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산에서 학교폭력 피해 중학생이 '전학 조치'된 가해 학생과 같은 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돼 지역사회에 논란이 일고 있다.
중학교 졸업 후 '전학 조치' 된 운동부 가해 학생은 관내 타 중학교로 전학 하루 뒤 졸업하고, 체육특기자로 K 고등학교로 진학 예정이다.
다가오는 3월 경산시 K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피해 학생 A군과 학부모는 가해학생 B군과 같은 고등학교에 다녀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와 슬픔, 무력감을 호소하고 있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르면 '전학 조치'된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이 상급 학교에 진학할 때는 각각 다른 학교로 배정하며, 피해 학생이 입학할 학교를 우선한다.
하지만 경산과 같은 '비평준화 지역'은 교육감이 배정하지 않고, 학교장이 입학전형을 실시해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입학이 두려운 피해 학생, 운동부 B군에게 맞아 턱뼈 부러지는 등 전치 8주 부상
<프레시안> 취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경산 모 대학교 교정 안에서 피해 학생 A군은 같은 학교 운동부 B군에게 발로 얼굴을 맞아 실신했다. B군은 라이터를 쥔 주먹으로 누워있는 A군의 얼굴을 가격, 라이터가 터지자 발로 차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이 장소에 함께 있던 친구 C군은 가해학생 B군의 요청으로 구타 장면을 촬영해 친구들과 B군에게 전송했다.
피해 학생 A군의 부모는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턱뼈가 다 으스러지고 부러졌으며 신경까지 찢어져, 8주 진단 상해를 입었다"며 "대학 병원 응급실 후송 후 4시간 걸리는 대수술을 받았다"고 피해 사실을 알렸다.
이어 그는 "지난 1월 5일 학폭위가 열리고, (학교)졸업식이 끝난 18일 학폭위 결과를 받았다"며 "가해자 강제전학, 접촉·보복금지(가해학생 중학교 졸업 시까지)"라고 조치내용을 전했다.
그러면서 "(중학교)졸업 후 결과가 나왔으니 상급학교 진학 후 강제 전학해, (가해학생과 피해학생)분리가 이루어질 줄 알았으나, 관내에 아직 졸업 전인 중학교를 찾아 전학 조치 후 졸업하면 학폭에 대한 처벌은 끝이랍니다"고 교육당국의 조치 결과를 밝혔다.
그는 "고등학교는 같이 입학 가능하다는데, 가해자가 다른 학교로 입학하지 않는 한 3년을 같이 다녀야한다"면서 이번 징계처리 과정이 너무 부당하고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남광락 경산시의원(진량)은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는 학교폭력예방법에 의해 교육감·교육감 권한인데, 이번 사건의 조치는 피해 학생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는 행정편의주의다. 왜 이렇게 하는지 모르겠다"라며 교육당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학교폭력 '피해자'를 먼저 고려하지 않는 교육당국의 법해석과 적용
「학교폭력예방법」제3조(해석·적용의 주의의무) '이 법을 해석·적용하는 경우 국민의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되지 아니하도록 주의하여야 한다'고 명기돼 있다.
<프레시안> 확인 결과 이 사건 학폭위는 가해학생 A군에 '전학 조치'를 요청하며, 별도 기간을 명시한 다른 조치와 달리 기간을 명기하지 않았다.
경산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이 학폭위 결과가 나오기 전에 같은 고등학교에 입학이 결정돼 있었다"며 "하지만 학교폭력예방법 시행령 제20조에 따라 조치를 했기에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안타까운 마음은 있다"고 말했다.
교육당국의 설명과 달리「학교폭력예방법」시행령 제20조 2항에는 '피해학생의 보호를 고려해야한다'고 명기돼 있고, '전학 조치'에 대해 그 기한을 두고 있지 않고 있다.
<프레시안>이 고등학교 진학 후 '전학 조치'는 불가능했는지 묻자 경산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기자의 해석일 뿐이며, 교육당국의 매뉴얼에 따라 조치했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대구고등법원 2018누2620 판결에 따르면 ▲「학교폭력예방법」상 학교폭력의 발생 시점이나 징계 시점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한 점, ▲ 학교폭력으로 인한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에 관해서는 그 조치권의 행사를 제한하는 제척기간이나 공소시효 등에 관한 규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또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의 궁극적인 목적은 피해학생의 보호와 가해학생의 선도·교육에 있는 것이고(「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제1항), 학교폭력의 발생 이후에 상급학교에 진학하였다고 해서 위와 같은 피해 학생의 보호 및 가해학생의 선도·교육의 필요성이 소멸한다고 볼 수 없다고 명시됐다.
그러면서 '학교폭력이 중학교 재학 중에 발생한 경우에도 당해 가해학생이 소속된 고등학교장은 가해학생에 대하여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소정의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하여 입학 전의 행위라도 상급학교의 장이 징계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와 더불어「학교폭력예방법」제11조 6항에 '교육감은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에 따른 전학의 경우 그 실현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명기돼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가해 학생의 미래도 생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학부모 L씨는 "가해학생이 운동부이고, 이번에 진학한 고등학교가 해당 구기종목 운동부가 있는 유명한 학교다"며 "B군이 해당 고등학교로 진학하지 못하면 사실상 선수로서의 미래가 없어진다. 잘 한 것이 없는 가해학생도 최소한의 보호는 필요할 것 같다"고 염려를 나타냈다.
이 사건에 대해 청소년폭력예방재단 관계자는 "상급학교 진학 시에 동일한 학교에서 가해 학생들을 대면하게 될 때 피해 정도에 따라서는 충격의 정도가 굉장히 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고 설명했다.
지역사회에서는 피해학생 보호의 측면을 고려하면 관련 이와 같은 법령의 사각지대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와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한편, 이 사건 관련해 경북도교육청 교육감에 대해 학교폭력 피해자 보호조치에 적극 나서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귀추가 주목받고 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연락하면 자살 예방 정보 및 상담을 받을 수 있다. 학교폭력 예방교육 및 전화·문자 상담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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