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제74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됐다.
오전 10시 추념 사이렌과 함께 거행된 이날 추념식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비롯해 김부겸 국무총리 박범계 법무부장관 오임종 4.3유족회장 등 4.3관련 단체와 희생자 유족들이 참석했다.
추념식은 김부겸 국무총리와 윤석열 당선인의 헌화와 분향 국민의례 순으로 진행됐다.
오임종 제주 4.3 유족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김대중 대통령이 4.3특별법을 만들어 진상 조사가 이뤄진 후 노무현 대통령의 국가 공권력에 대해 사과한 지 19년 만에 모두 무죄 판결됐고, 전 국민이 힘을 모아 보상을 해드리기로 했다"라며 4.3희생자들의 영면을 기원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은 4.3의 완전한 해결을 100대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세 차례나 추념식에 참석해 영령들을 추모했다"라며 이로 인해 "4.3특별법 보상 입법이 여야 합의로 제정돼 진정한 제주의 봄을 열었다"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 2월 제주 강정마을 선언을 통해 4.3 추념식 참석을 약속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참석했다"라며 "4.3 해결 공약을 인수위원회 때부터 국정과제로 채택해 준데 대해 고마움을 표했다.
이어 구만섭 제주도지사 권한대행은 "74년 전 제주는 4.3 광풍으로 수많은 마을이 불타고 무고한 생명이 희생됐다"며 "동백꽃처럼 붉은 선혈이 제주를 물들이던 날 죽은 사람들과 살아남 사람들 모두 통곡소리조차 내지 못했고, 강요당한 침묵으로 가슴에 깊은 옹이가 박히고 아물지 않는 아픈 기억으로 통한의 삶을 살아야 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위대한 제주도민들은 잃어버린 마을을 다시 세우고 지난한 삶을 이겨냈고, 대립과 갈등을 화해와 상생으로 녹이며 4.3을 대한민국의 당당한 역사로 만들었다"라며 "온 국민의 마음을 모아 4.3특별법 개정을 이뤄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3월 29일 열린 첫 직권재심 공판에서 불법 군사재판으로 형무소에 끌려갔던 행방불명 희생자들이 무죄 판결을 받았고, 다가올 6월에는 4.3 희생자에 대한 보상금 청구도 진행된다"면서 "제주도정은 4.3의 진상 규명과 희생자의 명예회복을 통해 유족의 아픔을 치유하는 데 정성을 다하겠다"라고 약속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추념사를 통해 "아름다운 섬 제주에서 일어난 우리 민족사에서 결코 지워지지 않을 비극을 뒤로한 채 74번째 봄이 어김없이 찾아왔다"라며 "억울하게 숨져간 4 3 영령들과 깊은 한을 품고 돌아가신 모든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빈다"라고 밝혔다.
또 "냉전과 민족 분단의 혼란 속에서 제주도민 3만여 명이 무자비한 국가 폭력에 목숨을 잃었고, 구사 일생으로 목숨을 부지한 사람들은 폭도 빨갱이로 낙인찍혀 반세기 가까이 숨죽여 살아야 했다"라면서 "74년 전 제주의 잔인했던 봄은 푸른 바다 아래로 영원히 가라앉는 듯 했다"라고 회고했다.
김 총리는 그러나 "역사의 진실과 정의를 바라는 끈질긴 외침을 통해서 지난 2000년 4.3 특별법이 제정되었고 74년 전 봄날의 진실이 하나 둘 밝혀지고 있다"라며 "기나긴 세월을 오명을 쓴 채 살아야 했던 1만 4577명의 희생자분들과 8만 4506분의 유족들께서 마침내 명예를 되찾게 됐다"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에 진행된 희생자 유족 7차 신고에서는 44명의 희생자로 454명이 유족으로 새로 인정받으셨고, 내년 1월부터 8차 신고 사업도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다음 정부에 그 내용을 잘 전달하겠다"며 "국가 폭력에 빼앗긴 삶과 세월에 충분한 위로가 될 때까지 대한민국 정부는 모든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는 처음으로 추념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추념사를 통해 "우리는 4.3의 아픈 역사와 한 분 한 분의 무고한 희생을 기억하고 있다"며 "억울하다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소중한 이들을 잃은 통안을 그리움으로 견뎌온 제주 도민과 제주의 역사 앞에 숙연해진다"라고 말했다.
이어 "희생자들의 영전에 깊은 애도의 마음과 고통의 세월을 함께 한 유가족들께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라며 "4.3의 아픔을 치유하고 상흔을 돌보는 것은 4.3을 기억하는 바로 우리의 책임이며 화회와 상생 그리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대한민국의 몫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4.3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온전한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생존 희생자들의 아픔과 힘든 시간을 이겨내 온 유가족들의 삶과 아픔도 국가가 책임 있게 어루만질 것"이라며 "무고한 희생자들을 국민과 함께 따뜻하게 보듬고 아픔을 나누는 일은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당연한 의무이다"라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과거는 우리가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수 있다는 믿음이 비극에서 평화로 나아간 4·3 역사의 힘이라고 저는 생각한다"라며 "이곳 제주 4.3 평화공원이 담고 있는 평화와 인권의 가치가 널리 퍼져나가 세계와 만날 수 있도록 새 정부에서도 노력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이어 미얀마 소녀 가수 완이화과 도란도란 중창단의 애기동백꽃과 양지은의 상사화 추모곡 공연이 이어졌다.
이닐 추념식은 코로나19로 인해 참석 인원을 299명으로 제한했다. 하지만 제주 4.3평화공원을 찾은 4.3희생자 유족들은 추모식이 끝난 후 추모 재단에 헌화와 분양을 올리며 희생자의 영면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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