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자재 가격은 급등했는데 가격 요청은 꿈도 못 꾼다. 원청사의 심기를 거슬렸다가 '후환'이 두렵기 때문이다.
# 원청에 전달한 기술브리핑 자료가 경쟁업체로 넘어가 기술 유출로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됐다. 납품이 끊길까봐 소송은 엄두도 못 낸다.
경기도 내 반도체 부품·장비 중소업체의 37%는 이들 사례와 같은 '불공정 하도급 거래'를 경험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기도는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진행한 도내 반도체산업 부품·장비 하도급업체(수급사업자) 700개사 대상 설문조사와 업계 종사자 50인 인터뷰 결과를 21일 공개했다.
먼저 이른 바 '갑질'로 불리는 불공정 하도급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37%로 나타났다. 이를 유형별로 보면(복수 응답) △대금(지급 지연 등) 33.1% △계약(표준계약서 미작성 등) 12.1% △강요(기술자료 제공 등) 3.1% △기타 12.1% 등 이다.
불공정 하도급 거래를 경험한 259개 업체별로 구체적인 상황(복수 응답)을 보면 대금 문제에서는 △통상적인 경우보다 낮은 단가 책정(14.6%) △대금 지급 지연(13.9%) △원재료 가격 변동에 따른 대금 미조정(11.7%) △설계변경 등에 따른 대금 미조정(8.1%) 등을 호소했다.
불공정 하도급 거래 경험업체 중 8.6%만이 대금조정을 대기업 등 원청에 신청했고, 이들의 조정 성립률은 60%다.
전체 응답자 30%는 원청으로부터 기술자료 제공 요구를 받은 경험이 있었다. 이 가운데 52.9%는 하도급 계약 전 기술자료를 요구받는 등 기술자료 유출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종사자 50인 대상 심층 인터뷰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확인됐다. 하도급 불공정거래의 주요 경험(복수 응답)으로 △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른 단가 조정 또는 미조정(50%) △낮은 계약 금액(18.7%) △기술 유용 및 탈취(18.7%) 순으로 답했다.
이들은 해결 방안으로 인력·자금 지원, 하도급 납품단가 조정제도, 자율분쟁조정협의회 도입 등을 제안했다.
도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하도급 대금조정제도 활성화'를 주요 과제로 선정해 관련 연구용역과 정책 개발을 추진할 방침이다.
기술 유출 피해구제 등 도내 하도급업체의 권리 보호와 불공정행위 규제를 위해 도의 하도급 분쟁 조정권, 불공정 하도급 거래에 대한 조사권과 제재권 등 지방정부 권한 공유요청도 정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김지예 도 공정국장은 “전국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업체 64%가 경기도에 집중된 만큼 반도체는 경기도 경제의 핵심 산업”이라며 “도내 소부장 업체의 자생력 강화를 통한 지속적 성장을 위해 다양한 지원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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