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가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질유 납사분해시설인 HPC(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 공사를 마치고 시운전 중인 가운데 공사에 참여했던 협력사들과 지역 소상공인들이 수천억 원대 대금을 지급받지 못해 연쇄 도산이 우려되고 있다.
HPC 공사 협력사 관계자들은 25일 “설 명절을 코앞에 두고 협력사들이 발주업체인 현대오일뱅크 측으로부터 하도급 대금을 받지 못해 플랜트 노조원과 지역 소상공인들에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대로라면 연쇄 도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협력사들은 수차례에 걸쳐 현대오일뱅크에 체불금 해결을 촉구했다”면서 “하지만 의사 결정권을 갖고 있는 현대중공업의 무관심으로 인해 해결 기미가 없자 플랜트 노조를 중심으로 집회를 시작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현대오일뱅크는 롯데케미칼과 6 대 4의 지분을 갖고 현대케미칼을 출범시켰으며,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은 현대건설과 롯데건설, DL이앤씨를 통해 협력사들에게 하도급을 줘 공사를 진행했다.
하도급업체의 관계자는 “지난해 8월경에 HPC 공사를 마치고 현재 시운전 중”이라며 “하도급사 돈으로 대기업 공장을 공짜로 건설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하도급업체의 또 다른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가 최종 책임자임에도, 원계약자인 현대건설이나 롯데건설, DL이앤씨의 뒤에 숨어 뒷짐만 지고 있다”면서 “하도급사의 애로사항을 알고 있는 원계약자가 현대중공업에 어려움을 전달했으나, 현대오일뱅크 A 부회장이 ’원계약자 해결‘ 원칙을 주장하는 등 책임을 회피해 향후 부회장 집 앞에서도 항의성 시위를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대산공단 소상공인협의회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만 157억 원 수준의 미불금이 남아있는 상태여서 조치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10여 개 하도급사 PD협의체의 미정산금이 대략 3천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한 <프레시안>의 질문에 현대오일뱅크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단지 '협력사 대금 지급 주체는 시행사인 현대건설, 롯데건설, DL이앤씨 등'이라며 'EPC 계약 방식에 따라 공사비를 지급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삼성과 LG는 설 명절을 앞두고 중소 협력사의 자금 부담을 완화하고 내수경기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차원에서 각각 1조 원 이상 규모의 협력사 물품 대금을 조기에 지급한다는 계획을 25일 내놔 현대오일뱅크 측의 행태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삼성전자 등 11개 삼성 계열사는 총 1조 1천억 원 규모의 협력사 물품 대금을 최대 보름 이상 일찍 지급하고, LG도 1조 3천억 원 규모의 납품대금을 예정 지급일보다 앞당겨 설 연휴 전에 지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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