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 경기 화성시에서 발생한 공군 전투기 추락 사고는 연료도관 내 ‘미세한 구멍’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노후 전투기에 대한 정비소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3일 공군은 지난 1월 11일 추락한 공군 제10전투비행단(공군 수원기지) 소속 F-5E 전투기의 잔해를 조사한 결과 우측 엔진의 연료도관에 ‘머리카락 굵기’ 크기의 구멍 2개가 있었고, 해당 구멍의 틈을 통해 연료가 누설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공군은 사고 직후 구성된 비행사고대책본부를 통해 추락한 F-5E 전투기가 사고 당일 오후 1시 43분께 정상적으로 수원기지에서 이륙한 후 상승하는 과정에서 전투기 좌우 엔진화재경고등이 켜졌고, 긴급 착륙을 위해 수원기지로 선회하는 도중 추가로 조종 계통 결함이 발생하면서 기체가 급강하했다고 조사결과를 밝힌 바 있다..
실제 공군의 추가 조사에서 해당 전투기는 공군 수원기지를 이륙한 지 54초 만에 엔진 화재 경고등이 울렸고, 항공기 상승·하강기동(피치, Pitching)을 제어하는 수평꼬리날개를 작동시키는 케이블이 손상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 인해 당시 상하기동 조종이 불가능해진 전투기는 결국 이륙한지 2분 24초 만에 화성시 정남면 관항리 태봉산에 추락했다.
공군은 사고의 원인인 연료도관 내 구멍의 발생이 부식 등에 의한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이륙 전에 이뤄지는 정비의 경우 육안으로만 진행돼 내부의 연료도관에 발생한 구멍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매뉴얼상 점검에는 이상이 없었다는 공군의 설명에도 불구, 해당 전투기가 정비교체 기간인 비행 600시간을 다 채우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 4년간 연료도관 등에 대한 별도의 정비가 이뤄지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1986년부터 운용된 노후 기종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정비에 소홀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공군은 현재 운용 중인 모든 F-5 전투기에 대해 안전상태 점검과 연료도관을 특별점검하고, 점검이 끝난 전투기부터 점진적으로 비행을 재개할 방침을 세웠다.
한편, 이번 조사를 통해 추락 당시 조종사였던 고(故) 심정민 소령(29·공사 64기·추서 계급)이 민가 추락을 피하기 위해 탈출을 포기했던 정황도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공군은 비행기록장치 분석 결과 당시 심 소령이 전투기 결함을 인지한 직후 수원기지로 복귀하기 위해 선회하는 과정에서 관제탑과의 교신을 통해 2차례에 걸쳐 ‘이젝트(Eject·탈출하다)’를 선언하며 비상탈출 절차를 준비했지만, 곧 민가지역을 발견하고 이를 회피하기 위해 비상탈출을 포기했다고 전했다.
공군 관계자는 "F-5E 연료도관 구멍으로 인한 사고 사례는 처음으로, 그동안 이런 사고가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 점검 방법을 보완할 계획"이라며 "이번 사고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앞으로 안전사고 예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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