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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최초의 나라가 될 것인가?"  

[기고] 세계 기본소득 권위자들, 심층 화상 토론에서 "기본소득은 미래의 핵심정책"

대통령 선거가 두 달도 남지 않았지만 각 후보의 정책과 비전을 제대로 드러내고 토론하기보다는 이른바 흑색선전과 인신공격이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정치공동체의 장래를 위한 논의의 통로가 되어야 할 언론이 이를 부추기고 있는 형국이 안타깝다 못해 눈물겨울 정도이다. 하지만 국제적으로는 한국의 이번 대선이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다음과 같은 질문 때문이다. 

"한국은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최초의 나라가 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기회가 지난 주에 있었다. 국제워크숍 '2022년 대한민국 대통령선거 기본소득 공약들'이 온라인으로 개최된 것이다.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BIEN),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BIKN), 전세계 기본소득 지지자/네트워크 회의, '리얼유토피아를 위한 기본소득의 실현가능성' 연구팀이 주최한 이 자리는 한국의 기본소득제 실현이 매우 가까이 다가온 시점에서, 한국의 기본소득 공약을 평가하고 향후 기본소득 운동의 과제들을 논의하는 시간이었다. 이를 위해 기본소득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저명한 해외 인사들이 초청되었으며, 기본소득당 오준호 대선후보도 토론자로 참석하였다. 한국 시간으로 지난 11일 밤 10시~12시 20분 약 2시간 20분가량 진행되었으며, 전체 녹화영상은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번 행사에는 강남훈(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직속 기본사회위원회) 공동위원장이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에 대한 발제자로 나섰다. 패널 토론은 세계 기본소득의 연구와 운동을 견인해 온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BIEN)의 공동창립자인 필리프 판 파레이스, 애니 밀러, 가이 스탠딩과 현재 BIEN 의장인 사라트 다발라를 포함하여, 칼 와이더키스트(미국 조지타운대학교 카타르캠퍼스 철학과 교수), 발레리아 코로셰츠(슬로베니아 기본소득네트워크 대표, 기본소득유럽네트워크 공동창립자), 알리 무틀루 코일루오글루(터키 시민기본소득연구개발문화보급협회 공동창립자, '전세계 기본소득 지지자/네트워크 회의' 공동창립자), 안효상(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장,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부소장) 등이 토론에 나섰으며, 이재명 후보보다 좀 더 포괄적인 기본소득 공약을 내건 기본소득당의 오준호 후보는 직접 토론에 참석했다.

▲ BIKN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유튜브 갈무리.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

강남훈 공동위원장은 이날 이재명 대선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을 발표하였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전 국민 기본소득 1인당 연 100만 원(토지배당 60만 원, 탄소배당 40만 원) 지급, △연령별 기본소득(18세 이하 연 120만 원, 19세~29세 연 100만 원) 추가 지급한다. 이때 65세 이상 노인기본소득의 경우 현재 기초연금이 하위 70% 이하로 지급하는 것을 전체(100%)로 늘릴지 논의 중에 있다. 한편, △지역별 기본소득(농촌기본소득 읍면 단위 주민 연 50~100만 원) 추가 지급안, △범주형 기본소득(장애인 기본소득, 예술인 창작지원금) 추가 지급안에 대해서는 현재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를 연령별로 종합하여 살펴보면, 18세 이하의 경우 연간 220만 원, 19~29세는 연간 200만 원(농촌거주자 300만 원), 30~64세는 연간 100만 원(농촌거주자 200만 원), 65세 이상의 경우 연간 460만 원(농촌거주자 560만 원)이 지급될 수 있다. 이러한 설계는 노인기본소득이 하위 70% 이하가 아닌 전체 노인으로 확대하여 지급한다고 가정하고, 농촌기본소득 연 100만 원이 추가 지급된다는 가정하에 계산된 것이다.

재원은 전 국민 기본소득의 경우 △토지배당(국토보유세 연 30조 원), △탄소배당(탄소세 연 10~20조 원), 부문별 기본소득의 경우 △지출조정(25조 원), △소득세 공제활용(인적 공제/자녀세액공제/자녀장려금 12조 원), 지역별 기본소득의 경우 △중앙정부와 시/군의 분담, △지역균형발전, 지방소멸대응 예산의 일부 조정 등으로 마련될 수 있다.

