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돈대로 어마어마하게 썼지. 그런데 상인(업체)들은 죄다 손해를 보고 나갔어. 이런 게 전형적인 혈세 낭비 아닌가?”
15일 낮 1시. 경기 동두천 소요산 입구에서 만난 등산객 A(68) 씨는 한 건물을 가리키며 혀를 찼다.
그가 말한 곳은 소요산 축산물 브랜드 육타운. 이곳은 동두천시가 2012년 5월 사업비 197억 원을 들여 만든 지하 1층, 지상 2층짜리 건물이다.
시는 소요산을 오가는 등산객과 인근 경기 북부어린이박물관을 방문하는 관광객에게 품질 좋은 한우를 제공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었다.
당시 마니커와 장흥, 홍성과 거창 등 전국적으로 유명한 육류 브랜드가 입점했다. 시민과 관광객들도 자주 찾았다.
그러나 호황은 기대만큼 오래가지 않았다. 2014년 이후부터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지면서 계속 적자가 난 것이다.
실제로 개장 첫해인 2012년부터 마지막 상인이 나간 2020년 까지 브랜드 육타운에서 생긴 총 수입 금액은 7억5600만 원이었다. 그런데 지출 금액은 9억7900만 원으로 되레 2억2300만 원의 적자만 생겼다.
결국 이곳에 들어온 상인들은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줄줄이 나갔다. 그러다 마지막 상인마저 2020년 2월 영업을 포기했다. 브랜드 육타운 건립 8년 만에 상인 모두가 문을 닫은 셈이다.
현재 이곳 입구는 굳게 닫힌 상태다. 유리창 너머엔 오래전 사용한 식탁과 의자만 쌓여 있다. 건물 뒤편엔 출입 금지라고 쓴 테이프만 바람에 나부낀다.
197억원짜리 건물이 2년 넘게 흉물로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를 보는 시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시민 김동필 씨는 “소요산은 동두천의 대표 관광지다. 이런 장소에 건립한 건물이 흉물로 남아 있으니 보기에 너무 안 좋다”라며 “시는 도대체 뭐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비판했다.
인근의 한 상인은 “등산객에게 값비싼 소고기를 팔겠다는 생각 자체가 실패의 요인이다”라며 “시가 애물단지로 전락한 이 건물을 하루빨리 활용하는 방안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경기도 문화재단 북부사무소가 의정부에 있는데, 브랜드 육타운 건물을 그쪽에 임대할까 생각 중이다”라며 “이게 성사되지 않으면 경기도 정책공모 사업을 통해 건강센터를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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