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중거리 탄도 미사일(IRBM) 시험 발사 및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미국-러시아의 긴장 고조 등 새해 초부터 국제정세의 경색 국면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미국·일본의 외교장관과 통화를 통해 현재 정세 및 향후 상황 변경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3일 외교부는 "정의용 장관은 안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과 전화 통화를 갖고 한반도 문제, 한미 관계, 지역 및 글로벌 현안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지난 1월 30일 북한의 IRBM 발사와 관련 양국 장관이 "북한의 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북한이 조속히 대화로 나오도록 한미 간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지속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앞서 미 국무부는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 이후 이를 규탄한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또 국방부 역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화가 아닌 다른 길을 원하는 것 같아 보인다며 군사 대비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하지만 국무부와 국방부 모두 미 정부가 북한에 제의한 '조건없는 대화'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외교부는 한미 외교장관 간 통화애서도 "한반도 문제는 대화를 통하여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날 통화에서는 북한 미사일 문제와 함께 우크라이나 관련 사안도 주요 화두였던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한미) 양 장관은 한미일 협력 및 우크라이나, 미얀마 등 주요 지역의 최근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코로나19 대응 등 글로벌 현안 관련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와 관련, 미국과 러시아 간 긴장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지난 2일(현지 시각) 군 병력 3000명을 동유럽에 배치한다고 발표하고 이에 대해 러시아가 반발하면서 군사적 갈등이 높아지고 있다.
정의용 장관은 이날 블링컨 국무장관에 이어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과도 통화를 가지며 북한 미사일 문제를 논의했다.
외교부는 "한일 양 장관은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하고,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 및 조속한 대화 재개를 위해 한일, 한미일간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정 장관은 일본 정부가 조선인 강제 노역이 이뤄졌던 곳인 사도(佐渡)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외교부는 "정 장관은 올바른 역사인식이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한 근간임을 지적하고, 금번 일본 정부가 한국인 강제노역의 아픈 역사를 외면한 채 '사도광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 추진키로 결정한 데 대해 깊은 실망과 함께 항의의 뜻을 표하였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어 "또한 작년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2015년 '일본 근대산업시설' 등재 시 일본 스스로 약속한 후속조치부터 충실히 이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고 덧붙였다.
외교부는 "이러한 후속조치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일본 정·관계에서 일본 정부가 스스로 표명해온 과거사 관련 사죄와 반성의 정신에 역행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일본정부가 이에 동조한 데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북한과 우크라이나 등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한일 간 협력을 강화해야 하는 미국 입장에서 일본의 사도광산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추진은 향후 전략 구상에 방해가 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일본이 사도광산 등재 추진 과정에서 역사 문제를 이슈화시켜 한일 간 갈등이 심화될 경우, 일정 부분 미국의 개입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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