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승강기 추락사고 원인 '비상 정지장치 와이어 풀림' 추정

경기 성남 판교 제2테크노밸리의 한 신축 공사장에서 발생한 승강기 추락사고의 원인이 승강기의 비상 정지장치 와이어가 풀려 발생한 것으로 잠정 확인됐다.

▲지난 8일 승강기 추락 사고가 발생한 판교 제2테크노밸리의 신축 공사장.ⓒ프레시안(박종현)

14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11일 진행된 1차 합동감식 결과 비상 정지장치의 와이어 연결부분이 풀리면서 정지장치가 작동하지 못해 승강기가 추락한 곳으로 보인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구두상 소견을 받았다.

정지장치는 승강기가 과속할 경우 레일을 붙잡아 카 케이지를 정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감식 결과에 따르면 사고 당시 작업자들이 건물 12층에서 승강기 카 케이지(본체) 위에 올라선 상태로 승강기 권상기(와이어로프를 이용해 승강기를 위아래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장치) 설치 작업을 하고 있던 도중, 이들을 지탱하던 비상 정지장치의 철제 와이어가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풀리면서 카 케이지와 작업자들이 지하 5층까지 추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사고와 관련된 수사를 진행하면서 원청 및 하청 공사 관계자 등을 상대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형사 입건된 공사 관계자는 없다.

앞서 지난 8일 오전 10시께 성남시 수정구 판교제2테크노밸리의 한 신축 공사현장 지상층에서 승강기를 설치하던 작업자 2명이 지하 5층으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작업자 A씨(58)와 B씨(44)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모두 숨졌다. 이들은 같은 승강기 설치 업체 소속 직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망자들에 대한 국과수 1차 부검에서는 '다발성 손상'이 사인이라는 구두 소견이 나왔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혐의 적용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날 최승렬 경기남부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아직 정식 소견은 아니고 구두 의견이기 때문에 이것을 토대로 여러 가능성을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이유도 수사 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