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교육계에서 ‘진보교육감’의 상징이었던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6·1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교육감은 22일 "오는 6월 1일에 치러지는 경기도교육감 선거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나이영 도교육청 대변인을 통해 밝힌 입장문에서 이 교육감은 "2014년과 2018년 2차례의 선거에서 저에게 경기교육의 책임을 맡겨 주셨던 경기도민과 경기교육 가족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비록 여러 면에서 부족했지만, 여러분의 열정적인 성원과 적극적인 참여로 2기에 걸친 임기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소회를 전했다.
이 교육감은 지난해부터 경기교육계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였던 ‘3선 출마’ 여부와 관련해 장기간 고민한 점을 피력했다.
그는 "많은 분들이 정치적인 변혁기인 만큼, 3선에 도전해 교육만큼은 흔들림 없이 지켜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라며 "경기 혁신교육을 비롯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여러 미래 교육의 정책과 비전은 물론, 2023년으로 예정된 도교육청 남부청사에서 새롭게 만들어 갈 ‘스마트오피스 혁신’ 등의 과제를 완성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저는 지금이 떠나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며 "이제는 제가 감당하기보다 경기교육을 깊이 이해하고, 폭넓게 교육을 연구하며, 교육행정을 깊이 있게 감당했거나 교육 현장에서 교육을 경험한 새로운 세대가 책임을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 교육감은 "이 같은 결정을 하면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지난 8년 동안 끊임없는 용기와 지혜를 주시고 협력해 주신 경기교육 가족 여러분께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린다"며 "경기교육이 지금의 혁신정책들을 흔들림 없이 지키고, 미래를 열어 갈 수 있도록 함께 해 주실 것을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오는 6월 말까지 주어진 임기 동안 코로나19 오미크론의 확산세 속에서 학생들을 지키는 일은 물론, 경기도교육감으로서 수행해야 할 모든 교육 과제들을 흔들림 없이 이행하겠다"며 남은 임기에 대한 계획을 알렸다.
이 같은 이 교육감의 결정에 대해 경기교육계 곳곳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터져나왔다.
먼저 그동안 이 교육감의 3선 도전에 다소 부정적인 입장이던 예비후보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성기선 예비후보는 논평을 통해 "이 교육감의 발표를 존중하며 환영한다"고 전했다.
성 예비후보는 "그동안 3선 출마를 둘러싼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이는 모두 경기교육의 미래와 우리 학생들의 제대로 된 성장을 위한 이 교육감의 고민의 과정이었다고 본다"며 "이 교육감은 지난 8년 동안 김상곤 교육감에 이어 경기혁신교육을 이끌고, 경기혁신교육의 전국화 및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학교교육을 비롯해 교육자치와 일반자치의 협력 등을 이끌어낸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송주명 예비후보 역시 "3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 교육감의 용단은 대선에서의 정권교체와 교육계의 변화 및 새바람의 거센 요구 등 경기교육 안팎의 여건 변화와 중대 갈림길에서 그가 장고에 장고를 거듭해오다 내린 결정이었다"라며 "이번 결정은 경기도내 민주와 진보의 가치를 지키고, 대전환기를 맞아 미래교육을 걱정하는 도민과 교육가족에게 큰 힘과 위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거성 예비후보는 "8년 전 5고초려하며 교육감 출마를 간청했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그동안 경기혁신교육을 위한 노고에 깊이 감사드리며, 못다 이룬 과제들은 민주진보 후보들이 힘을 모아 이뤄나갈 것"이라고 전했으며, 박효진 예비후보는 "지난 시간 진보교육의 실천 및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경기교육을 지켜내기 위해 많은 노력하신 만큼, 고뇌에 찬 불출마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교원단체의 반응은 서로 엇갈렸다.
경기교사노동조합은 "이 교육감의 의사를 존중한다"며 "8년 동안 경기교육을 위해 애쓰신 바를 잘 알고 있다. 이제는 남은 기간까지 코로나19로 힘든 학교 현장의 어려움을 헤아려 유종의 미를 거둬주시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경기도교원단체총연합회도 "지난 8년간 경기교육을 위해 헌신하신 이 교육감께 감사하다"며 "다만, 현재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으로 인해 학교 현장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남은 임기동안 경기교육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논평했다.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는 "학교민주주의를 무시한 불통 교육감, 이재정의 불출마는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이 교육감 1·2기 동안 현장 무시와 불통 행정을 집행했던 도교육청 출신 관료들도 교육감 출마에 나서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입장을 내놨다.
한편, 이 교육감은 2014년 열린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김상곤 전 교육감의 경기지사 출마로 인해 경기혁신교육이 보수진영에 의해 중단될 위기에 놓이자 도교육감 선거에 출마해 민선3기 경기도교육감으로 당선된 뒤 2018년 재선에 성공하며 지난 8년간 경기교육을 책임져 왔다.
그는 2014년 당선 이후 확고한 교육철학과 신념으로 ‘9시 등교제’를 비롯해 학교 밖 마을학교로 학생들이 취미와 적성 및 진로 등을 고민하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든 ‘경기꿈의학교’ 및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대학에서 자신의 진로와 관계된 분야를 직접 체험하고 배울 수 있는 ‘경기꿈의대학’ 등의 정책을 시행하며 교육계에 새로운 교육의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또 2014년부터 중앙정부가 대통령령으로 누리과정 비용을 일선 시도교육청에 전액 전가하자 교육부 등과 치열한 대립 끝에 정부의 전액 지원 결정에 이어 2016년 ‘유아교육지원회계 특별법’ 제정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이 밖에도 △4·16교육체제 수립 △혁신학교 심화 발전 △자유학기제 운영 확대 △진로지원센터 운영 △고교학점제 △미래학교 등의 정책을 통해 ‘학생중심 교육’을 실천하며 대한민국 교육의 혁신과 발전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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