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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둘째 날, 남한강 강천보 수문 개방 현장을 다녀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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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둘째 날, 남한강 강천보 수문 개방 현장을 다녀오다

[함께 사는 길] 강은 그냥 내버려둬야 한다·①

오랜만에 눈이 시원해지는 경험을 했다. 2022년 새해 둘째 날, 남한강 강천보 수문 개방 현장에 다녀왔다. 현재 정부에서는 겨울철 농한기를 이용해 한강, 낙동강 보의 수문을 개방하고 취수 장애, 지하수 및 어·패류 등의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4대강사업 완공 이후 처음 수문을 개방한 강천보는 12월 1일부터 시작해 현재 60cm 가량 수위를 낮춘 상태다. 수위가 낮아지자 강천보 상류는 넓은 모래톱이 드러나고 여울이 형성되었다.

강천보 열리자 꾸구리가 돌아왔다

강천보는 경기도 여주시에 위치한다. 4대강사업을 통해 남한강에 설치한 3개 보 가운데 가장 상류에 있다. 강천보 상류에는 섬강과 청미천이 있다. 남한강까지 세 개의 물줄기가 모이는 곳, 그래서 그 지역 이름도 삼합리(三合里)다. 4대강사업으로 이포보, 여주보, 강천보가 생긴 이후 여주 남한강은 호수로 변했다.

▲ 10년 만에 강천보 수문이 열린 가운데 시민단체 차원에서 수문 개방 이후 어류의 변화상을 조사하고 있다. ⓒ이완옥
ⓒ이완옥

여주 삼합리에 도착해 강가로 향하자 여울을 넘어 흐르는 시원한 물소리가 들린다. 여울은 작은 급경사를 이루어 물의 흐름이 빠른 부분을 말한다. 여울의 하천바닥의 굵은 조약돌을 넘어 흐르는 물소리가 꾀나 요란하다.

가슴장화를 신고 족대를 둘러맨 조사원들이 성큼성큼 강으로 들어간다. 이날 수온은 3.2도, 강 가장자리는 빙판이 되어 얼어붙은 상태다. 족대로 몇 번 훑긴 끝에 한 줌의 물고기가 올라오자 환호가 터진다. "꾸구리가 돌아왔다!"

꾸구리는 모래무지아과에 속하는 우리나라 고유종이다. 임진강, 한강, 금강 중상류 지역의 자갈과 돌이 많은 여울 지역에 서식한다. 눈에 눈꺼풀이 있어 낮에는 눈이 좁아졌다가 밤에는 넓어지는 특징을 보여 '고양이 물고기'라고도 부른다.

사실 우리가 방문한 낮 시간은 꾸구리의 취침시간이라고 한다. 야행성 물고기인 꾸구리는 자정부터 새벽 6시에 가장 활발히 활동하며 수서곤충을 주로 먹는다. 꾸구리의 눈꺼풀은 야간에 먹이활동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발달한 결과로 보인다. 꾸구리는 대형댐 건설, 하천공사, 환경오염 등으로 개체수가 줄어 2005년부터는 멸종위기2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

삼합리 인근에서 자취를 감췄던 꾸구리가 발견된 것은 이번 수 문개방으로 물살이 빨라진 효과 때문이다. 수문을 개방하고 수위가 낮아지니 남한강 본류가 흐름을 회복했고, 빠른 물살을 좋아하는 꾸구리가 더 넓은 서식지로 이동한 것이다. 이완옥 한국민물고기보전협회장은 "강천보 개방으로 남한강의 여울이 회복되면서 상류에서 내려온 개체로 보인다"라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종 보전이 아니라 서식지 보전이다. 유역 전체에 꾸구리가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언제라도 그들이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짧은 시간 조사에도 남한강 본류 여울에서 꾸구리, 새코미꾸리, 쉬리, 돌마자, 피라미, 밀어, 민물검정망둑 등 7종이 관찰됐다. 청미천이 남한강 본류와 만나는 수역에서는 모래무지, 돌마자, 버들매치, 참붕어, 줄몰개, 피라미, 누치, 각시붕어, 납자루, 얼룩동사리, 민물검정망둑, 밀어, 미꾸리 등 13종이 출현했다.

