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론권 보장. 기자 생활을 하면서 선배들에게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듣는 말이다.
아무리 데드라인(마감시간)에 쫓겨도 기사의 완성은 당연히 반론권 보장이다. 혹시 모를 피해나 억울함을 당하지 않도록 소명의 기회를 주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민감한 사안을 다룰 때는 더 더욱 그렇다.
이같은 기본을 허투루 했다가는 거센 비난과 반발에 봉착한다. 허위 보도나 악의적 보도를 운운하며 으름장을 놓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래저래 언론이 '동네북'으로 전락했다는 한 원로 언론인의 푸념이 가슴에 꽂힌다.
<프레시안>은 최근 '경찰, 윤화섭 안산시장 김영란법 위반 혐의 수사' 제하의 기사(4월 8일자)를 보도한 바 있다.
내용은 이렇다. 대한노인회 안산시 상록구지회장 A씨가 2019년 1월 노인복지관 직원들의 설맞이 복리 후생 명목으로 구입한 10만원권 상품권 10장(100만원)을 횡령했다는 의혹으로 관할 경찰에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이 A씨의 횡령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윤 시장의 딸과 지역 국회의원 B씨의 부인이 각각 3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사용한 정황이 나왔다. 이 건은 현재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행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금품수수 처벌 기준에 따르면 금전, 유가증권, 음식물 및 경조사비를 제외한 일체의 물품이나 이에 준하는 5만원 이상의 선물은 처벌 대상이다. 5만원 이상 선물 금지는 공무원 행동강령으로도 정해져 있다.
보도 이후, 지금까지 윤 시장은 자신의 의혹과 관련한 입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응답은커녕 통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대신 해당 보도 이튿날 안산시는 대변인실을 통해 <프레시안>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내용의 반박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보도자료에는 윤 시장이 상품권을 전달받거나 사용한 적이 없으며, 일명 '김영란법' 처벌 대상도 '본인과 그 배우자'로 한정돼 있어 윤 시장이 경찰 조사를 받은 사실이 없다는 내용이다.
정작 <프레시안>은 윤 시장이 경찰 조사를 받았다는 내용은 기사에 언급하지 않았다.
<프레시안>은 또 지난 8일 보도 이후 '출마 입장을 밝힌 윤 시장의 대리인'을 자처하는 C씨와 소통하며 윤 시장과 직접적인 연락을 통한 의혹 해명을 약속받았다.
하지만, 아무런 연락이 없다가 해당 보도자료 배포 이후 '(보도자료로) 답변을 대신했다'고 전해왔다. 결국 윤 시장과의 직접적인 연락은 이뤄지지 않았다.
C씨는 윤 시장의 전 대변인이었던 측근으로, 지난달 2일 시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대변인직에서 물러났다.
뿐만 아니라 C씨는 윤 시장 딸이 문제가 된 돈을 사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하지 않으면서, '기사에 익명 언급한 국회의원은 누구냐'는 등 오히려 자신들이 반박했던 기사 내용을 묻기도 했다.
C씨는 "(윤 시장) 따님이 (상품권을) 썼는지 안썼는지는 모르겠다. 직접 수수한 적도 없다는게 제가 현재 아는 선"이라면서, 윤 시장과 직접적인 연락에 대해서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미 답변을 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윤 시장이 '핵심'을 비켜간 '선택적 해명' 보다는 자신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을 성실하게 밝히는 게 '재선 도전'에 임하는 최소한의 자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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