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헤이룽장성(黑龙江省) 둥닝시(東寧市)에 삼차구 마을이 있다. 러시아와 국경을 이루는 곳이다.
이 마을 주민들은 연해주에서 건너간 이주민이다. 19세기 중엽, 조선 말 거센 세파에 흔들리는 고향을 떠나 연해주로 이민한 조선인의 후손들이 곧 삼차구 마을 원주민인 셈이다.
책 <국경 마을, 삼차구에서 보내온 이야기>는 삼차구 마을에 사는 중학생, 고등학생인 청소년들이 쓴 글을 모았다.
글쓴 아이들의 이름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유가의, 고연미, 주설령, 최요한, 김선미, 조만송. 이 아이들이 서울과는 조금 달리, 조금 더디게 시간이 흘러가는 삼차구 마을에서 살아가며 겪은, 생각한 이야기들을 책에 풀어놓았다. 풋풋한 청소년의 생각과 고민, 아픔과 기쁨이 여과없이 수록돼 있다. 우리와 닮았으면서 약간은 다르게 말이다.
이 책을 엮은 이는 시인이자 르포작가인 박영희 작가다. 안중근 의사의 행적을 따라 기행한 내용을 수록한 <안중근과 걷다>를 쓴 박 작가가 이번에는 조선족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박 작가는 2015년 처음으로 삼차구 마을을 방문했다. 2017년에는 삼차구에서 우리말을 되살리기 위해 '파랑새 우리말 백일장'을 처음 열었다. 이 책은 백일장에 참여한 청소년들의 글을 모았다.
그저 막연히 '우리의 동포'로만 생각하는, 혹은 '나쁜 조선족'으로 치부하고 말아버리는 아이들의 진솔한 모습을 만날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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