도리섬도 한 바퀴 돌았다. 이곳에는 청미천과 남한강에서 내려온 보드라운 모래가 쌓여 있다. 도리섬은 약 25만㎡ 크기의 섬으로, 섬 일대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단양쑥부쟁이와 표범장지뱀, 삵,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 등 여러 보호종이 서식하고 있다. 섬을 걸으며 어렵지 않게 수달, 고라니, 삵의 발자국을 발견했다.

▲ 돌아온 멸종위기종 쭈구리. ⓒ성무성 
▲ 수문 개방 이후 줄어든 수역에서 미처 강으로 돌아가지 못한 펄조개. ⓒ환경운동연합

수문 개방 실험의 교훈

이번 농한기 수문 개방 모니터링은 낙동강에서도 진행됐다. 현재 상주보 수위를 1m 낮췄다가 취수시설 문제로 다시 수위를 올렸고, 구미보는 2m를 낮췄지만 개방폭이 적어 개방에 따른 영향이 적은 상황이다. 칠곡보 수위는 1m 낮췄는데, 개방의 걸림돌이었던 해평취수장이 개선됨에 따라 향후 수위를 더 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렇게 되면 해평습지의 모래톱이 더 넓게 돌아오고 예전처럼 흑두루미가 다시 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합천보는 올 겨울 수문 전면개방 모니터링이 진행 중이다. 가슴장화를 신고 강을 건너갈 수 있을만큼 수위가 낮아졌다. 작고 보드라운 황금 모래가 합천보 상류에 가득해지고 그 위로 맑은 물이 지나면서 시민의 호응도 높다. 이곳이 처음부터 모래를 보이지는 않았다. 처음 수문을 개방했을 때 드러난 바닥은 검정 펄이었다. 몇 번에 걸쳐 수문을 개방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펄이 씻겨나가자 흡사 4대강사업 전을 연상케하는 황금빛 모래톱이 드러난 것이다.

현재 남한강과 낙동강의 수문 개방 모니터링은 2월 중순까지 진행될 예정이며, 이후 다시 수문을 닫는다. 이는 4대강사업을 진행하며 취·양수시설에 대해 설계를 잘못했기 때문이다. 수위를 낮출 것을 가정하지 않고 강물을 가득 채운 상태에서만 취·양수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현재 정부에서는 남한강, 낙동강 인근 시설의 보강을 통해 수위를 낮춘 상태에서도 보를 운영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금강, 영산강의 경우 보 처리방안이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의결된 이후 방안을 이행하기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그 일정이 늦어져 이번 임기 내에 실제 보 해체가 이뤄지기는 어렵다.

4대강사업이 끝난 지 10년, 수문을 연 강은 스스로 제 자리를 찾고 있다. 6m 깊이로 준설했던 강바닥은 다시 모래와 자갈로 채워졌고, 3개 보를 완전 개방한 금강에서는 지난여름부터 녹조가 사라졌다. 지난 수문 개방 실험동안의 교훈은 하나다.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그냥 강을 내버려둬야 한다는 것이다. 봄이 되면 다시 수문을 닫겠지만 우리는 한 발자국씩 희망을 발견해나가고 있다. 언젠가 16개 보가 모두 열리고 해체되는 날을 기다리며 모래톱에서 새롭게 만들어낼 추억을 기대한다.

▲ 수문 개방으로 강천보 상류는 넒은 모래톱이 드러나고 여울이 형성됐다. ⓒ환경운동연합

우리가 되찾아야 할 강

최근 남한강의 강 문화를 조사하는 연구원이 지역의 어르신을 만나 나눴다는 얘기를 들려줬다. 형 따라 밤낚시 갔더니 꾸구리 소리가 시끄러웠던 이야기, 양섬에서 재첩을 주워 실컷 먹었다는 이야기, 도리섬에서 꿩 사냥했다는 이야기, 금은모래유원지 앞 모래사장은 전국에서 강수욕을 하러 올만큼 아름답고 컸다는 이야기, 나룻배를 타고 건너다니며 연애했던 이야기. 이런 것이 우리가 꿈꾸는 강의 모습이다.

한편 이번 남한강 현장답사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의 주최로 진행됐다. 이날은 수위를 낮추는 사이 웅덩이에 고립되거나 미처 강으로 이동하지 못한 패류의 구조도 함께 진행됐다. 2022년 2월까지 매주 토요일 도리섬, 닷둔리, 섬강 및 청미천 하구에서 조개와 재첩의 구조가 계속될 예정이다.(문의 환경운동연합 중앙사무처 02-735-7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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