 포럼에 참여하도록 초대되는 인도네시아의 포괄적인 접근 방식에서 배워야 할 것입니다.

현 시점에서 이념적 경쟁은 불필요한 것으로 간주되어야 합니다. 키쇼르 마흐부바니(K. Mahbubani) 전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의장이 지적하듯이 '현재 미국은 옛 소련 전략에 기초하여 현대 중국의 도전을 처리하고자 하는, 어제의 전략과 미래의 전쟁을 혼동하는 고전적인 전략적 실수'를 범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중국의 국가발전권한에 대한 일부 요소를 인정하는 중간 입장을 취할 수 있다면, 미국과 중국 사이의 이념적 화해도 가능합니다.

아마도 바이든의 후손들은 '성공한 사람: 독재정권이냐 민주주의냐'에 관한 박사논문을 작성하라'는 그의 조언을 따를 것이지만, 그들은 '민주주의와 독재정치'라는 잘못된 이분법을 극복하고 위험한 '신냉전'을 어떻게 회피할 것인지에 관한 주제에 대하여 바이든보다 훌륭한 위치에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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