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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이라는 허들링: 보훈의료의 사회적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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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이라는 허들링: 보훈의료의 사회적 가치

[보훈문화의 표층과 심층]

"보훈정책 중 가장 핵심적인 수단은 보훈대상자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국가를 위해 희생하는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얻게 된 신체, 정신적 질병과 후유증을 극복하고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보장하여 주는 보훈의료정책이다."(정태영, "보훈의료", <보훈학개론>, 모시는사람들, 2021, 180쪽).

우리나라의 보훈의료를 위한 지원제도는 1953년 상이자, 애국지사에 대한 국비진료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2000년대 5·18광주민주화운동 부상자의 국비진료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그 대상과 보장범위를 넓혀왔다.

그렇다면 보훈의료는 어떠한 의미가 있는 것일까? 언뜻 보면 어려운 질문이다. 하지만 보훈대상자의 신체적 아픔과 정신적 슬픔의 원인이 온전히 개인에게만 있지 않고 사회적인 설명이 필요하다는, 이른바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 측면에서 보면 상당부분 명쾌한 답을 찾을 수 있다.

선진국 중에서 국민건강 수준이 높은 국가일수록 사회구성원들이 배제되지 않고 사회적 결속력이 높다. 이는 다양한 통계와 연구에서 입증되어 왔다. 예를 들어 친구나 가족이 적은 사람들은 더 일찍 죽을 가능성이 높다.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들은 스트레스에 취약하며 이는 면역체계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준다. 반대로 사회적 지지와 연대는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스트레스가 완화될 수 있도록 완충 역할을 해준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훈의료는 사회 구성원 간의 허들링(Huddling)이라고 볼 수 있다. 영어에서 '허들링'은 옹기종기 모인다는 뜻이다. 알을 품은 황제펭귄들이 한데 모여 서로의 체온으로 함께 혹한의 겨울 추위를 견디는 데서 허들링의 이유를 잘 볼 수 있다. 펭귄의 허들링은 무리의 바깥쪽에 있는 펭귄들의 체온이 떨어지면 안쪽에 있는 펭귄들과 계속해서 서로의 위치를 바꿔가며 무리 전체가 혹한을 견디는 방식이다(정태영, "보훈의료", <보훈학개론>, 모시는사람들, 2021, 202쪽).

보훈대상자의 신체적 아픔과 심리적 트라우마는 우리 사회를 지탱해온 독립, 호국, 민주라는 세 가지 큰 기둥을 세우는 과정에서 생긴 사회적 상처이다. 단순한 개인의 상처가 아니라는 것이다. 일제치하, 차가운 금속 덩어리가 난무하는 전쟁터, 서슬퍼런 독재 모두가 우리 사회를 매섭게 한 혹한이었다면, 보훈의료는 훈훈하고 든든한 사회의 허들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보훈대상자의 의료지원을 위해 서울, 부산, 광주, 대구, 대전, 인천에 6개의 보훈병원을 설립하였으며, 의료접근성을 향상시키고자 '22년 1월 1일 기준 전국적으로 총 503개의 위탁병원을 지정·운영함으로써, 광범위한 보훈의료망을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보훈대상자들이 급속히 고령화되어감에 따라 보훈의료 또한 많은 과제에 직면해 있다. 국가와 사회를 위해 희생하는 과정에서 생긴 상처에 더해 노화에 직면한 보훈대상자들의 대부분은 만성질환과 각종 합병증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들이 여생을 보다 건강하게 의미있는 삶을 향유할 수 있도록 예방과 건강증진 위주로의 패러다임 전환과 함께 심리치유 서비스 등을 결합하여 보훈의료의 품격을 더욱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현재, 보훈대상자들의 건강결정요인, 건강행위, 건강형평성, 보훈의료에 적합한 지불제도 등 보훈의료 제도 전반의 발전을 뒷받침할 수 있는 연구는 아직 미진한 상태이다. 급변하는 환경에 맞서 보훈의료의 미래상을 실제적이고 체계적으로 설계해 나갈 수 있도록 관련 연구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보훈의료는 보훈대상자의 몸과 마음에서부터 사회 전체의 건강을 지향하며, 사회적 결속과 안녕 상태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는 측면에서 그 중요성이 크다. 보훈대상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든든한 보훈의료 체계를 만들어 가는 것은 '우리를 지켜준 당신, 우리가 지켜갈 당신'이라는 국가보훈의 기본원칙과 건강한 사회발전의 중심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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