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꿈과 희망으로 살아간다. 항일 의병과 광복군, 6·25 참전군인과 학도병, 베트남전 참전용사, 파독 광부와 간호사, 청계천 여공, 5·18 민주화운동과 6월 항쟁의 시민, 조국의 서해바다를 지킨 천안함 용사들.... 이루 말할 수 없는 사람들의 꿈과 희망, 애국심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없었을 것이다.' (변해영 "지역사회 보훈복지와 공동체의식의 함양", <보훈복지, 정책과 실천>, 모시는사람들, 2021, 115쪽)
이 땅의 국가유공자들은 조국의 독립과 자유와 평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하여 가장 소중한 것마저 희생하며 살아오신 분들이다. 우리에게 식민지의 굴레에서 자주를 쟁취하게 하였고, 폭력과 전쟁으로부터 자유를 굳건하게 지켰으며, 행복한 민주주의를 선물로 주었다. 외침이나 전쟁으로부터 국가를 지키는 국민 정신의 마지막 보루(堡壘)이며 원동력이 되어왔다.
그러나 국가유공자의 전반적인 고령화와 노인 빈곤화, 계층 간의 갈등, 세대 간의 괴리와 차별 등이 이어지면서, 보훈이 국민 통합과 연결 보다는, 국가공동체 및 지역사회와의 분절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제 보훈의 정책과 실천은 지역사회와 공동체의 구성원과 늘 함께 생각하고 움직여야 한다. 공동체 의식 속에서 보훈의 정신과 기능이 지역사회에서 자발적으로 작동하고, 각각의 유형들과 자연스러운 연계성을 가지고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국가유공자 및 보훈대상자들이 주거하고 있는 그곳, 그들이 숨을 쉬고 노래하고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는 지역사회에서의 복지서비스와 연계된 보훈정책이 유용하게 제공되고 실천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훈 정책 집행자는 지역 공동체는 물론 지역 사회의 복지서비스의 체계와 생리를 누구보다도 잘 알아야 한다.
물론 기초 지자체인 '읍면동 복지허브화' 와의 연계성을 더욱 내실화하고, 보훈대상자의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도록 통합적 서비스체제를 완벽하게 구축하면 더 좋을 것이다. 설령 복지사업별로 전달체계가 상이하더라도, 전산 또는 업무처리상에서의 서비스 연계(seamless service)가 이루어지면, 일반 국민과 보훈대상자가 한 장소에서 서로를 위한 전달체계 안에 통합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제는 의료서비스뿐만 아니라 보훈대상자에게 필요한 생애설계 서비스를 일반 시민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과 시설에서도 받을 수 있도록 구조화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지역사회를 촘촘하게 연결하는 복지 체제를 구축하고 지역사회모델(보건·의료서비스+지역복지 공동체 서비스팀)의 사례를 발굴하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보훈정책이 국가와 지역사회 내 보훈가족을 서로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돌봄 케어 커뮤니티'와 더 많이 연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사회복지시설이나 행정기관 및 공공서비스 제공기관 간의 공식적인 지역복지 서비스협의체를 구성하여 보훈대상자를 공동 관리하는 연계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아울러 제반 복지 시설간의 역할분담 및 지역복지 계획을 공동 수립하면서, 협의체의 재원조달, 예산확보와 운영 등에 관한 시·군·구 조례를 제정할 것을 제안한다.
더불어, 국가보훈과 관련된 여러 기관과 조직들이 전국 방방곡곡의 지역 사적지 등 보훈 커뮤니티와 2030 세대와의 통합과 연결에 더욱 나섰으면 한다. 보훈의 세대와 X-Y-M-Z 세대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차별과 혐오를 넘어서야 한다.
1980년 5월, 광주에서의 슬픔 또한 국민의 통합으로 이어지고 국가 공동체 의식으로 승화되어야 한다. 프랑스 방데(Vendae)지방의 퓌뒤푸(Puy du Fou)의 경우가 그랬다. 방데 지방의 후손들은 뜨거운 향토애를 바탕으로 그들의 터전을 '저항의 도시'와 '역사의 상처'로만 기억하지 않았다. 슬픈 역사를 숨기지 않는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아픈 역사도 우리의 역사로 보게 하고, 그것조차도 뜨거운 가슴에서 용서와 포용으로 끌어 앉을 수 있는 역사적 시간과 통합의 공간을 만들고 있다. 이와 같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실천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민관의 문화 거버넌스가 바로 프랑스 문화민주주의의 중요한 자산이 되고 있다.
퓌뒤푸는 광주의 아픈 역사인 5·18을 겪은 우리에게 큰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광주의 큰 용서는 해불양수(海不讓水)하는 바다에 먼저 들어가는 것이다. 애국은 멀리 있지 않다. 포용과 용서는 나를 사랑하는 원점이 된다. 나를 사랑할 수 있어야 타인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다. 슬픔 위에 피어나는 용서는 진정한 승자의 모습이며, 어쩌면 자유 조국 대한민국의 평화통일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변해영, <보훈복지, 정책과 실천> 116쪽)
이제는 실천적이고 실용적인 노력과 활동이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우리 공동체의 복지서비스 관련 모든 거번너스가 유기체적으로 협력하고 연대하며, 그리고 탈시설과 자립, 포용과 상호의존의 공동체 정신으로 대한민국을 보훈의 정신으로 통합시키고, 그러한 가운데 보훈 대상자들을 존경하고 예우에 나서는 것이 진정으로 애국하는 길이다.
바야흐로 우리의 지방자치 시대는 어느덧 국토 균형 발전과 분권형 국가발전의 초석이 되고 있다. 기초자치단체인 읍·면·동-시·군·구의 복지서비스 전달체계의 발전과 '지역커뮤니티 통합돌봄체계'의 확충에 국가유공자의 희생과 공헌이 소중하게 자리매김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