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돕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김진욱 공수처장이 거취에 대해서 입장 표명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하는 국민적 여론이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김 처장에 대한 사퇴 압박으로 해석되자 인수위는 "그런 국민적 여론이 있다는 것을 전달한 것"뿐이라고 서둘러 진화했다.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의 이용호 간사는 30일 오후 브리핑에서 "(인수위는)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 공정성 확보와 관련해 미흡했다"며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얘기했다고 밝히고, 이이 대해 공수처는 '대체로 공감했다'고 전했다. 그는 "원래 1시간 정도 예정했는데 1시간 30분 동안 서로 허심탄회하게 논의를 했다"고 부연했다.
눈길을 끈 부분은, 이 간사가 "인수위는 김 처장이 인사청문회에서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 공정성은 공수처의 생명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이것이 훼손되거나 의심된다면 공수처는 지속 가능성이 없다'고 답변한 것을 지적하면서 '김 처장이 거취에 대해서 입장 표명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하는 국민적 여론이 있다'고 얘기했다"고 밝힌 대목이었다.
이 간사는 "이에 대해서 여운국 공수처 차장은 '처장에게 이런 내용들을 보고하고 전달하겠다'고 하면서 자신도 차장으로서 처장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이 간사는 이 브리핑 종료 30분 후 다시 기자실을 찾아 "제 발표 (관련 보도) 중에 '인수위가 김 처장 거취 표명을 요구했다'는 보도는 아주 잘못된 보도"라며 "인수위는 그렇게 요구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 그래서 (업무보고가 아니라) 간담회를 하는 것이고, 다만 그런 국민적 여론이 있다는 것을 전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간사는 기존 브리핑 내용 가운데 "거취에 대해서 입장 표명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하는 국민적 여론이 있다"는 부분을 "공수처가 (김 처장의) 처음 다짐과 다르게 운영된 데 대해 국민적 실망이 크다.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게 아니냐는 여론이 있다"는 표현으로 대체해 달라고 했다.
나중에 인수위 대변인실에서 서면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면 이 부분은 "인수위는 김 처장이 인사청문회에서 '정치적 중립성·독립성·공정성은 공수처의 생명줄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만약에 이것이 훼손되거나 의심된다면 공수처는 지속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던 것을 환기했다"고 돼있다.
표현이 '거취 입장 표명 여론'이든 '책임져야 한다는 여론'이든 '청문회 발언 환기'든, 인수위가 김 처장에 대해 부정적·압박성 태도를 보인 점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인수위 대변인실은 논란이 일자 "인수위는 공수처에 대한 국민적 불신 여론을 전달했을 뿐이며, 처장에 대한 거취 표명을 요구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실질적 현안인 공수처법 24조, 이른바 '검찰·경찰에 대한 공수처의 우월적 지위' 조항에 대해 인수위는 "공수처장의 사건 이첩 요청은 처장의 자의적 행사가 우려되고, 공수처에 통보·수사개시여부 회신 조항 역시 명확한 기준이 없고 통보 기한이 제대로 준수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이에 대해 "공수처법 24조는 공수처의 존립 근거가 되는 조항"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이 간사는 전했다. 그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조항이 없으면 존립 근거가 없어진다"며 "이 조항은 수사를 중복적으로 하지 않도록 기능하는 조항이지 검·경에 대한 우월적 조항이 아니다. 실제로 지난 1년 동안 단 2건만 이첩을 요청해 실질적으로는 거의 문제가 없다"고 하는 등 인수위와 전혀 다른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공수처가 사례로 든 2건은 경찰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은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 사건과, 검찰에 이첩을 요청했으나 끝내 이첩받지는 못한 '김학의 전 법무차관 수사 외압 의혹사건' 등이었다.
여 차장은 다만 전반적으로 "지난 1년 2개월 동안 공수처가 국민 기대에 미흡했던 부분을 돌아보고 깊이 성찰하고 있으며,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견제 장치도 마련하겠다"고 했다고 이 간사는 전했다.
여 차장은 "그동안 국민의 비판을 잘 알고 있다"며 "정치적 편향 수사 시비에 대해서는 공수처가 그동안 선별적으로 사건을 입건하는 것 때문에 국민적 신뢰를 얻지 못했다고 보고 지난 3월 14일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을 개정해 기존의 선별적 입건 방식을 폐지하고 전건 입건 방식으로 변경했다. 아울러 여러 견제 장치를 마련해 국민 눈높이에 맞추겠다"고 강조했다.
대선 기간 논란이 일었던 통신자료 조회 문제에 대해서는 인수위가 "무차별적인 행사"라고 지적했고, 공수처는 "앞으로 언론 자유가 침해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통신자료심사관 및 인권수사정책관 도입,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수사자문단 활성화 등을 통해 통제 장치와 보완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이 간사는 인수위 차원에서 공수처 폐지까지 염두에 두고 논의하고 있는지 묻자 "(대안은) 폐지에서 보완까지 다 포함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구체적으로 그런 얘기는 나온 바 없다. 그리고 폐지는 법률적 사안이라 어느 한 쪽에서 원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국회 차원의 문제"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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