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F 트랜스젠더 A 씨는 병무청의 신검 통지서를 받고 당황했다. A 씨는 성확정수술 후 법적성별 정정을 마쳐 징병대상자가 아니었다. A 씨는 병무청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렸으나 병무청에서는 "우선 검사를 받고 면제받으라"고 했다. 병무청에 수차례 항의한 끝에 A 씨의 사례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병무청은 그제야 A 씨를 병역에서 제적처리했다.
#TMF 트랜스젠더 B 씨는 군 복무 중 자신이 트랜스젠더임을 정체화했다. B 씨는 관련한 상담과 치료를 받고 싶었으나 군 안에서 소문이 퍼질 것이 두려워 포기했다. 민간병원을 가려면 휴가를 받아야 하는 데다 부대가 외진 곳에 있어 가는 데만 수시간이 걸렸다. 더 이상 군 복무가 어렵다 판단한 B 씨는 전역절차를 밟고자 했으나, 이 또한 지휘관이 B 씨의 상황을 이해할지, 혹은 신앙 등의 이유로 혐오하지 않을지 등 여러 걱정에 전역 이야기를 꺼낼 수 없었다.
故 변희수 육군하사가 사망한 지 1년이 다 돼 가지만 여전히 트랜스젠더 군인의 복무에 관한 정책 마련이 지지부진하다. 인권단체들은 "군은 여전히 소수자의 존재를 전혀 상상하지 않는 폐쇄적인 조직"이라며 "근본적으로 소위 말하는 '정상성'을 갖추지 않은 소수자를 포용하는 식으로 대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인권센터 등 인권단체들은 16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故 변희수 하사 전역처분 취소소송 판결의 의미와 과제' 토론회를 열고 "이들을 위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군 복무 중 성확정수술을 이유로 강제 전역처분 결정된 변 하사는, 전역처분취소 소송이 진행되던 지난해 3월 청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토론에 참여한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군인권센터의 상담 사례를 들어 "트랜스젠더 군인은 커밍아웃한 변 하사만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변 하사가 카메라 앞에 서기까지 군의 비상식적이고 황당하기까지 한 위법한 전역처분이 있었던 건 국방부가 소수자의 존재를 아예 상상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군대 내 트랜스젠더'는 분명 존재한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정성별 남성인 트랜스젠더 239명 중 42.1%(109명)이 '병(4급 보충역 포함)으로 군 복무를 마쳤'거나 '현재 군 복무 중'이라고 응답했다. 그럼에도 "군에 존재하는 트랜스젠더에 대해 어떤 지침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최근 변 하사 외 언론에 보도된 사례로는 커밍아웃 후 원치 않게 전역해야 했던 공군장교의 사례가 있다"는 게 김 국장의 설명이다.
김 국장이 제시한 군인권센터의 트랜스젠더 관련 상담 사례 유형은 크게 △병무행정의 문제 △복무상 애로사항 △군 복무 중 트랜스젠더 정체화에 따른 문제 등으로 나뉜다.
우선 병무행정의 문제로 앞선 A 씨의 사례와 같이 법적성별 정정을 완료했으나 이 사실이 병무청 병적관리하는 쪽에 반영되지 않는 제도불비의 문제가 있다. 김 국장은 "행정 제도의 입장에선 제도불비에 따른 당사자의 불만으로 느끼겠지만 트랜스젠더 당사자에게는 불안감과 트라우마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면 과거 잦았던 "트랜스젠더 당사자에게 과도한 입증을 요구하는 경우"는 "여러 소송을 통해 많이 개선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트랜스젠더의 상태가 질병이나 심신장애로 정의되고 있다는 점도 큰 문제"라고 꼽았다. 과거 트랜스젠더를 '성별주체성 장애'로 명시한 표현은 국제기준에 따라 '성별불일치'로 변경했으나 "표현만 달라졌을 뿐 여전히 질병 및 심신장애의 하나로 분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분류가 트랜스젠더 군인을 "치료를 받고 병역을 면제받기 위해 정신과치료를 받는 기준"으로 적용한다며 "이런 기준을 유지할 게 아니라 별도의 지침이나 기준을 만들어 자신의 의사에 따른 병역이행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해야한다"고 했다.
앞서 세계보건기구의 국제질병분류 11판에는 '성주제성 장애'를 삭제하고 '성별불일치'로 신설하며 "트랜스젠더 정체성이 더 이상 정신장애가 아니며 이로 인해 사회적, 직업적 생활에 어떠한 지장도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우리 군도 이에 따라 명칭을 변경했으나 이 같은 취지를 반영하지 못하고 '정신장애의 하나'로 보고 전역 사유로 두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국제사회에서는 트랜스젠더 군인의 복무를 허용하고 있다. 2021년 1월기준 총 21개 국가에서 트랜스젠더임을 밝히고 군 복무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동시에 이들을 위한 별도의 규정, 지침 등을 마련한 곳도 있다. 미국의 경우 주에 따라 트랜스젠더 군인은 공무원 의료보험인 FEHB의 적용을 받아 호르몬 요법 및 성확정수술 등에 보험을 보장받을 수 있다. 영국도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허용하며 이에 대한 의료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복무 중인 트랜스젠더 군인의 복무상 어려움도 제시됐다. 김 국장은 "이런 상담은 복무를 포기한 뒤 하는 경우가 많다"며 "트랜스젠더 군인이 존재할 수 있다는 상상도 하지 않는 폐쇄적 조직문화에서 군 복무를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가령 간부의 경우엔 개인 숙소를 쓰지만 일반병은 그렇지 않다. 또 야외 훈련, 야영에서 발생하는 어려움도 있다.
군이 다양성에 관한 준비가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김 국장은 "문재인정부의 사업성과 중 하나가 군대 내 여자화장실을 설치한 것이다. 군이 이정도로 다양성에 대한 준비가 안 됐다. 소수자를 위한 규정, 지침도 마찬가지"라며 "동성애자 군인 관리지침은 있지만 트랜스젠더와 동성애자는 다르다. 이 기준을 성소수자에게 일괄적용하는 건 무리"라고 했다.
B 씨의 사례처럼 '복무 중 정제화하는 군인'의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국장은 "우리나라 군 복무의 특수성을 생각하면 병사 평균 나이가 21세, 부사관은 31세, 단기복무 부사관은 26세의 젊은 연령대"라며 "이 시기에 자신을 트랜스젠더로 정체화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정체화 과정에서 필요한 상담, 치료를 받기 어렵다"며 "소문이 날 경우 괴롭힘과 폭행을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도 크다"고 설명했다.
김 국장은 "변 하사 이후 군이 트랜스젠더 군 복무에 관한 연구사업을 국방연구원에 발주해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그러나 우리 군은 트랜스젠더, 게이, 레즈비언의 차이도 구별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트랜스젠더 군인의 복무를 위해 만든 제도가 획일화되고 행정편의적으로만 설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전했다.
김 국장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트랜스젠더 누구나 자신의 성별정체성을 존중받고 이에 맞게 살아가는 것이 권리로서 보장돼야 한다. 그리고 이에 맞게 사회적 환경을 갖추고 제도,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이것이 바로 변 하사 전역처분취소 판결에 따라 국가가 해나가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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