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사망 등 중대재해가 일어나면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게 한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법)이 26일부터 시행된다. 법 시행을 맞아 대형 로펌의 중대재해 기업 대응 전담팀 구성, 건설 공사 중단 등 처벌을 피하기 위한 재계의 움직임이 관측되는 가운데, 노동계가 이를 비판하며 엄정한 법 집행과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제외 등 빈틈을 메우기 위한 법 개정을 촉구했다.
중대재해법은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한 법이다.
중대재해는 작업 중인 노동자에게 발생한 중대산업재해와 일반 시민에게 일어난 중대시민재해로 나뉜다. 중대산업재해는 △ 사망자 1명 이상 △ 같은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 △ 같은 유해 요인 직업성 질병자 1년 이내 3명 이상이 발생한 산업재해다. 중대시민재해는 △ 사망자 1명 이상 △ 같은 사고로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10명 이상 △ 같은 원인으로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질병자 10명 이상이 발생한 재해다.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이 가능하다. 안전‧보건 조치 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은 △ 재해예방에 필요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이행 △ 재해방지 대책 수립 및 이행 △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의 관계 법령에 따른 개선‧시정 명령 이행 △ 안전‧보건 관계 법령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 등이다. 처벌 조항은 사망자 발생시 1년 이상 징역 혹은 10억 원 이하 벌금, 부상자나 직업성 질병자 발생 시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이다.
'처벌만은 면해보자' 공사 중단 나선 건설사, 중대재해 전담팀 꾸린 로펌
재계와 이들을 주 고객으로 삼는 대형 로펌은 중대재해법에 따른 처벌을 피해보려 발빠르게 대응을 시작했다.
지난해에만 458명이 산재로 사망한 건설업계에서는 사상 초유의 공사 중단 움직임이 관측된다. 중대재해 처벌 1호 사업장이라는 오명을 피하기 위해서다.
대우건설 DL이앤씨는 27일부터 현장작업을 중단하고 설 연휴를 보낸 뒤 다음달 3일과 4일에도 작업을 쉬기로 했다. 롯데건설도 2월 2일 이후 이틀을 더 쉰다. 포스코건설은 27~8일 휴무를 권장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27일을 ‘현장 환경의 날’로 정해 현장에 최소한의 인력만 남기고 28일에는 안전교육 워크숍을 한다.
기업을 상대하는 로펌들도 바빠졌다. 김앤장은 100여 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중대재해 대응 그룹을 가동 중이다. 태평양은 2015년 만든 산업안전 태스크포스를 100여 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본부로 확대했다. 광장도 기존 산업안전팀을 산업안전‧중대재해팀으로 확대 개편했다. 세종, 화우 등 다른 대형 로펌에서도 중대재해팀 신설, 인력 보강 등 비슷한 변화가 일어났다.
노동계 "안전·보건 관리 체계 구축 노력은 왜 안하나"
민주노총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는 26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계의 이 같은 움직임을 비판하며 엄정한 법 집행과 사각지대 해소 등을 위한 중대재해법 개정을 촉구했다.
두 단체는 "기업과 최고경영자들이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보여준 지난 1년의 행보는 참으로 개탄스럽다"며 "예방을 위해 현장 노동자 의견을 수렴하고 인력과 예산을 확보하는 등 안전보건 관리 체계 구축을 준비하는 기업은 찾기 어렵고 어떻게든 처벌을 피해보려는 모습만 보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앞으로의 법 적용과 관련해 "그간 법적으로 하급관리자만 처벌하게 되어 있다며 중대재해가 일어나도 수사도, 기소도, 처벌도 하지 않던 정부와 법원이 어떻게 법을 집행해 나갈 것인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두 단체는 법 개정 과제와 관련해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제외,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3년 유예 등 중대재해법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힌 뒤 "건설 발주처의 공기단축 강요 처벌, 인과관계 추정 조항 도입, 부당한 인허가나 감독에 대한 공무원 책임자 처벌 등 핵심 조항을 반영하기 위한 법 개정 투쟁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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