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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한복공정 그리고 보훈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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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한복공정 그리고 보훈문화

[보훈문화의 표층과 심층]

“보훈문화는 국가유공자와 유족의 기억을 사회적 기억으로 전환시키고, 그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문화가 일상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보훈문화의 확산을 통해 우리는 국가유공자의 희생에 내재화된 국가 정체성과 연대의식, 민주시민의식을 계승할 수 있다. 또한 국가와 사회를 위한 희생과 공헌에는 반드시 그에 상응한 국가적 예우와 보답이 따른다는 것을 알려, 사회적 공정성을 제고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보훈문화는 그 사회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라고도 할 수 있다.”(서운석, "보훈 선양과 교육, 그리고 문화", <보훈학 개론>, 모시는사람들, 2021, 206쪽).

2월 20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폐막하였다. 대회 초반 쇼트트랙 ‘편파 판정’ 등 논란들이 있었지만 우리 대표팀은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버텨내 좋은 성과를 거둔 또 하나의 국제행사였다.

알다시피 근대 올림픽은 고대 그리스의 올림피아제라는 행사에서 기원한다. 서구 문명의 기틀과 특히 민주주의의 기원지라고 할 수 있는 고대 그리스는 폴리스를 중심으로 많은 도시국가들로 구성되었다. 고대 그리스는 이들 도시국가들의 경쟁과 조화 속에 나름의 발전을 구가하였으나 기원전 776년을 전후로 해서 쇠락의 길을 걷는다. 당시 그리스는 거듭되는 도시국가들 간의 전쟁과 전염병에 의해 공멸의 위기를 맞게 된다. 이때 엘리스의 왕인 이피테스가 하나의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도시국가들이 오랜 전쟁 끝에 많이 지쳤을 것이니 적당한 명분을 내세워 휴전 협상에 들어가자는 것이었다. 이때 등장한 명분이 바로 올림피아제였다. 신한테 제사를 지내는데 전쟁을 할 수는 없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고대 올림픽의 시작은 초라했다. 이 당시 올림픽 종목은 단거리 달리기 경주 하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후 점점 판이 커지면서 투창, 원반도 생기고 레슬링도 하고 이종격투기까지 종목이 늘어났다. 현재 전 세계인의 축제라는 올림픽은 이처럼 전쟁을 피하고 그리스의 단합을 위한다는 목적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고대 올림피아제를 계승한 근대 올림픽에서도 스포츠를 통한 평화를 강조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올림픽과 같은 메가 스포츠가 정치 이슈로 변질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등장한 한복을 둘러싼 논란도 그 중 하나이다. 개막식에서는 중국의 56개 민족을 대표하는 참가자들이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함께 옮기는 순서에서 한복을 입은 여성이 등장했다. 중국 내 조선족을 대표해서 나온 것인데, 이를 두고 국내 누리꾼들이 ‘동북공정’에 빗대 ‘한복공정’이라고 강하게 반발했고, 대선 정국과 맞물린 정치권이 가세하면서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14억 인구의 중국은 주류민족인 한족 외에 약 1억 2천만 명 규모의 55개 소수민족이 있다. 이들 소수민족 중의 하나가 바로 중국에 거주하는 우리 동포인 조선족이다. 중국의 중요한 행사에서는 소수민족들이 모두 등장하고, 이런 행사에서 조선족 동포들이 한복을 입는 것은 사실 관례적이고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이런 사정이었는데 이번에 이렇게 논란이 된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이번 논란의 중심에는 G2라는 덩치로 몸을 키운 중국이 문화 영역에서도 왜곡을 시도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있다고 본다. 최근 중국의 인터넷 상에서는 한복이 중국 한족의 복장을 의미하는 한푸(漢服)에서 유래했고, 김치의 원조는 중국 음식의 하나인 파오차이(泡菜)라고 주장하는 등 배타적인 민족주의를 거칠게 보여주고 있었다. 이런 중국의 일방주의가 특히 청년세대들을 중심으로 우리 사회에서 ‘반중정서’를 자극했다고 본다.

그러나 이런 우리 사회의 의구심과 중국의 자기중심적 국수주의는 한·중 양국뿐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 사회에도 유해하고 소모적인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한·중뿐만 아니라 일본 등 이 지역 모든 구성원들이 냉정함과 객관성, 그리고 포용성을 길러야 한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하여 참고할 수 있는 지침을 바로 보훈 영역에서 볼 수 있다.

독립정신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3‧1독립선언서를 보면, 우리가 다른 민족에게 억눌려서는 안 되는 이유로 “새로운 기술과 독창성으로 세계 문화에 기여할 기회를 잃는 것”을 들고 있다. 한국의 독립은 진정한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동아시아 지역에 사이좋은 새 세상을 여는 바탕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정신은 김구의 말에도 나타난다. 김구는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라고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목표는 “원래부터 풍부한 독창성을 발휘하여 봄기운 가득한 세계에 민족의 우수한 문화를 꽃피울 것”이라고 3‧1독립선언서에서 말한 것처럼 실현되고 있다.

이런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 보훈문화의 전제는 우리의 문화에 대한 애정만큼 다른 문화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의 문화를 존중하지 않으면서 우리 문화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것을 바랄 수는 없다. 이는 한 나라에만 국한되는 명제가 아니라 동아시아를 포함한 모든 나라에서 필요한 일이다. 이런 분위기가 이루어질 때 그 사회와 지역은 진정한 자주와 평화, 그리고 정의가 담보될 수 있다. 특히 민주화를 자기 힘으로 이룬 유일한 동아시아 국가인 우리가 문화를 배타적으로 소유하려는 소아적인 욕심에 맞서는 첨단이 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위에서 거론한 3‧1독립선언서나 김구의 말에서 볼 수 있듯이 보훈문화가 우리 사회의 진보와 동아시아 전체의 평화를 위해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코로나 세계적 유행으로 배타주의적 성향이 강해지는 모습도 있고,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 한복 논란에서도 볼 수 있듯이 국수주의에 편향하려는 졸렬함도 있다. 이런 한계는 물론 우리만의 것은 아니지만 우리 국가유공자들이 그 험난한 상황에서도 추구한 진정한 이해와 공감을 우리는 더욱 잊을 수 없다. 이런 우리의 노력이 문화적 퇴보를 막고 우리와 이 지역의 평화와 공영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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