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 출마가 거론되던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이제 정치인의 생활을 청산하고 국민 속으로 돌아가려 한다"며 사실상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김 전 장관은 21일 입장문을 통해 이같은 의사를 밝히면서 "국민의 행복 증진과 나라의 좋은 발전을 위해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제가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서려 한다"며 "놀랍도록 빨리 변화하는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공부하면서 젊은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역할도 찾아보겠다. '인생은 짧고 할 일은 많다'라는 단순한 경구를 되새기면서 새로운 항해를 시작해보겠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입으로 불과 26살부터 정치에 뛰어들었으며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거쳐 지난 2000년 16대 총선에서 서울 광진갑에 당선된 후 재선까지 성공했다. 이후 열린우리당 실패의 책임을 지고 18대 총선 불출마 선언 후 자신의 고향인 부산에서 19대 총선에 도전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20대 총선에서도 부산진구갑에 도전한 끝에 3선에 성공한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는 초대 해양수산부 장관을 맡아 박근혜 정부 당시 파산한 한진해운으로 인해 해운재건 계획을 수립해 완료하는 성과를 올렸고 이후 국회 사무총장까지 역임했다.
그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전대미문 '성추행 사퇴'로 발생한 지난해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으나 62.67%라는 압도적 지지를 받은 박형준 부산시장에게 큰 격차로 패하고 말았다.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민주당 부산선대위에서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아 다시 전면에 나섰지만 당선인으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결정되자 정치 변화를 체감한 듯 이날 입장문을 통해 돌연 정계 은퇴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김 전 장관은 "시대가 변하고 있다. 이번 대선을 거치면서 느낀 우선적인 소감이다. 이제 민주주의, 통일, 기득권 타파 등 거대담론의 시대가 아니라 생활정치의 시대가 됐다"며 "국민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먹고사는 문제의 해결이고 일상의 행복이다. 그걸 더 잘해줄 수 있는 후보에게 투표하거나 그렇지 못한 집권당에게 응징투표를 하는 시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는 2011년에 부산으로 귀향해서 일당 독점의 정치풍토 개혁과 추락하는 부산의 부활에 목표를 두고 노력해왔다. 부산의 변화가 전국의 변화를 견인한다고 믿었다. 그 목표는 절반쯤 성공을 거둔 것 같다. 아직도 기울어진 운동장이긴하지만 이제는 국힘당 후보라도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라는 방심은 곤란한 지역이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또 제가 부산 부활의 큰 전환점이라고 생각하고 추진했던 부울경 메가시티 건설, 가덕도신공항 건설 등도 이미 성과를 냈다. 문재인 정부 초대 해수부 장관을 맡아서는 북항재개발 1, 2단계 사업계획과 부산신항 추가확장계획을 모두 확정지었다"며 "부산에 한국해양진흥공사를 설립하고 무너진 해운산업을 재건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큰 지원이 있었던 것은 물론이다"고 말했다.
특히 "저는 전두환 군부독재 시절, 20대의 나이부터 시작해 오랫동안 정치계에서 일을 해왔다. 그동안 어떤 자리를 목표로 정치를 하고 선거에 나서본 적은 없다. 제가 나라를 위해 의미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때 그 일에 도전해왔을 뿐이다. 서울에서의 정치생활을 청산하고 부산으로 돌아온 것도 그런 도전의 차원이었다"고 전했다.
또한 "제게 선거의 유불리는 고려요소가 아니었다. 작년 보궐선거에서는 오거돈 전 시장이 저질러놓은 사고의 수습과 대선으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제가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또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통과의 기회로 삼고자 한 것도 출전의 중요한 동기였다. 그런 목표들은 이루어졌다"고 평가했다.
김 전 장관은 "저는 이번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습니다. 근본적으로 저의 정치적 역할에 대한 고뇌 때문이다. 대선 기간 내내 제가 정치 일선에서 계속 활동해야 하는가에 대해 근본적인 번민의 시간을 가졌다. 저를 정치에 뛰어들게 만들었던 거대 담론의 시대가 저물고 생활정치의 시대가 왔다면 나는 거기에 적합한 정치인인가를 자문자답해봤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만 있으면 출마하는 직업적 정치인의 길을 더이상 걷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다른 도전자들에게 기회를 넘겨주는 것이 옳지 않은가 생각했다.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너무 오래 정치를 해온 개인의 문제로 바라봐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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