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에 동참할 수 있다고 밝힌 것과 관련, 정부는 한국이 독자적으로 러시아를 제재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24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독자 제재를 고려하고 있냐는 질문에 대해 "국제사회가 추진하는 수출 통제를 포함한 제재에 동참하는 것"이라며 "독자 제재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라고 답했다.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 이사국이기 때문에 유엔 차원의 제재가 도출되기 어려운 가운데, 수출 통제를 포함해 수입 통제 제재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아직 논의 선상에 올라와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날 오전 "러시아가 전면전을 감행할 경우 수출 통제 등 제재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제재 부과의 기준으로 설정한 '전면전'의 구체적 요건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이 당국자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이 당국자는 "푸틴 대통령이 군사 작전을 결정했고 이후에 일련의 조치들이 취해졌는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력 침공이 생겼다고 보고 있고 이것이 현 상황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전면전에 대한 정의를 (우리가) 내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그러한 상황이 되면 제재 조치를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것이 중요한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당국자는 "우리가 국제 경제에서 차지하는 부분도 있고, 이 정도의 무게감 있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내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자평했다.
제재의 구체적 방안에 대해 미국 등 서방 국가들과 공유했냐는 질문에 그는 "우크라이나 상황이 꽤 엄중하게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 지난해 말부터였고 그 과정에서 미국 등 우방국들과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에 대해 외교 채널을 통한 협의가 있어 왔다"고 답했다.
러시아와도 우크라이나 사안과 관련해 논의가 있었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러시아와는 이 문제뿐만 아니라 필요하면 수시로 소통한다"며 "어떠한 명분으로도 무고한 인명 살상을 가져올 수 있는 무력 사용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적 완전성이 존중돼야 하고 대화와 외교를 통한 평화적 방식의 해결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고 밝혔다.
한편 우크라이나 현지 상황에 대해 이 당국자는 "주(駐)우크라이나 대사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수도인) 키예프를 빠져나가는 차량도 있고 주유소와 마트에 사람이 늘어나긴 했지만 아직 공황상태로 가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우크라이나 서부의) 리비우 주변 도시에서 일부 폭발음과 사이렌이 들리고 있다고 한다. 또 도시를 빠져나가는 차량이 늘어나고 일부 동요가 감지되고 있다고 한다"며 "현지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주우크라이나 대사관과 교민들의 출국 경로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을 기준으로 현재 우크라이나에 체류하고 있는 교민은 총 64명이다. 이 중 36명은 출국 의사를 밝혔으나 나머지 28명은 잔류를 희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당국자는 "잔류 희망하는 28명은 주우크라이나 대사가 직접 접촉하고 있는데 현지에서 20~30년 간 사업하신 분들, 우크라이나 영주권자이면서 선교사인 분들, 현지인 배우자를 두고 있는 분들 등이다"라며 "최대한 이동하도록 설득 노력을 하면서도 끝까지 잔류하겠다는 분들에 대해서는 필요한 안전 조치를 취하면서 두 가지 부문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우크라이나 한국대사관의 철수 문제와 관련해 또 다른 당국자는 "교민들이 다 (우크라이나에서) 나오기 전까지 대사관 기능은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대사관 직원들의 안전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교민들의 철수 상황과 맞춰서 안전하게 인솔하면서 철수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에 민간 항공기 운항이 끊기면서 군 수송기를 동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남아있는 교민들이) 현지에서 오래 생활했던 분들이라 차를 소유하고 있고 아직은 (우크라이나 내에서) 차량 이동이 가능하다"라며 "육로 이동 및 대사관에서 임차한 버스 등을 통해 같이 이동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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