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이 5주째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앞장 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공격해달라는 요청이다.
미국 내에서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푸틴을 감싸고 그에게 도움을 요청한 행위는 성사 여부와 무관하게 그 자체로 부도덕한 일이다.
트럼프는 29일(현지시간)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인터뷰 영상에서 푸틴이 바이든 대통령의 아들인 헌터 바이든의 문제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푸틴이 헌터 바이든이 우크라이나에서 한 일에 대해 보여주는 창구를 갖고 있을 것이라면서 "나는 푸틴이 그에 대한 답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가 이를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주장한 헌터 바이든의 문제는 그가 우크라이나 가스회사 부리스마의 임원으로 일할 때 당시 부통령이었던 아버지를 통해 부적절한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다. 트럼프는 대통령으로 재임하던 2019년 7월 볼라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이 의혹에 대해 언급하며 우크라이나 정부가 이를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2020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이자 자신의 정치적 경쟁자에 대해 외국 정부에 수사를 요청한 행위는 두달 뒤 백악관에 재직 중인 미 정보기관 관계자의 내부 고발에 의해 폭로됐다. 국가 정상간 전화 통화라는 공식적인 외교 과정을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통해 활용한 행위는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불리며 탄핵 대상이 됐다. 미국 의회는 2019년 11월 트럼프에 대한 첫번째 탄핵소추안을 하원에서 통과시켰다. (그러나 트럼프 소속 정당인 공화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상원의 탄핵심판에서 부결되면서 트럼프는 대통령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트럼프가 푸틴에게 정치적 도움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미국 대선 막판에 승패를 가늠하는데 일조를 했던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의 배후에 푸틴이 있었다.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든 일등 공신으로 꼽히는 로저 스톤, 마이클 플린 등 비선 참모들은 '러시아 스캔들' 관련해 유죄 판결을 받고 복역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2020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당선을 위해 정보 공작을 벌였으며, 푸틴은 이를 알고 있었고 직접 지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미 국가정보국(DNI)가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29일 트럼프가 푸틴에게 '또' 정치적 도움을 요청했다면서 트럼프의 인터뷰 발언에 대해 보도했다. WP는 "트럼프가 2016년 러시아에 도움을 요청했을 때 푸틴은 지금처럼 버림받은 사람이 아니었다"며 "이번주 여론조사에 따르면 푸틴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가진 미국인은 1%에 불과한데 비해 부정적 견해를 가진 사람은 88%나 됐다"고 지적했다. 미국 상원은 지난 16일 러시아 정부와 푸틴의 전쟁 범죄 혐의를 조사하라는 내용이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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