기본소득의 추진은 단계적 시행을 원칙으로 한다. △적은 금액에서 시작하여 점진적으로 인상(연 25만 원에서 목표 금액으로 확대), △일부 부문에서 시작하여 대상 확대(가령, 18세에서 시작하여 아래 연령으로 확대, 면 단위에서 읍 단위로 확대) △토지배당과 탄소배당의 경우 6개월간 공론 토론 및 전 국민 토론과 같은 숙의 과정을 거친다.

강남훈 공동위원장은 탄소세-탄소배당의 도입보다 국토보유세-토지배당의 도입이 대중의 심리적 장벽이 높다고 우려하면서도, 국토보유세-토지배당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한국의 매우 불평등한 토지보유 현황에 대해 "전체 2200만 가구에서 토지 보유가구는 61.3%인 반면, 약 40%의 가구가 토지를 한 평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설명하면서, "토지세를 적정 비율로 아주 약한 비율의 누진세로 설계했을 때, 토지보유액에 따라 약 90%가 순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공론토론이 중요한 이유는 '토지배당은 제2의 토지개혁'의 의미가 있을 뿐 아니라 '시민들이 올바른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국민에게 학습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 국제워크숍 '2022년 대한민국 대통령선거 기본소득 공약들' 포스터. ⓒBIKN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패널 토론

사라트 다발라 의장의 사회로 진행된 패널 토론에 가장 먼저 나선 사람은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공동창립자 가운데 하나인 애니 밀러였다. 우선 애니 밀러는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잘 설계되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기본소득 도입을 통해 여성의 기본적인 경제적 권리가 강화되고, 성평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며 "여성들이 기본소득 도입에 찬성한다면, 승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스코틀랜드 시민기본소득트러스트 의장이기도 한 그녀는, 최근 스코틀랜드에서 논의되고 있는 토지세와 탄소세를 언급하면서, "한국에서 기본소득이 도입되기를 희망한다. 사실 스코틀랜드가 처음으로 기본소득 도입하는 국가가 되길 바랐는데, 한국이 최초가 될 것 같아 많이 기대가 된다"며 환영의 인사를 전했다.

오준호 기본소득당 대선 후보는 자신의 기본소득 공약을 소개하고 이재명 후보의 안과 비교하여 설명하였다. 오 후보는 '실질적 자유를 위한 충분한 기본소득' 도입을 제시하면서 4가지 원칙을 꺼내 들었다. △기본소득은 공유부 배당으로, △충분한 수준의 기본소득 지급(협상력 제고), △교정조세로서 탄소세와 토지세 도입(기후위기에 대응, 불평등 해결), △기본소득 도입으로 인해 현재의 복지 수준을 떨어뜨리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재원은 △탄소세/토지세/시민세 신설, △비과세 감면 폐지, △디지털 분야 및 녹색산업 분야에서 공유지분 형성, △현금성 복지를 점진적으로 통합하여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때 다소 생경한 시민세에 대해 부연하였는데, 시민세는 지식공유부에 부과하는 목적세로 현재 소득세의 10%를 추가 과세한다.

