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이 나지. 그래서 오갈 때마다 위쪽을 계속 쳐다본다고.”
노부부는 걷는 내내 신경을 곤두세웠다.
남편이 말했다. “저게 있으면 뭐 해. 돌이 위에서 떨어지면 다치는 거지.”
오른쪽 은색 철조망을 두고 하는 얘기다. 그 위로는 날카로운 바위가 고스란히 드러난 산비탈이다. 아래쪽엔 돌덩이도 더러 보였다.
그러자 아내도 한마디 거들었다. “왼쪽은 하천이야. 주민들이 왜 무서워하는지 알겠지?”
이곳은 가평군 가평읍 읍내8리 보납산 약수터 길이다. 마을 어귀에서 대략 250m 거리다.
읍내8리뿐 아니라 인근 주민까지도 이곳에서 자주 물을 떠다 먹는다. 그런데 오가는 길이 너무 위험하다.
얼음이 녹는 봄이나 비가 많이 오는 여름에 약수터 쪽 산비탈에서 돌덩이가 떨어지고, 흙이 쓸려 내려오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8년 9월과 2019년 7월에 약수터 길로 바위가 굴러떨어지는 사고가 났다.
이런 상황에 이르자 가평군은 지난해 5~7월 사이 약수터 길에 대한 정밀 안전 진단 용역을 진행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긴급하게 보수·보강이 필요하고, 사용 제한을 결정해야 한다는 D등급 판정이 나온 것이다.
그러자 마을 이장을 비롯한 주민 903명은 지난해 10월 19일 ‘안전사고 방지 시설을 설치해 달라’며 기획재정부와 산림청에 탄원서를 냈다.
가평군도 산림 당국에 ‘주민들이 위험하니 빨리 정비(사방)사업을 해 달라’고 줄기차게 요청하며 다방면으로 해결책을 모색했다.
가평군 관계자는 “주민 안전이 걱정될 정도로 진짜 위험하다. 그래서 우리가 직접 사방사업을 하려고 경기도에도 질의했다. 하지만 이곳이 하천구역에 포함돼 있어 자체 사방사업이 불가능하다는 답을 들었다”라며 “행정안전부 역시 산림청이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결국 문제 해결의 답은 산림 당국에 있다”라고 말했다.
산림 당국도 사방사업의 필요성엔 공감하고 있다. 문제는 수백억 원에 달하는 예산 확보다.
북부지방산림청 산하 춘천국유림관리소 관계자는 “사방사업이 시급하다는 데에는 정말 공감한다. 보납산 약수터 일대를 정비하려면 200억 원 정도가 필요한데, 이 예산을 한 번에 확보하기란 사실상 어렵다”라며 “산림청에 예산은 요청했다. 이게 내려오더라도 설계 등의 절차가 있어 올해엔 힘들고 내년부터나 가능하다. 가장 위험한 구역부터 순차적으로 사방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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