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닌텐도와 함께 콘솔 게임 시장을 지배하는 소니가 엑스박스용 게임 <헤일로(Halo)> 시리즈를 개발한 번지(Bungie)를 인수했다. MS 발 게임업계 재편 바람이 지속되는 모양새다.
2일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소니 인터렉티브 엔터테인먼트(이하 SIE)는 36억 달러(약 4조3600억 원)를 들여 번지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짐 라이언 SIE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성명을 내 이번 인수를 두고 "플레이스테이션의 범위를 훨씬 더 많은 청중에게 확대하기 위한 우리 전략의 중요한 단계"라고 평했다.
해당 소식은 게임업계의 대표적인 기자인 제이슨 슈라이어(Jason Schreier)가 가장 먼저 보도했다.
번지는 슈팅 게임 <데스티니>와 <헤일로> 시리즈를 개발한 유명 개발사다. 특히 <헤일로>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의 최고 경쟁자인 MS 엑스박스를 상징하는 주요 타이틀 중 하나라는 점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다만 번지는 2007년 MS에서 분리됐고, 3년 후에는 <헤일로> 제작을 중단했다. <헤일로>는 2011년부터 MS 산하 343 인더스트리가 개발하고 있다.
한편 이번 인수에도 번지는 독립성을 유지할 전망이다. 피트 파슨스 번지 CEO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번지는 계속해서 게임을 독립적으로 퍼블리싱하고 창의적으로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두고 "소니가 새로운 게임 플레이어에게 다가가는 데 도움이 될" 인수라고 전했다.
IT 전문 매체 <테크런치>는 이번 인수를 앞선 MS의 블리자드 인수와 비교하며 "해당 인수는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거래액에 비교하면 극히 적어보일 수 있"으나 "번지는 게임계의 전설"이라며 "차세대 게이밍을 향한 합병과 영역 전쟁"이 점차 가열되고 있다고 평했다.
특히 <테크런치>는 번지의 최근 성공작인 <데스티니 가디언즈>가 "업계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새 모델인 라이브 서비스 게임"이라는 점에 주목하며 "이 인수는 시기적절하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소니의 이같은 행보 역시 MS의 '게임패스'와 같은 구독형 서비스 시장 진출을 노린 것일 수 있다고도 전했다.
이와 관련해 짐 라이언 SIE CEO는 "멀티 플랫폼 개발과 라이브 게임 서비스에 관한 번지의 세계적 수준의 전문성"을 통해 "플레이 스테이션이 수억 명의 게이머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IT 전문 매체 <더 버지>는 허먼 헐스트(Hermen Hulst) 플레이스테이션 스튜디오 CEO의 말을 인용해 "번지의 기술 전문성과 이용자 참여도가 강한 커뮤니티 구축 실적"을 인수 시 중요하게 여겼다고 보도했다. 소니가 독점 IP를 다수 확보해 하드코어 이용자를 늘리려는 전략을 취한 기존 행보와 다른 접근법을 택했다는 뜻이다. 이번 인수를 두고 업계가 MS의 블리자드 인수와 비교하는 이유다.
앞서 MS는 687억 달러(약 81조9000억 원)라는 거금을 들여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스타크래프트> 등으로 잘 알려진 게임업체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IT 산업 역사상 최고액에 사들였다.
MS는 콘솔과 게이밍 경험에 집중하는 소니와 자사의 길은 다르다고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업계는 MS가 게임 구독형 서비스인 게임패스를 앞세워 넷플릭스와 같은 콘텐츠 구독형 시장으로 게임 산업을 재편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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