오 후보는 자신의 공약과 이재명 후보 정책과의 가장 큰 차이를 '지급의 정당성'과 '지급 수준의 충분성'에서 찾았다. 연간 780만 원(월 65만 원)의 기본소득을 공약한 오 후보는 "제가 충분한 기본소득 정책을 제시하면서 이재명 후보와 치열하게 정책 경쟁을 한다면, 한국 국민들이 기본소득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될 것이고 또 기본소득에 더 많이 동의하게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BIEN 공동창립자이자 영국 런던 SOAS 대학 연구교수인 가이 스탠딩은 전 세계가 극도로 취약한 상태에 처해있음을 환기했다. 점점 더 많은 부가 자산보유자에게 돌아가고 불안정 노동자인 프레카리아트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의 결과로 전례 없이 높은 부채비율과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버블경제를 목도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위기는 만성적인 불확실성에 대한 '회복탄력성'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남겼다고 설명했다. 경제위기뿐 아니라 생태위기가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에서 기본소득 공약이 제시된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기본소득은 정책의 핵심입니다. 다른 공약도 훌륭합니다만 핵심은 기본소득"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스탠딩은 기본소득은 세 가지 측면에서 윤리적 정책으로 정당화된다고 강조했다. 첫째, 기본소득은 공통의 정의(Common Justice)이다. 한국의 부는 여러 세대의 노력을 기반으로 창출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공유지(commons)의 사용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둘째, 공유지는 모두의 것이다. 따라서 공유지 사용에 대한 과세 등을 통해 공유지 기금(commons fund)을 조성할 수 있으며, 이것은 모든 사람에게 동등하게 분배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두 후보자의 공약을 살펴보면 토지와 탄소 두 가지에 대한 세금과 배당에 집중하였는데, 자신의 저서인 <공유지의 약탈>(안효상 옮김, 창비 펴냄)에 제시했던 것처럼, 다양한 공유지 약탈에 대한 회수에 대해 확장적으로 사고하고 이를 기금화할 것을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의 장고도의 공유부 배당 사례를 언급하면서 마무리했다. 한국의 작은 섬 중 하나인 장고도는 1993년부터 해삼 어장의 수익을 주민에게 보편적으로 배당하고 있는데, 2019년에는 가구당 연간 1100만 원이 지급되었다. 장고도의 공유부 배당은 해삼 채취를 기반으로 한 활동, 공유활동으로서 커머닝(commoning)의 원칙에 기초한다. 스탠딩은 장고도는 "어떻게 공동체를 재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모범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필리프 판 파레이스(BIEN 공동창립자, 벨기에 루뱅대학교 경제사회윤리학과 객원교수)는 "기본소득이라는 아이디어를 한국의 맥락에서 추진할 수 있는 것"에 축하를 보내며, '민주당뿐만 아니라 기본소득당처럼 원이슈 정당도 의미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기본소득당은 기본소득을 사람들에게 알리거나 기성정당에 압박하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기본소득 실현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전했다. 또한 "기본소득의 도입은 대단히 많은 과제가 있고 단계적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며 이재명 안의 단계적 이행 전략에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한 판 파레이스는 기본소득이 '실질적 자유'를 증진시키는 데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오늘날 기본소득을 사람들에게 설득할 때, 기본소득이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해결하는 방책임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방식은 모든 사람들을 전일제 일자리로 밀어 넣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보장을 제공함으로써 (특히 취약한) 사람들의 온전한 마음과 창의성을 해방시키는 것이다. 또한 이것은 기본소득의 경제적 효과에서 매우 필수적인 부분이다. 기본소득은 광범위한 영역에서 고용과 교육의 필요 사이를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게 하며, 여기에는 지속가능한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무임금 노동도 포함된다. 그는 "그래서 우리는 기본소득에 대해 설득할 때, '이것을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생산적인 동력이며, 실질적 자유를 모두에게 주는 것'이라고 말해야 한다. 이것은 한국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부합하는 것이다. 한국의 대선은 기본소득이 우리 사회를 보다 더 회복탄력적으로 만드는 데 그리고 세계적으로 당면한 거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핵심 정책임을 사람들이 인식할 수 있는 굉장한 기회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칼 와이더키스트(미국 조지타운대학교 카타르캠퍼스 철학과) 교수는 토지보유세와 관련하여, 다수의 토지보유자들이 토지보유세를 통해 오히려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강력한 메시지'로 인식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령, 집 한 채를 소유하고 있는 4인 가구의 경우, 세금보다 토지배당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음을 명확하게 설명해야 하는 작업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또한 기본소득과 토지보유세를 연결시킨 것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이를 통해 토지가격이 왜곡되거나 급상승하는 것을 막고, 기본소득이 진정한 가치를 보전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탄소세와 기본소득을 연동시킴으로써 탄소배출을 적게 할수록 그 혜택을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과정에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토지뿐만 아니라 과세할 수 있는 대상이 많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금융산업에서의 공유지, 다양한 오염원에 대한 과세 등 모델을 확대할 수 있는 제안들이 향후 논의되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행사를 기획한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의 안효상 이사장은 한국 사회에서 향후 기본소득 도입이 가능한 경로와 어떠한 난점들이 있는지 설명하기도 했다. 첫째, 집권 정당 안팎으로 기본소득 반대 세력이 있으며 정치권에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사회운동과 시민운동이 강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능성은 먼저 공론화를 통해 다수의 지지를 획득하는 경로, 다른 하나는 일반적인 기본소득이 아니라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되는 국토보유세-국토배당과 탄소세-탄소배당에 집중하는 전략이다.

이어 안 이사장은 "기본소득은 사회적, 생태적 전환의 일부다. 결국 포괄적인 전환의 계획과 동맹을 형성하는 과정 속에서 해방적 기능이 가능하다"며 "오늘 행사에 참여해준 패널들과 발표자들께 감사드리며, 향후 한국의 기본소득 운동과 전 세계 기본소득 운동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토대이자 기회가 생기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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