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상 연세대 탈춤연구회 76학번, 연대탈박 동문회장이 '장시' 형태의 글을 [탈춤과 나]에 보내왔다. 공유상의 장시를 5회에 걸쳐 싣는다.
한 처음에
시작이라는 게 있다.
무엇 무엇이 있기 전,
무엇을 있게 한 근본 바탕이 있다.
삶을 근본적으로 휘저어 놓은
탈춤이란 걸 만나기 전
복잡한 출생의 슬픔을 안고
힘겹게 사춘기를 건너던
막나가던 소년이 있었다.
고등학교를 두군데나 짤리고
Rock 음악과 싸움질에 젖어 살던.
삶은 냉소였고 아픔이었다.
그나마 세상에 대한 복수로
공부를 택했다.
고시를 패스해서 세상을 지배할거야.
불량품 인생은
딱 딱 각 맞추어 돌아가는 세상에
그렇게 복수할거야.
대학에 들어가
제일 먼저 고시방을 찾았다.
책 위로 뚝 뚝 떨어지는 코피를 보며
차라리 그대로 죽었으면 했다.
탈출연구반!
중학교 동창놈이 이름도 희한한 서클로 같이 가 보자 했다.
고등학교 선배 등쌀에 가입하러 가는데 쑥스럽다며 ···
그래 내 삶에도 탈출이 있어야겠지.
그곳엔 어떤 exit이 나의 탈출을 도와줄까?
동창 아이를 따라간 곳은
탈출이 아닌 탈춤연구반이었다.
팔자 좋은 대학생들이
북 치고 장구 치고 춤추며 노는.
미친 놈들.
팔자도 좋구나.
저게 무슨 해괴한 짓이란 말인가!
동창 놈 한테
야! 임마 , 빨리 가자. 시간 아깝다.
탈춤과의 첫 만남의 느낌은
시간이 아깝다 였다.
운명
사람 살이엔 피할 수 없는게 있다.
그걸 운명이라고 한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동창놈을 따라 간 그 날은
탈춤연구반의 신입생 환영회가 있는 날이었구 배고픈 청춘은
한 끼를 꼽사리끼기로 한다.
조촐한 주막에서
변변찮은 안주에 막걸리를 마시며
선배들은 서클의 단가를 불렀다.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
춤추는 댄서의 순정..."
철판으로 만든 술상을
젓가락으로 두드리며
장단을 맞추고 처연하게 불렀다.
결국 이 노래는 나의 십팔번이 되었다.
좌중에 취기가 돌아 산만해질 때
어! 원숭이 왔다 하는 소리가 들렸다.
키 작은 선배 한 사람이
나를 보며
술상 위를 날다시피 다가왔다.
봉산 탈춤에는 원숭이가 등장한다.
신 장수의 등짐 소쿠리에서
툭 튀어 나와
정신없이 까불고 음탕한 짓을 하며
관객들에게 해꼬지도 하는
불량끼 넘치는 못된 캐릭터이다.
단 신체적으로 왜소한 남자여야 한다.
나에게 다가온 선배는
자칫 졸업할 때까지 원숭이로 남을지 모르는 서글픔을 전가하려
마음이 바빴다.
소외, 따돌림, 적의로만 세상을 받아 들였던 대학 신입생은 당황했다.
어! 나를 그토록 원하는 사람들이 있네.
그리고 그 원숭이 배역은 뭔가
불량끼로 충만한 내 스타일 아닌가!
한 번 해볼까?
스스로의 질문에 답할 틈도 없었다.
바로 며칠 후 공연이 있는데
바로 시작하란다.
어.. 저는 아직 등록도 안했구..
차마 고시를 준비한다는 말까진 못했다.
괜찮아.
여기 왔으면 등록한거야.
아... 네...
그렇게 원숭이가 되어
봉산 탈춤 공연을 하게 되었다.
살아온 대로
놀던 대로
맘껏 불량끼를 배출했고
관객들과 선배들은 무척 좋아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정작 본인이었다.
너무 좋았다.
맘껏 내뿜은 거친 객기가
관객들과 하나되는 것을 느낀 순간
뭔가
내 인생은 벗어날 수 없는
아니 중독성 강한
마력의 손아귀에 꽉 잡혀 버린 것 같았다.
[탈춤과 나] 원고 청탁서
새로운 언론문화를 주도해가는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http://pressian.com)이 <사)민족미학연구소>와 <창작탈춤패 지기금지>와 함께 탈춤에 관한 “이야기마당”(칼럼 연재)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젊은 시절 탈춤이 좋아서, 쏟은 열정이 오롯이 담긴 회고담이거나 증언, 활동일지여도 좋고 아니면 현금 문화현상에 대한 어기찬 비판과 제언 형식의 글이어도 좋습니다.
과거 탈춤반 출신의 세대에게는 아련한 추억을, 신세대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전통문화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글 내용이면 충분할 것입니다. 한 때나마 문화패로서 탈꾼으로서 개성넘치는 숨결을 담아내면 참 좋겠지요.
글 말미에는 대학탈춤패 출신임을 밝혀주십시오(대학, 학번, 탈춤반 이름 및 현직)
그리고 이와 관련하여 사진(1-5매)이나 시청각 자료도 곁들여 캡션을 달아 보내주시면, 지난 기억이 되살아나 더욱 생생한 느낌을 전달해줄 것입니다.
알뜰살뜰한 글과 사진제공에 대한 원고사례비는 제공되지 않고, 다만 원고가 묶여져 책으로 발간될 때 책 두 권 발송으로 사례를 대신합니다.
제 목 : [탈춤과 나] (부제로 각자 글 나름의 자의적인 제목을 달아도 좋음)
원고 매수 : 200자 원고지 15-30매(A4 3-5장)
(사진 등 시청각 관련 자료 캡션 달아 첨부하면 더욱 좋음)
보낼 곳 : (사) 민족미학연구소 (namihak@hanmail.net) 채 희 완 (bullim204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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